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ㅂ승규/동도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평균 3.2
A. 빠른 시간 안에 비무장 세력과 무장 세력을 식별해야하는 군 지휘관의 딜레마, 결국 사살당한 비무장 세력 B. 외교를 위한 미국 정부의 토사구팽 C. 민간인을 사살한 군인을 변호해야하는 군 변호사의 고뇌 당장 떠오르는 이 영화의 주제 3가지 중에서 가장 비중을 크게 둬야하는건 A다 누가 누굴 죽이든, 누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든 생명윤리는 정말 경중하고 심오한 주제이기 때문에 사실 2시간 내내 A 주제로만 깊게 파고 들어가도 모자르다 <어 퓨 굿맨>처럼 자국 내 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니까 미국과 예멘,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했어야 할 주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저 예멘 시위대의 입장은 그들의 처절한 피해만 보여주는데에 그친다 이 영화의 문법대로라면 예멘 아니고 <블랙 호크 다운>처럼 소말리아였어도 지장이 크게 없다, 그만큼 피해 국가의 사전 정보를 생략하고 "그런갑다"라는 식으로 우야무야 넘어간다 그러면서 재판 씬에서 증인을 이슬람 지하드로 몰아가려는 하지스의 심문은 극적으로 묘사된다 중요한건 <블랙 호크 다운>이 만약에 미군들의 위대한 업적만 보여주고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 "20여명의 미군과 천명이 넘는 소말리아 시민이 사망했다"라는 자막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영화의 톤앤매너는 완전히 바꼈을 것이다 결국 전쟁의 경각심을 꼬집는 반전영화는 "전쟁 그 자체"를 싸그리 비판하고 인간의 생명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분명히 반전영화로 드러나야할 주제이다 민간인한테 발포한 칠더스를 변호해야해서 괴로운 하지스 근데 정작 칠더스의 고뇌는 찾기가 힘들다 하지스와 칠더스 둘의 우정을 보여주는데만 급급하다 결국 영화 내에서 중요한 메타포는 칠더스 대위의 발포 명령으로 죽은 예멘 시위대를 녹화한 "테이프"인데 역시나 하지스와 칠더스의 위기를 보여주기 테이프를 은폐하는 노선을 택한다 이는 재판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영화의 주제와 연결시켜 본다면 패착이 된다 "테이프를 오히려 안 보여줌으로써" 교전수칙 위반에 찾아오는 칠더스 대령의 고뇌에 관한 탐구도, 생명윤리에 관한 탐구도 관객입장에서는 절대 할 수 없게끔 영화가 차단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저 감성적으로 "악랄한 미국 정부가 테이프 은폐했네","토사구팽 당한 칠더스 불쌍하다"에서만 그치게 된다 물론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스토리로 이어가도 이 영화는 꽤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실미도>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실미도 684부대를 북한과의 평화를 위해서 북파부대를 제거(병사들을 한 사람씩 처단)하려고 했듯이 미국도 예멘과의 외교를 위해 30년 넘게 미군 해병을 위해 열심히 전투를 치른 칠더스 대령 한 명을 토사구팽한다 엔딩 크레딧에서 칠더스 대령을 담굴려했던 대사관과 군대 상부가 증거 은폐와 위증으로 잡혔다고 보여준다 하지만 민간인 집단 사살을 다룬 만큼 미국 정부의 은폐보다도 "교전수칙의 헛점"을 파고드는게 이 영화가 필요한게 아니였을까? 미국 정부가 나쁘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사살당한 민간인을 간과한게 패착이다 다소 복합적인 문제를 단순히 떼우기만 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영화는 한술 더떠서 심오한 주제의식을 던져버리고 그저 미군 해병의 정의로움으로 매듭을 짓는다 엔딩 부분에 이르러 미국 기성세대들의 "라떼는 말이야"와 멋있는 충성으로 땜빵시키려는 태도가 교만했다 오프닝에서 나오는 베트남 전투씬도 이 교만한 엔딩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긴하다. 좀 더 냉정히 말해서 오프닝의 베트남 전투씬은 매우 소모적으로 쓰인다 마지막에 베트콩 전우와 경례하면서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거기서부터 눈쌀을 찌뿌렸다 전혀 정의롭지 못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영웅이니까" 정의롭게 마무리하려는 태도가 불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빅스 소령과의 대화를 곱씹어봐도 기가 차다 도대체 핫 존 평균수명이 16분인거랑 예멘 시위대 사상자 83명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전장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영웅은 민간인을 사살해도 무죄받으면 땡인가? 비무장 세력한테 총을 발포한 군인의 딜레마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절대 훈훈하게 끝날 내용이 아니다, 아까 말했듯 <블랙 호크 다운>의 미국-소말리아 전쟁처럼 비무장 세력, 즉 민간인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쟁의 경각심을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물증이 없어 무죄로 풀려난 칠더스가 영웅으로써 명예제대를 했어도, 결국 그 영웅의 명령으로 예멘 민간인 시위대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톤앤매너를 생각한다면 결국 생명의 소중함은 안중에도 없고 위대한 영웅을 보여준답시고 민간인 학살 이슈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꼴이 된다 이런 식의 엔딩은 너무 위험하다 <액트 오브 킬링>의 민간인 학살자 안와르 콩고를 끝까지 인도네시아를 위해 목숨을 다바친 영웅으로 그렸다면 <액트 오브 킬링>이 명작이였을까?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적인 태도로 위험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