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6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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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역사

영화 ・ 2025

평균 3.1

2025년 09월 01일에 봄

부산사투리는 시적이다. 미안하다. 보고 싶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각자의 사랑엔 그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다른 성격의, 다른 손길의 사람을 만나며, 다른 경험을 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멜로물의 몰입력은 그 기억이 , 작품과 얼마나 닮아있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건 강한 공감이 아니었다. 어쩌면, 다시는 경험해 보지 못 한 , 찬란했던 시절의 풋풋한 사랑이 아련하게 다가와, 눈가를 적시고,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으며, 영화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따뜻했다. 먹먹함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가슴은 분명 뭔가에 찔리는 것처럼 아픈 듯 싶지만 희한하게 그것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몰려오는 여운처럼 말이다. “뭐 쓸데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나? 이 안에 내 마음, 니 마음, 아들 마음이 다 들어있잖아. 뭐 혹시나 현이가 내 고백을 안 받아줘도 우리가 같이 보낸 이 시간들이 이 병 안에 남는다 아이가.” 자신이 늘 싫어하고 바꾸자 했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 힘이 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 ‘더 열심히 살아야 돼’ 애쓰고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한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사람. 몇 마디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든든함이 되어주는 사람. 여기까지 봤을 때 이 설명은 한윤석(공명) 같지만, 사실, 어둠속에서 허우적대던 이를 구해주고, 안아주고, 손을 내밀어주던 사람은 바로 박세리(신은수)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믿어주고 안아주는 이 유대관계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사랑은 혼자서 해내는 게 아니니까. “내 진짜 이 머리 너무 싫다.” “난 그 머리 좋은데.” 영상미, 사운드트랙, 빛이 나는 청춘.. 모든 한국형 하이틴 로맨스의 매력들이 담겨있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바다의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 푸석푸석하지만 귀여운 곱슬머리, 설레는 입맞춤, 기막힌 카메오들의 출연,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낭만적인 화법까지...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 심지어 제목이 주는 여운도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저런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시에서 튀어나온 듯한 낭만으로 승부를 보는, 내게 있어서 가장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할 줄 아는, 그런 사람. “항상 내가 변해야 누군가가 내를 좋아할 수 있을 줄 알았그든. 막 뭘 더 잘해야 될 거 같고 더 예뻐져야 될 거 같고. 근데 내 가 앞에서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 든다.” 바다에서 모든 걸 포기하려던 사람이, 그 안에서 힘껏 발버둥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본다. IMF 시절 힘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박세리의 존재처럼, 이 영화의 박세리도 그러했다. “솔직하게 말해줄까? 그날은 저 파도에 휩쓸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때 너무 힘들었거든. 그런데 어이없게 거기서 누가 수영을 하고 있더라. 그것도 신나게. ” [이 영화의 명장면] 1. 수능 그럭저럭 공부를 열심히 하고 가족들 없이 홀로 나간 수능장의 거리는 이상하리만큼 시끄럽다. 자신은 혼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도 그녀는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을 응원하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 때 세리는 윤석을 떠올렸던 걸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라고 생각했었을까.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곰을 보고는 반가워 한다. 그 순간 , 그의 응원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됐을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자아자, 파이팅! 박세리, 시험 잘 봐!” 2. 사진첩에 담긴 편지 이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 웬만해서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잘 울지 않는데, 둘의 감정선이 너무나도 먹먹하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같이 함께 했던 순간들이 사진으로 영원히 남아 그 속에서 서로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고, 당장 볼 수 없어 더욱 보고 싶은, 윤석의 진심이 담긴 담백한 어투의 편지 내용도 일품.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아. 웃을 때도 좋고, 웃길 때도 좋아. 그냥 좋아. 무엇을 하든 늘 응원할게.” 차곡차곡 쌓인 사계절 함께 했던 기억 영원이 되는 추억 보고 싶었다는 마음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 “네가 언제인가 했던 말처럼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속 내 마음을 차곡차곡 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세리야, 너는 나를 바다에서 그리고 내 꿈속에서 구해준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야. 손에 꼭 쥐고 있던 너의 이름이 이제는 가슴속에 새겨져서 지워지지가 않아. 바람이 불던 그날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사랑한다, 박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