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정환

정환

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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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영화 ・ 1985

평균 3.8

삶에서 정해진 거처란 오직 외로운 죽음뿐이라는 점에서 모든 인간은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였다. 거처라는 죽음 이전에 움직이는 것만이 사는 것인지라, 유랑하는 존재들이 정착하기 전, 흔적을 남기는 일은 결국 스쳐가는 서로의 관계 사이에 이미지의 조각들로 새기는 것. . 그녀를 스쳐갔던 이들의 증언들로 회고가 완성되었다. 결국 방랑자였던 한 여인은 어떻게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방랑자라는 우리가 움직여야만 하는 수많은 삶들 사이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가야하는 가로 마무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것만 같은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는 일은, 움직여야만이 가능한 일들이다. 정적인 죽음만이 우리에게 정해진 유일한 거처일 뿐, 지붕이나 돈보다 우리가 누울 자리, 걸을 수 있는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완전한 자유를 얻은 대신 완벽하게 외로움을 견뎌야만 한다지만, 모든 죽음이 다 그런 거지. 그렇지만 더욱 시리고 아픈 고독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외로움보다도 나의 죽음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유랑하는 사이에 우리가 정착할 곳이 죽음밖에 없다면, 우리가 정착(죽음) 하기 전, 우리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은 어떠한 공간이 아닌, 스쳐가는 방랑자들과 서로의 관계 사이에 이미지의 조각들로 새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