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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들 사이에는 항상 불투명한 벽이 하나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른들에게는 이미 흐릿해진 감정과 경험이 덧없고, 아이들은 항상 휘몰아치는 감정의 짐을 혼자 짊어지려고 한다. 분명 우리는 아이들의 세계를 통과해 자라났는데도 쉽게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듯 선이가 윤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결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한데, 많은 영화나 소설들은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담아보려는 그릇되고 안일한 시도 끝에 벽을 한 층 두껍게만 만드는 절망적인 결과를 낳곤 해왔다.   하지만 <우리들>이 그려내는 아이들의 감정들은 결코 아류가 아니다. 영화는 마치 색연필로 그려내는듯 순수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덕분에 그 애정과 그 시기와 그 질투는 우리들에게 오롯이 번역되고있다. '우리들'의 감정의 격랑은 우리에게 완전한 입체로 다가오며 이내 우리들의 유년 또한 포갤 수 있는 아름답고 보편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되살아나는 지워진 기억과 풍부한 감정들이 벅차오르면, 이제 <우리들>은 영화 속 ‘우리들’이 말하는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때의 나는 왜 그리도 어렸는지, 밀려들어오는 풍부했던 경험들은 나에게 얼마나 힘겨웠는지, 또 나는 항상 가슴이 시키는대로 저지르고 곧바로 어찌나 후회했던지. 그리고 결국 그때 그 아이가 자라나 이다지도 모자란 어른이 되어있음을 깨닫고 날때쯤, 나는 이 아름다운 영화에 가슴 깊이 감사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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