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위트와 정보가 넘치는 ‘역사 종합선물세트’
역사는 언제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어제의 만남이 오늘의 사건이 되고 내일의 역사가 된다. 특히 그 주인공들이 유명인사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고대의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유비와 제갈공명에서 현대의 닉슨과 마오쩌둥(1972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2000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남들이 수없이 많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인 만남들을 중심으로 세계사 연표를 작성한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은 만남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이 책은 고대 이래 세계 역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은 물론 엉뚱한 만남, 재미있는 만남, 별 볼일 없는 만남 등 온갖 만남들을 집대성한 리스트 북(list book)이다. 그중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철학자 디오게네스, 사자왕 리처드와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 단테와 베아트리체, 대통령 케네디와 소년 클린턴의 만남 등 제법 알려진 일화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것들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들에게 학생 대표로 환영사를 낭독한 인물은 다름 아닌 로베스피에르(나중에 그들을 단두대로 밀어넣은 장본인)였다. 링컨 대통령이 당시 유행하던 연극을 보러 극장을 갔을 때 그 연극의 주연 배우가 바로 존 윌크스 부스(링컨 암살범)였다. 찰리 채플린, 런던의 빈민가에서 마하트마 간디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 <모던 타임스>의 영감을 얻다. 사회주의 문학의 대가 고리키와 마크 트웨인이 뉴욕 한복판에서 손을 잡고 볼셰비키 공작금을 모금하다. 미국에 간 신출내기 비틀스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찾아갔다가 박대를 당하지만, 대신 함께 즉흥 연주를 하다. 윈스턴 처칠이 미국 순회강연을 갔다가 역시 순회강연을 하고 있는 미국 소설가 윈스턴 처칠을 만나다…….
그들은 왜, 어떻게 만났을까?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역사에 어떤 파장을 미쳤을까? 이렇듯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의외의 역사적 디테일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국의 프리랜서 저술가인 저자는 이 책을 ‘역사를 내다보는 작은 창문’으로 규정한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 특정 인물의 조우라는 좁은 프레임에 들어온 역사의 단편만 제시하는 수법이다. 우리가 편년체 정사(正史) 위주로 ‘원인-경과-결과’ 따위 암기 항목으로 접했던 서양사와는 꽤 거리가 있다.
저자가 책에 들어갈 만남을 골라내는 데 적용한 규칙은 이렇다.
1)만남의 당사자들이 모두 유명인사일 것, 2)양자가 모두 서로의 존재에 대해 깜깜한 상태에서 우연히 잠깐 마주칠 것, 3)그 만남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것.
물론 이 세 가지 규칙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예외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철저히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저 말초적 호기심만 자극할 뿐인 야사(野史)나 야담(野談) 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서구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른바 뽑아낸 리스트 북이 시대의 유행과 관계없이 꾸준히 발간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은 주로 정치사나 왕조사 위주로 편찬된 엄숙주의 편년체 역사보다 재미있게 읽히기 때문이다. 또 원래 사소한 것 음미하기, 몰래 들여다보기를 즐기는 그들의 본성에도 맞는다. 예컨대 혁명의 불꽃보다는 그 불을 피운 성냥 또는 불쏘시개, 누가 어떻게 사고를 쳤느냐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낸 온갖 정보들을 적당히 짜깁기해낸 리스트 북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어디서 이런 자료를 찾았나 싶을 만큼 능수능란한 취재력, 유머와 위트를 솔솔 뿌려 낸 풍성한 상차림에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