코멘트
동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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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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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뼈

영화 ・ 2023

평균 2.7

두 주인공의 이름을 들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두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마미야와 아스카, 그러니까 <큐어>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인공들 말이다. 마미야는 결혼을 준비하던 여자친구가 이별통보를 하자, 데이팅 앱을 통해 아스카를 만난다. 하지만 마미야가 샤워를 하는 사이 아스카가 수면제를 먹고 죽어버리고, 당황한 마미야는 시체를 야산에 묻으려 한다. 하지만 구덩이를 파는 사이 시체가 사라진다. 당황한 마미야는 우연히 아스카카 '미미'라는 위치기반 SNS의 여고생 인플루언서임을 알게 되고 그의 추종자들을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한다. <고래의 뼈>의 마미야는 얼핏 <큐어>의 마미야처럼 시대의 불안감과 혼돈을 품어낸 캐릭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의 포지션을 굳이 <큐어>와 비교하자면, 그는 마미야보단 그를 쫓던 형사 타카베에 가깝다. 동시대적인 혼란의 정체를 쫓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 말이다. 물론 그가 탐정이나 형사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찾아 헤매는 아스카라는 인물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스카가 작품 밖 오타쿠들에게 추앙받는 것처럼 그의 모든 것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아스카의 '실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미미'라는 SNS에 묻혀 있는 아스카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거기에 기록된 짧은 동영상을 통해 만들어진 아스카라는 상상된 인물이 그들에겐 실제다. 그러니까 <고래의 뼈>는, 마미야라는 불안정한 인물에게 벌어진 미스테리한 사건을 통해 동시대의 불안과 혼란, 더 나아가 실존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큐어> 속 최면술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보여주는 세카이계 장르의 특징은 시대에 내재된 불안과 혼란을 풀어내는 소재였다. <고래의 뼈>는 그것을 SNS로 옮겨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이름이 보여주는 뻔한 레퍼런스처럼 뻔한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다. 주제의식은 선명하지만 그것은 각종 레퍼런스(영화들은 물론 끌어와지는 SNS까지)를 통해서만 드러날 뿐, 영화 자체의 힘으로 풀어내지 못한다. 차라리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밈이 더욱 간결하고 정확하게 이 영화의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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