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11기: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
평균 3.9
2023년 12월 18일에 봄
“저기, 짱구야. 네가 잡혀간 후에 다 같이 의논했어. 역시 친구인 널 믿어보자고 말이야. 배신해서 정말 미안해. 이젠 우린 하나야. 아무 걱정하지 마.“ 짱구 극장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개그'인데 그 부분에선 이 극장판이 최고. 극장판마다 '액션', '감동', '공포' 같은 컨셉이 있다면 이 작품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를 밀어붙인다. 어이없는 장면이 연속되다 보니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또 다른 코미디적 요소가 된 셈. 미츠시마 츠토무가 아주 데뷔전을 화려하게 펼쳤다. "된장국 냄새가 참 구수하군. 허나 승리의 냄새라곤 할 수가 없어. 이 변변찮은 밥상을 봐라. 이래서야 싸움에서 이길 리가 있겠나." 결과적으로 짱구 가족이 해낸 건 세상을 구한 것이지만 그들의 목표는 오직 '불고기 밥상'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고기를 씹는 그 일상을 사랑했으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다한다. '겨우 불고기 밥상'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드러나는 대목. “이건 아니야.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 잊었나? 사건을 해결한 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불고기 파티를 하기 위해서였잖아. 그 순간에 마시는 맥주야말로 최고의 맛일 거야. 아, 얼마나 맛있을까.” 짱구 가족의 전투력이 가장 월등하게 나오는 작품이다. 신형만은 조직원 셋은 그냥 때려 눕힐 정도, 봉미선은 유도와 레슬링을 베이스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었고 흰둥이 역시 여기에서만큼은 강아지가 아닌 새끼 이리 같았다. 모든 전투력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느껴져 극장판 중 그 염원이 가장 뜨겁게 와닿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도망 원초적으로 웃기는 건 웃음의 본질을 파고 든다. 과도하게 꾸며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웃었던 유년 시절들이 떠오르며 수많은 영화들을 보면서도 순수하게 웃은 적은 별로 없었으나 그럴 수 있었던 장면. 짱구가 날리는 똥침 하며 신형만의 발냄새, 엽기적인 표정을 지으며 짱아를 제쳐가는 봉미선의 모습까지. 이 장면의 모든 요소들이 너무나도 웃겼다. "평소에 살 좀 빼라니까!" 2. 히치하이킹 이 장면 역시 '웃기라고 판을 깔아주는 듯'하다. 봉미선의 충격적 히치 하이킹으로 시작해서 그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운전자. 여기서 끝낼 법도 한데 한참을 더 나아가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다 사고까지 나고, 뒤쫓아오는 봉미선을 보며 또다시 기겁하고 도망치는 이 뇌절의 흐름이 마냥 웃기기만 했다. 하지만 이 뇌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장한 신형만의 재등장에, 그런 모습을 보고 반하는 범상치 않는 자. 정말이지 이 영화엔 상식에 사로잡히는 흐름이란 없다. “신호를 잘 보고 건너야죠!“ ”상식에 사로잡히지 마.“ 3. 짱구 등장 짱구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많지 않았는데 이 장면만큼은 짱구 극장판 중 가장 온몸에 전율이 돋았던 장면. 5살 어린 아이에 불과한 짱구가 자전거 군단을 몰고 오는 모습은 어렸을 때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됐으며, 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황장군과, 짱구 가족의 재회, 그리고 그들의 각성까지 다루고 있어 가히 최고의 명장면이라 뽑고 싶다. 각자 떨어져 있을 땐 제대로 힘을 발휘 못 하다가 한데 모여 힘을 합치니 그 누구보다 강력해지는 영화적 설정이 너무나도 좋았다. “짱구네 가족, 출동!“ “짱구야, 너 벌써 잊은 거야?”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