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으니
5 years ago
4.0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
책 ・ 2020
평균 4.2
직업과 공간은 다양하게 변했지만 본질적으로는 100년 전과 어딘가 닮은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본문 중에서 2021년의 서울에 여전히 남아있는 근대의 흔적들을 떠올리며 묘한 기분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근대 소설을 통해 알아보는 근대 건축을 테마로 한 본 책의 특성상 종로 일대를 제한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종로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의정 활동의 중심지였으며, 일제 치하에서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조선인과 일본인의 활동 지역이 나뉘며 이질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그렇기에 나라를 잃은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종로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무력함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류의 감정이었으리라.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만 했던 서민들의 눈물겨운 하루살이가 짙게 밴 종로 뒷골목의 선술집을 바라보며 다방에 앉아 그저 시간을 죽이며 말과 글로 밖에 저항할 수 없었던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이들은 종로를 배경으로 가슴 속 한을 풀어내듯 이야기를 지어냈을지 모른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제도와 의식도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유령처럼 떠도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영 다르지 않다는게 다행이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