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mps

인생은 아름다워
평균 3.0
입미진오. "입가에 미세한 진동도 오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신조어였던 줄임말. 이 영화 덕분에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그 줄임말이 떠올랐다. 이 영화도 그렇게 존나게 쉰내난다. 인생은 아름다워? 누구의 인생이 그렇게 아름답더냐? 영화 제목에서조차 창의성과 한글자라도 바꿀 성의가 없다. 왜 이미 있는 영화 제목을 갖다쓸까? 그럼 하다못해 더 잘 만들었어야지. 이제는 네이버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치면 이 영화가 메인에 뜬다. 부모 형제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다. 영화를 보면 그들은 사랑해서 결혼한 것 같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는 좋은 것만 해주고 싶지 않나? 늘 웃게 해주고 싶지 않은가? 편한 사이면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걸까? 언제적 김첨지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1924년작이라 한다. 100년이 지났는데. 시대가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설렁탕 타령인가? 왜 쓸데없이 짜증을 부릴까? 그냥 좋게 좋게 말할 수도 있는데 왜 소모적으로 둘 다 기분 잡치게 만들까? 그냥 평소에 잘 해주면 되잖아. 다정하게 배려해주면 되잖아. 왜 죽을 때 되어야 그제야 정신 차리는 척 할까? 왜? 니 성격이 못돼쳐먹어서? 니가 뭔데 남의 집 귀한 따님한테 이름 놔두고 야야 거리냐? 니랑 성격 똑같은 자식 둘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한 여성에게 니가 하루종일 일하면서 신었던 냄새나는 양말 던져도 되냐? 폐암 걸린 당사자가 얼마나 놀랄까 어떻게 전해야 할까 걱정을 못할망정 혼자 국밥 처먹다가 별안간 꽥 소리지르며 아내를 혼자 남겨두고 나가버린다.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 진봉은 가성비를 존나게 따지는 것 같다. 아니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몸에 아로새겨져있다. 조조영화를 보자는 것도 노래처럼 아침부터 세연을 일찍 오래 만나고 싶은게 아니라 진짜로 500원 아끼고 싶은 것 같다. 신혼 여행도 애국자 타령을 하며 부산 바닷가에서 보낸다. 그냥 지 능력 없는 거면서. 세연이 좋아하는 회를 먹자고 하는데도 싸구려 해운대 모텔로 안고 뛰어간다. 그러면서 훗날 동탄을 지나며 옛날 아이 낳았을 때가 떠오른다며 추억에 젖은 세연에게 저 때 땅을 사놨어야 했다며 쯧쯧거린다. 정우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에서 숙소에 묵을 때도 늘 5만원짜리 한장을 발렛파킹 해주는 분에게 싸가지 없이 건네던 모씨처럼 그렇게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 건넨다. 지 쪽팔리다고 방 잡는 것도 아내에게 떠넘긴다. 아니 숙박인데 5만원으로 되겠냐? 절대 5만원 이상을 주지 않는다. 남은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그래도 좋은 환경에서 묵게 해주고 싶지 않은가?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다. 칠렐레팔렐레 대가리 꽃밭인 세연에게도 30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 세연은 진봉이 조조영화를 보자고 할 때 나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군대 2년 6개월을 기다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버지가 선을 보라 할 때 선을 봤을 수도 있고. 진봉이 울면서 너 없인 못살아 할 때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 애 배서 입덧하는 아내에게 회 한접시 사다주지 못할망정 굶으라며 자긴 혼자 밥처먹고 왔다 했을 때도. 심지어 영화 초반 진봉에게 내밀었던 이혼 서류처럼 그때도 늦지 않았었다. 이 영화는 얼핏 세연이 주인공 같지만 진봉을 위한 영화다. 가족 영화가 아니라 진봉을 위한 영화. 진봉을 보고 웃고 울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진봉의 경악할만한 개그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을만한 사람들. 진봉은 늘 세연이 뭔가를 부탁하면 마지못해 해준다는 듯이 어쩔 수 없이 해준다. 왜 그렇게 비싸게 구냐? 잘생긴 사람은 얼굴값을 하고 못생긴 사람은 꼴값을 한다는데 딱 그짝이다. 놀라운 건 뭔지 아나? 그나마 세연이 폐암으로 두달밖에 시간이 없다고 해서 30년만에 드디어 세연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다. 마지못해서. 폐암 선고 안받았으면? 40년 50년 더 그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착취당하며 살다 죽었겠지? 진봉도, 둘의 아들 딸도 세연을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로서 봐주지 않는 것 같다. 하녀같이 종같이 부려먹는다. 남편은 지 똥 싸는데 휴지를 미리 구비해놓지 않았다며 윽박지른다. 지는 눈 두개 달린 거 대체 어따쓰냐? 팔다리 어디 두고 왔냐? 아들은 엄마가 옆에서 말을 하는데 이어폰 쳐 꽂고 영단어 외운다며 개무시한다. "observe 관찰하다" 라며. 너희 어머니나 먼저 관찰해보아라. 나는 처음에 세연이 귀신인 줄 알았다. 그러고 갑자기 울기는 왜 쳐 우냐? 장면을 위한 장면들. 설득력이 전혀 없다. 딸은 친구들에게 엄마가 내일도,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더니 폐암이라니까 별안간 짜증난다며 운다. 왜? 지 체육복이랑 스타킹 챙겨줄 사람 없어지니까 그렇겠지? 그냥 그게 다다. 