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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동구리

2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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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존재하지 않을 영화의 예고편

영화 ・ 2023

평균 3.4

작년 조력자살로 세상을 떠난 장 뤽 고다르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 생로랑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찰스 플리스니어의 소설 [가짜 여권(Faux Passeports)]의 영화화를 시도하던 과정에서의 생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용된 텍스트, 메모, 회화, 영화, 사진, 포스터 등 다양한 시각적 재료를 콜라주해오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 작품은 제목처럼 '예고편'이라기보단 '스토리보드'처럼 다가온다. 다시 말해 콜라주된 이미지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 이전의 단계의 몽타주로 남은 것만 같은 모양새다. 20분의 러닝타임 중 초반 5분 동안 사운드 없이 스토리보드 이미지들만을 보여주던 영화는 고다르의 음성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는 여느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음성으로 이 영화의 몽타주를 이야기한다. 그가 내뱉는 문장과 단어들은 이미지에 덧붙여진 또 다른 단어-이미지로서, 콜라주 및 몽타주된 것들 사이에 개입하는 또 다른 항으로서 작동한다. 영화의 영어제목에는 '가짜전쟁(phony war)'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가짜전쟁은 1939년 9월~1940년 5월 사이,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영국의 선전포고 이후에 있었던 대치상태를 일컫는다. 이 시기 각국의 군대는 전선을 형성했지만,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전투 없는 전쟁, 그러니까 '가짜전쟁'. 예고편조차 되지 못한 이미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마치 가짜전쟁처럼) 영화의 전(前)존재이자 영화 자체이며, 영화라는 관념이 스크린 위에 관류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