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력

악녀 ~일하는 게 멋없다고 누가 말했어?~
평균 4.1
젠더 문제에 관해 지극히 일본식으로 얘기하는 드라마인데 그래서 좋았음. 현실을 인정하고 무시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아주 모든 것이 판타지스러운ㅋㅋㅋㅋ 허나 기왕에 보여준다고 만들 거면 이렇게 보여주기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는 내내. 매일 바쁘게 이리저리 발로 뛰며 땅이 아니라 (T.O의 말처럼) 앞을 보는, 어디든 직진하며 또는 직시하며 달리는 데 바쁜 타나카의 태도가 좋았다. 한 사람이 결국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 너무나 판타지 세계관인 거 알지만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더욱 재밌고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네기시가 타나카를 콕 찝어 선택하며 말할 때 그는 자칭 씩씩하단 표현을 쓴다. 그러면서 넘치는 에너지를 두고 <너는 '크레이지'해> 그 말인 즉슨 골방에 앉아 머리만 싸매며 굴리지 않는다는 거다. 명석하게 발로 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는 해결과 결과에도 매달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하나 후반에 가면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타나카는 '일로 빛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드라마상 겉껍데기론 남자나 사랑 때문에 열의를 갖는 것처럼'도' 꾸며놨지만 실제로 타나카에겐 미네기시 같은, 혹은 미네기시보다 더 높은 방향성의 욕심이 있다. 단지 신입이고 덜 갖춰진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모르고 남도 못 알아챌 뿐이지만 '그곳'으로 늘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동행자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의 합이 재밌었음. 사소한 포인트지만 연애하지 않아서 좋았고(뉘앙스를 계속 풍기긴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현실과 결부된 이슈들을 이론적으로는 될 수 있는 한 거의 다 짚어줬으며, 무엇보다 주인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캐붕시키지 않았음. 이런 종류나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소위 주인공이 여자면 정말 까딱 잘못해서 제작자들이 자기들이 인지도 못한 사이에 주인공을 낮추는 위치에 갖다놓을 수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정말 단 한 번도 사사롭게 주인공을 깎아내리거나 비하하지 않았음(솔직히는 놀라웠다 이게 뭐라고) 이런 드라마를 만들 때 캐릭터를 존중하도록 느끼게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텐션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래서 그 밖에 그냥 대충 더 판타지스럽게 나오는 남캐들 묶음들은 퉁쳐서 이해하기로 했음... 늘 시커먼 복장을 하고 나오는 미네기시와 기이한 패턴과 신기한 색깔의 넥타이를 항상 매고 나오는 타나카가 인상적이었고, 일이 끝나면 밥을 함께 먹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좋았음. 여러가지로 즐거워서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드라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