그들은 그냥 지 뒤치다꺼리 해줄 사람 없어지니까 아쉬운거다. 가족의 감정적 교류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왜? 영화 마지막 학교 가는 장면에서 아들은 지가 쳐먹는 영양제도 여전히 지가 챙겨먹을 줄 모른다. 딸은 지 아빠 닮아서 옷이 덜 말랐다며 내팽개친다. 남편 자식이 저따위로 구는데 아내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숭고한 희생은 대체 어디서부터 샘솟는걸까? 차라리 영화 초반에 세연과 진봉이 이혼을 했다면 어땠을까? 모피코트, 샤넬백 등 샀던 명품들 환불하지 말고 그것들 다 들고 위자료와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러 떠났다면 어땠을까? 남은 두 달 동안 아내, 어머니에서 벗어나 세연만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정우 오빠를 찾으러 혼자 떠났다면 진봉에게 비웃음당하고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지? 이딴 개헛소리 들을 필요 없었을텐데. 어린 시절 미안한 감정 후련하게 털고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곤 현정이를 만나러 혼자 미국을 가는 것이다. 아마도 현정이는 수영장 딸린 LA 저택이나 뉴욕의 고층 맨션에 혼자 잘 살고 있었을 것 같다. 둘이 회포도 풀고 핫플도 가고 밤엔 멋지게 드레스 차려입고 분위기 좋은 루프탑 바에 가는 것이다. 진봉보다 어리고 잘 생기고 피지컬 훨씬 좋은 남자가 플러팅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 세연은 아직 죽지 않았다며 킬킬 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각본가는 세연에게 어린 시절 아련했던 첫사랑의 소중한 추억조차 허락해주지 않는다. 거봐 그럴줄 알았지 푸하하 거리며 사람 비참하게 우롱하고 관객들에게까지 가스라이팅을 종용한다. 세연은 대체 그동안 사회 생활이라곤 전혀 안해본 걸까? 세연은 진봉이 행시 준비하는 동안, 군대 가 있는 동안, 30년 동안 뭘 하고 지낸 걸까? 세연을 위한 잔치라며 조그만 강당 하나 빌려놓고 데려다놓은 사람들을 보면 친구 현정이, 임신 했을 때 돌봐준 동네 이웃을 제외하곤 다 진봉의 인맥들, 아들 딸 친구들이다. 이게 맞냐?? 세연의 버킷 리스트엔 콘서트 가기도 있었다. 옹성우가 출연해야만 했다면 차라리 세연이 워너원이나 아이돌 콘서트에 혼자 가보는 장면은 어땠을까? 굿즈 사려고 줄도 서보고 딸뻘인 어린 덕메도 사귀어보고. 세연은 혼자 뭘 할 수가 없는 걸까? 명품 지르기. 그나마 다 다시 환불하기.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나올 수가 없다. 세연의 버킷 리스트조차 진봉이 허락하고 그의 손을 거쳐야만 하기에. 세연은 도로 연수도 진봉이 시켜주지 않으면 혼자 강사를 찾아볼 생각도 못한다. 친구 현정이도 진봉이 가성비로 라디오에 한줄 띡 번역기 돌려서 사연 보내 찾아주기 전까진 못찾는다. 저 영화속엔 KTX, SRT도 없나보다. 가게 가서 술 한잔 기울이며 회 먹을 수도 있을텐데 툭 포장해온거 보고 고맙다 한다. 그거 그 싸구려 모텔 가서 먹었겠지. 겉으로는 무심하지만 사실은 아니었어~~~ 하는 장면들... 쌀을 뿌리며 화내던 민원인에게 쌀을 몰래 다시 갖다준 일, 세연의 버킷 리스트를 살펴본 일, 암에 좋은 음식 찾아보기 등등. 그 장면들도 세연은 모르고 죽었다. 관객들에게 보고하기 위한 장면들일뿐. 마지막에 진봉은 세연이 하던 일들 -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은 찬밥으로 끼니 떼우고 다 시든 화분에 물주기 등등 - 을 하다 문득 공허해져 소파만 긁다가 회사에 전화한다. 하루 쉴게요. 담백하게. 그렇게 한마디로 쉽게 휴가 낼 수 있었으면서 초반에 아픈 사람에게 그렇게 지랄을 떨었냐? 그리곤 혼자 서울극장을 찾는다. 영화 내 가장 잘 차려입고. 헤어도 말끔하게. 세연이 말했다. "(나 죽으면) 혼자 살지마. 당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 나이 쳐먹고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면 나가뒤져야하는 거 아닐까요^^? 세연씨 걱정 마시라. 진봉은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거다. 여기 쓰인 명곡들이 아깝다. 이 영화 만들 때 든 비용이 아깝다. 진봉처럼 몰래 기부나 하시지. 이 영화를 본 내 시간, 이 글을 적고 있는 내 노력도 아깝다. + 반복된 신고로 이 코멘트가 하루 정도 블라인드 처리가 됐다. 그동안 이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봤다. 이 영화가 한국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 한다. 앞으로 나올 후발주자들이 어떻든 이 영화는 언제든지 한국 최초로 몇 번이고 소환될 것이다. 최초라고 해서 이렇게 영화를 허술하게 만들어도 될까? 최초라고 관객들이 덮어놓고 그래도 잘했다며 호평만 해야 될까? 이 영화에도 세연처럼 시간은 있었다. 이 영화는 원래 2020년작인데 코로나로 2년 개봉이 밀렸다고 한다. 그동안 추가 촬영이나 재편집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순 없었을까? 한국 최초인데? 이 영화에 감동받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 영화 덕분에 서울극장이 재조명되고 극장에 활기가 돌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에 폐업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 얼마 전 메가박스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가 재개봉하여 인생은 아름다워를 관람하고 3일 후 처음으로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1952년작이라 한다. 무려 70년 전 영화이다. 차라리 인생은 아름다워가 2020년에 개봉했다면 사랑은 비를 타고와 비교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