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매년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가르치는 저자는, 수업 시간에 디자인 크리틱을 하면서 지도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글로 남기기로 했다. 건축가의 삶을 24시간으로 봤을 때, 건축가로서는 초년생인 저자의 현재는 새벽녘의 안개를 지나 아침햇살을 띄우고 하늘 한가운데에 조금 못 미친 때라고 할 수 있다. 겁 없이 건축가의 길을 당당히 나섰지만, 실패를 맛보며 좌절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시야도 정돈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뚜렷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보이고, 이해하지 못했던 스승의 가르침에 깊이를 느끼면서 풋내기 건축가에게 건축관이 서게 되었다. 건축가를 꿈꾸는 제자들을 가르치며 저자의 과거를 봤을 것이다. 돌아보면 얼굴 붉힐 만큼 허술하기도 했지만, 그때 그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건축관이 이 정도로 다듬어지지는 않았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강의와 건축디자인에 쏟은 정성이 어느덧 크고 작은 프로젝트로 쌓이고 3번째 책으로 남았다. 삼각자와 티자로 상징되던 건축가들이 이제는 마우스를 손에 쥐고 설계 프로그램과 씨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진화속도가 빠른 21세기를 보내고 있는 건축가들이, 더욱 자극적이고 돈이 되는 디자인만을 요구하는 현실과 개성 넘치고 혼이 담긴 건축디자인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아직 건축관이 잡히지 않고 실수를 반복할 예비 건축가들에게, 건축가가 되는 지름길이 아니라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인지, 훌륭한 건축가라면 반드시 디자인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형태나 구조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관계”가 있음을 강조해야 할 때임을 절실히 느꼈다. 건축을 배우며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예비 건축가들에게 창문의 크기보다, 설계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노하우보다, 인간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등 “관계”를 회복시키는 건축을 디자인하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52 9 12>는 모더니즘의 유전적 계보를 설명하면서 시기적으로 건축 역사 초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를 다루었던 , 근대 건축대가들의 모더니즘 이후에 펼쳐지는 20세기 중반부터 현재를 다루었던 <현대건축의 흐름>을 이어 세 번째로 출판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이 책은 첫번째는 건축에 대한 생각의 편린들을 묶어 놓은 ‘건축에 대한 52가지 생각’이라는 장과 두번째는 필자가 운영하는 설계 사무소인 ‘Hyunjoon Yoo Architects’의 건축철학이 담긴 장, 세번째는 그 사무실의 실제 디자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소개가 있는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인 52가지 생각들의 모음 글은 서로 떨어져 있는 듯이 보이나 하나로 묶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평면도와도 같고, 건축 디자인 작품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결과물로서 입면도와 같다면, 9가지 건축 철학에 대한 글들은 단면도와도 같다. 독자들은 이 세 가지 도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필자가 생각하는 건축이 무엇인지를 상상하고, 공감하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