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예수보다 낯선'은 예수와 밥 먹으며 대화하는 영화를 찍고자 하는 영화감독이 자신이 진짜 예수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영화다. 보면서 '맨 프롬 어스'의 상상력과 '8과 1/2'의 형식을 결합시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감독 본인이 극중 감독 역을 맡으며 더욱 메타적인 느낌도 들며, 예수라고 주장하는 평범한 청년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영화, 인생, 예수, 종교에 대한 토론을 해가는 전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영화는 마치 복음서처럼, 예수와 일행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길에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들어주는 에피소드들의 묶음처럼 짜여있다. 각 "에피소드들"은 기본적으로 감독과 예수,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서 만난 어떤 사람과의 대화로 이뤄졌으나, 각 대화는 그 사람들과 대화의 성격에 따라 연출이 조금씩 바뀐다. 빠르고 리듬감있게 편집하여 위트와 유머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는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각 에피소드들의 경계에 있는, 차 안에서 그저 두 주인공이 대화를 하는 비교적 단순한 순간들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성경과는 달리, 이 우연한 만남들과 대화들은 한국에서의 종교(특히 기독교)와 신앙에 대한 다양한 편견과 선입견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목적으로 존재한다. 천국과 지옥, 구원과 회개, 죄와 벌 같이 종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현대 한국인들의 각양각색 관점들로 담화를 나누며 인물들과 함께 이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이 영화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질문들과 주제들에 대한 대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말그대로 본인이 예수와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듯이,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같이 들으며 각자만의 답을 찾길 바라는 것 같다. 두 주연인 여균동과 조복래의 연기와 호흡은 정말 훌륭하다. 여균동의 삶에 완전히 치여 지쳐쓰러질 듯한 감독의 묘사와 자신감 넘치는 패기와 이상이 행동과 말투에서도 뿜어나오는 조복래의 예수 연기도 좋았지만, 제일 재밌었던 것은 이 둘의 브로맨스였다. 영화가 진행되며 점점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가까워지고 대화도 점점 더 쫀득해지는 것을 보는 맛이 있었다. 감독 캐릭터의 삶과 고민들에 대해 영화는 아주 조금씩 파헤쳐가기 때문에 극중 캐릭터를 이해해가는 재미도 있었고, 예수의 대사들에서는 종교에 대해 고민해볼 만한 소재들이 계속 나와서, 예수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는, 그가 상징하는 사상과 관념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맛이 있었다. '예수보다 낯선'은 적은 예산으로도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주제가 있고, 이를 재미있는 인물들과 대화로 펼칠 필력만 있다면 충분히 유익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균동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처음 봤지만, 각본/감독/주연으로서 그의 활약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분명 많은 교회들에게서 사랑받아 단체관람이 주선될 영화겠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도 보면 다른 방식으로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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