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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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X

영화 ・ 2023

평균 3.0

2023년 12월 12일에 봄

<쏘우 시리즈>는 '당하는 자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 따위가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의 심신'을 위해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 잔혹함에 빠지게 만든다. 늘 그랬다. 위선을 떨 수 없다. 연약한 척할 수 없다. '나였으면 저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같은 어설픈 몰입이 아니라, '결코 직쏘와 대면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생존 욕구가 들 뿐이니까. "내 태양이 다시 뜨려고 지고 있군요." 이건 '권선징악'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악을 피하기 위해', 결국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의 대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직쏘는 늘 '희망'을 중요시 여겼다. 자신이 뇌암에 걸렸음에도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후대 직쏘를 양성하기 위한 '심판'으로서의 희망, 그리고 게임을 이긴 생존자 삶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희망. 비릿한 피비린내를 맡으며 살아온 그의 인생이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면서 누군가 '자신의 희망을 짓밟는 것'에 얼마나 격노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너희들이 이용한 건 그들의 유일한 것이었다. 희망." '직쏘'가 아닌 '존 크레이그'에게 이입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이번 작품.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복수'가 아닌 '일깨워주는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일깨워주는 것은 바로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였다. 존은 손버릇이 나쁜 자를 '잘 생각했다'며 살려준다. 고문기구를 그리던 종이를 구겨버리기도 한다. 그는 분명 그만두려 했다. 나태하게도 삶의 대한 태도가 건방진 저 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옳지 않다고? 도덕적 품위를 설교하시겠다? 감히?" 직쏘는 쏘우 1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감사할 줄 모르는 자들을 '증오'했던 게 아니라, 그 자들을 '더 이상 그렇게 놔두지 않는 것'에 성취를 느꼈다. 자신이 '변화'시키고, 끊임없이 '심판'하고, 규칙에 따라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게임'을 통한 직쏘의 변화 방식은 가벼워 보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받는다는 것'은 '구원의 경중'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인간은 본성에 어긋나는 것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이것도 감당 못 하면 나머진 어떡하려고?" 뇌의 조직 일부를 떼는 장면에서 뒤에 있던 관객분이 숨을 크게 헐떡이시다가 도중에 이탈하신 걸 보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고어 전문가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한니발>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쿵쾅대는 배경음향과 인물의 비명소리 때문에 '잔인함이 극대화'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뿐이지, 고어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었다. "자넨 삶의 의미가 뭔지 생각해본 적 있나?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건 영혼을 찾는 것과 같지." [이 영화의 명장면] 1. 발렌티나의 시체 분명 상황만 보면 '여태껏 봤던 고어 중 압권'인 게 맞는데, 가장 잔인했다고 말하기엔 피 튀기는 양도 너무 적었고 긴장감도 너무 덜했달까. '잔인하다'는 걸 느끼려면 심리적 압박감도 중요한데, '스스로 잘라야 한다는 처참함' 부분에선 압박이 확실했으나, 묘사나 미술분장에 있어서는 그러지 못 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특히 발렌티나의 시체에서 장기를 꺼낼 때 역시 생각보다 얇고 단단해 보이는 느낌 탓인지 와닿지 않았다. 다리를 자를 때 들렸던 '서걱서걱'과 발렌티나의 목을 압박하는 줄톱의 '소리만 들어도 섬찟해지는' 과격한 음향은 탁월했다. "우리 밧줄 생겼어." 2. 엔딩 <쏘우 시리즈>의 매력은 사실 '극강의 잔인함'도, '크레이그의 내면'도 아닌 바로 엔딩에 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쏘우1>의 엔딩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 '그냥 잔인하기만 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넘기던 그 때, 상상도 못 하는 엔딩을 마주하고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내 온몸의 신경은 곤두섰었다. 물론 이 영화의 엔딩이 그 정도의 충격과 버금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기발했다고 본다. '흥분'까지는 아니어도 '흥미'가 진진했다는 뜻. 쏘우 사운드트랙은 워낙 유명하여 이 음향을 썼던 다른 시청각 기억들이 생각이 날 법한데, 직쏘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인지 몰입이 수월했다. "구원받을 기회를 주었으나 매번 삶 대신 죽음을 택했다. 둘은 협력하며 타인을 파멸시켜왔지. 이제 서로 싸워라. 오직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 크레이그의 희망을 저버린 그들은 '이제부터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만큼 살고 싶었을 거니까. 직쏘는 분명 그들을 변화시켰다 "삶처럼 가치 있는 것들은 늘 힘든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