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5


content

혹성 탈출

영화 ・ 2001

평균 3.4

2024년 04월 18일에 봄

원작만큼 인상깊지는 않았지만 비로소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이 어울리게 된 작품이었다.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풍미가 가득하여 즐기기엔 충분하면서도 팀 버튼 특유의 '아름다운 오싹함' 같은 매력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가 없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럴 거면 굳이 팀버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볼 거리는 원작에 비해 늘어났지만 영양가가 그리 깊지 않았으며 여러 부분에 있어 '오리지널의 하위호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는 더 있을 수는 있지만 의미만큼은 줄어들었다는 뜻. "들키면 죽을 거야." "여기 남는 건 죽는 거나 다름없어요." 나는 빌런도 매력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딘가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서스펜스가 극대화되려면 빌런의 성향이 중요치 않을 수도 있지만 <혹성탈출> 시리즈에선 선과 악의 대립이 명확하기 때문에 무작정 인간종족을 혐오하는 테드라는 캐릭터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테드에게도 믿어왔던 신념이 조금씩 흔들리는 의심이나 불안 같은 감정선을 주입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빌런이 입체적인 감정을 느낄수록 그 대립구도가 훨씬 심도 깊게 그려진다. "인간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세상은 더 위험해져." 전작들은 사실 분장을 한 게 티가 많이 났지만 결국 관객은 '이건 유인원이에요' 하는 설정에 설득당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관객이 시대상을 반영하여 몰입에 있어 영화를 배려하는 일종의 핸디캡인 셈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그런 걸 일절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상' 이라는 핑계를 대지 않고 모든 면에 있어 완벽하다. 이 영화의 유인원들은 전부 유인원 같아서 좋았다. '이것이 분장인지 그래픽인지' 생각을 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 부분만큼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