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씨에이

노멀
평균 2.8
8.0/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고, 여전히 평범한 마을 노멀. / 이름처럼 한적하고 평화롭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마을 '노멀'에서 8주 동안만 임시로 보안관직을 맡게 된 주인공이기에 트러블 없이 현상 유지만 하고 조용히 떠나려 했으나, 평범하게만 보였던 마을 곳곳에서 뭔가 좀 수상한 구석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점점 위화감이 느껴짐. 작은 마을의 경찰서임에도 무기고에 각종 총기류와 폭약들이 빵빵하게 채워져 있고, 술집의 바에는 장식용 총기들이 즐비하며, 전임 보안관의 죽음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보임. 동네 뜨개질 아주머니는 보안관들의 무전을 버젓이 듣고 있고, 사망한 보안관의 딸은 어째서인지 아빠의 추모식에서 쫓겨나고 마을을 방황함. 그리고 다들 외지인인 주인공 율리시스를 왠지 모르게 경계하고 감시하는 눈치임. 그러다 중반부 접어들 때쯤에 그 이유가 밝혀지는데, 알고 보니 사실상 마을 전체가 일본 야쿠자의 미국 내 금고 역할을 하고 있었고, 전임 보안관은 거기서 발을 빼려다 시장에 의해 제거당한 것이었으며, 율리시스가 전임 보안관의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자 마을 전체가 합심하여 그를 제거하려 든 것이었음. 어쨌든 설마 했던 막장스러운 설정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좀 황당무개하면서도 흥미가 동하긴 했음. 더욱이 이전까지 주인공을 적대하는 수상한 마을을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느긋하면서도 은근 긴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었기에 진짜가 돼버린 막장 설정 하에서 벌어지게 될 흔치 않은 구도의 대치 및 살육 액션이 제법 기대가 됐음. / 뜨개질 아주머니가 샷건을 쏘고, 우편 배달부가 쌍권총을 갈겨대며, 평범한 상점 안에는 다이너마이트와 조명탄이 가득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은 무장한 마을 사람들에게 보급소 역할과 함께 아포가토를 제공함. 마을 전체가 악당 포지션에 서서 주인공을 위협한다는 흥미롭고 재미난 설정 하에서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알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대치 상황과 일단 맞붙으면 누군가는 망설임 없이 죽어나가는 시원시원한 살육 액션씬이 제법 흥미롭게 펼쳐졌는데,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상황이 일단락돼서 조금 싱겁고 아쉬웠음. 허나 다행스럽게도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이 야쿠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마을을 아무 일도 없는 노멀한 상태였던 것처럼 원상복구시키자는 계획에 합의를 보고 제휴를 맺는 또다른 유형의 병맛스럽고 흥미로운 그림이 펼쳐졌고, 이후 어쩌다 보니 펼쳐지게 된 마을 사람들과 야쿠자들 간의 난장판 살육전이 앞서 아쉬웠던 액션씬의 분량을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메꿔주며 괜찮은 끝인상을 남겨줬음. / 한편 마을 사람들을 지휘하며 주인공을 괴롭힐 줄 알았던 시장은 상황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일 먼저 유탄을 맞고 산산조각나 버렸고, 옆에서 주인공을 사실상 감시하던 부사수 캐릭터도 갑작스럽게 다이너마이트로 폭사당해버림. 여러 차례 등장했던 경찰서의 여직원 역시 차에 깔려 압사당하고, 전임 보안관을 죽였다는 술집 주인 캐릭터도 주인공을 한차례 위기에 몰아넣고는 얼마 안 가서 비명횡사함. 마찬가지로 후반부 마을 사람들과 야쿠자들 간의 살육전이 벌어졌을 때도 우연찮게 야쿠자 보스의 머리통부터 터뜨리면서 시작되는 등, 여러모로 캐릭터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별안간 죽여버리는데, 이 과감한 선택들 덕에 짧은 러닝타임 속 시원시원한 쾌속 전개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고, 잠시 벙찌게 되면서도 이내 그 화끈함에 취해 살육 파티를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음. / <노바디> 시리즈에서 권태롭고 무심하며 잔뜩 찌들어있는 표정으로 독특한 설정의 코믹 액션 장르를 번듯하게 소화해냈던 밥 오덴커크가 여기선 설정은 좀 달라도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맡아 또다른 매력의 권태로운 히어로로서의 활약상을 보여줬음. 무사안일주의의 태도로 임시 보안관직에 임했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평범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마을을 다음 보안관에게 그대로 넘겨주겠단 초기의 목표를 결국 달성해냈다는 점에서 재미난 일관성이 엿보였고, 반면 그 과정은 전혀 평범하지 않고 굉장히 버라이어티하고 유별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아이러니의 매력 또한 느낄 수 있었음. / 선역과 악역, 네 편과 내 편의 구도가 꽤나 흥미롭게 뒤바뀌는 통에 반가운 혼란을 느낄 수 있었음. 위화감은 들어도 선악이 딱히 구분되진 않았던 초반부를 지나 은행강도들이 들이닥치며 마을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자, 별안간 보안관인 주인공과 은행강도들을 마을 사람들 전체가 죽이려드는 요상한 구도가 형성됨. 그러다 주인공의 선전으로 마을 사람들 중 타협이 안 되는 악인들이 솎아지자 극적으로 평화가 찾아오고, 막판엔 주인공 및 마을 사람들 간의 연합이 야쿠자들을 상대하는 대결 구도 속에서 야쿠자들이 모두 정리되며 마을은 마침내 진짜로 평범해지게 되고, 주인공은 이전까지의 일들을 묵인하고서 마을을 떠남. 굳이 따지자면야 예상치 못할 정도의 흐름까진 아니었지만, 그 타이밍이나 방식 등에서 허를 찌르는 부분들이 제법 보였기에 전반적으로 뻔하지 않게 흥미진진할 수 있었음. / 중간에 야쿠자들이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미국 노멀 마을로 오고 있길래 혹시 비행기가 추락해서 야쿠자들은 다 죽고,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 간의 대치 및 살육전이 계속되는 것 아닐까 예상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저 주인공들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장면일 뿐이었음. 근데 애초부터 그리 비중있게 묘사되지도 않았고, 이후에도 그저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하는 악당 세력 정도로만 다뤄지고서 퇴장한 야쿠자들이기에 비행기 사고로 진작에 제거됐어도 딱히 아쉬울 건 없었을 듯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본편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궁금하기도 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다 싶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