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자앙

자앙

2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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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여자

영화 ・ 2024

평균 3.5

우리는 남과 얼마나 ‘함께’ 살 수 있을까. 영화는 초반의 로멘스 코미디 파트에서 ‘멸종 위기의’ 사랑에 대한 농담을 던진 뒤 이 멸종 위기의 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사랑이 멸종해서) 멸망해가는 지구에서 탈출할 것인지를 실험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던 사람들이 결국 서로를 듣기 시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떤 거대한 폭력 뒤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불합리함에 상처받은 개인들이 서로에게 계속 닿으려는 시도는, 누군가에게 나이브해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또다른 폭력을 낳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처럼 결국 손을 뻗어 다른 손을 잡으면 어쩌면 사랑은 멸종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멸망해가는 지구에서 우리는 결국 우리만이 구원이 될 것이라고,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에서 한아는 윙크로 눈짓한다. 이 영화는 SF, 무성영화, 흑백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들을 오마주 내지 차용한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위의 맥락에서 영화라는 도구가 우리가 서로에게 손을 뻗는 행위임을, 그리고 그것을 감독이 얼마나 애정하는 지 엿볼 수 있다. 감독이 불특정 다수인 관객에서 열렬히 온 몸 바쳐 손을 뻗는 행위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독립영화인들이 독립영화 만드는 이야기를 독립영화제에서 독립영화인들이 보는” 영화를 사랑하고 만들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