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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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해져야 한다.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 세계와 단절하지 않고서는 세계의 지배로부터, 고정관념의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다. 라깡, 바디우, 코난 도일, 나보코프, 폴 오스터, 신디 셔먼, 쇠라… 추리소설적인 삶 속에서 실종되는 탐정들, 고독과 타락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에 대한 사유 미학자 백상현의 신작 『고독의 매뉴얼』이 출간되었다. 대학에서 정신분석과 미학을 강의하고, 현재 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FLC 상임교수인 저자는 ‘고독’이라는 주제에 대한 이론적인 동시에 실천적인 글쓰기를 시도한다. ‘라깡, 바디우, 일상의 윤리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정신분석(라깡)과 철학(바디우)의 틀로 우리 삶의 당면한 문제, ‘벌거벗은 삶’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작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에서 명료한 논리, 유려한 문장과 미술사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추리소설적 기법을 차용, 라깡과 바디우의 이론적 개념을 삶의 실천과 연결시켜 급진적인 사유의 모험을 감행한다. 문학과 철학, 대중문화, 회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고독’에 이르는 길을 설명하는 한편, ‘타락하는 것’이 어떻게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절차인지를 논증하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고독하지 않다면’, ‘타락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삶의 몰락을 적극적으로 실현하지 않는다면 삶의 진리, 다른 삶은 실현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 왜 고독해져야 하는가 □□ 삶에 관한 더 이상의 미스터리가 없는 시대, “차라리 거창한 비극이었으면 좋았을 우리의 삶은, 잘게 갈린 스테이크처럼 맛을 알 수 없는 밋밋함으로 가득”하다. 이제 모두가 삶의 허망함에 관해 알고 있으며 그것을 잊기 위해 욕망한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헛된 욕망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다른 삶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삶, 주체적인 삶은 정말 불가능한가? 저자는 타자(고정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삶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체적인) 의지로는 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고독해지는 것이며, 우리를 매혹시킬 ‘사건’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주체란 없다. 스스로 무언가를 이룩할 수 있는 개인의 의지와 같은 신화는 없다. 그래서 고독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비-선택의 상태에 대한 선택. 이 역설적 (비)선택이 바로 고독이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의지의 공백에 대한 의지. 그것이 고독이다. 진리에 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면서도 동시에 최대한의 것은 마음의 문을 잠그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마음의 문을 잠그지 않는다면 마음은 미래에로 열리지 않는다.”? □□ 사건의 출현, 추리소설적 삶에서 사라지는 탐정들 □□ 우리는 인생을 한 편의 소설에 비유하곤 한다. 저자는 그렇다면 그 형식은 추리소설에 가깝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삶은 언제나 질문의 형식으로 다가오고, 질문에 노출된 주체는 그 답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무엇을 원하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성은 무엇이지? […] 결혼은? 가족은? 죽음이란? 삶이란? 매번의 질문은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 연작처럼 우리의 삶을 의미를 찾아 나서는 모험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그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르게 되는 장소는 타자의 장소, 타자가 마련한 장소이다. 그리고 미스터리의 답안은 우리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연작이 끝없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고안된 미끼에 불과하다. 만일 삶이 이렇게 모순된 추리소설의 형식에 불과하다면, 소외라는 개념은 우리 인간 존재에 보편적인 조건이 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닐뿐더러 심지어 우리가 찾는 삶의 진리조차 타자의 음모 속 미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삶은 어디에 있는가? 진정한 진리는 무엇인가? 그 답을 찾을 위해서 우리는 ‘사건’을 기다려야 한다. 저자는 책에서 그렇게 추리소설적 삶에서 사건을 맞닥뜨린 탐정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평온했던 날의 오전 문득 찾아온 섭식장애의 증상이(공백을 먹는 여자), 자신의 주인공을 살해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고독이(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형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또 다른 진실이(『세바스천 나잇의 진짜 인생』),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죽음이(『안티고네』) 또는 한밤중에 잘못 걸려온 전화 저편의 낯선 목소리가(『뉴욕 3부작』) 존재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라깡, 바디우, 타자의 목소리에 저항하는 법 □□ 이 책에서 사건이란 바디우의 사건의 철학에서 비롯된 용어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균열되는 순간, 불안의 시간이다. 저자는 이 순간에 매혹되고, 사건을 사건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로운 주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방법,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타자(고정관념)의 목소리에 저항하는 방법을 정신분석의 실천에서 찾는다. “정신분석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질서를, 억압에 근거해서 정립된 환영의 질서인 그것을 타자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주체를 중심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선물이다. 그리하여 주체는 지식과 고정관념의 틀로부터 매번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유령 같은 존재 혹은 비존재가 된다. 정신분석의 실천이 추구하는 인간상이란 바로 이것이다. 유령-되기의 실천, 혹은 매순간 공백을 중심으로 다시 창조되는 주체-되기의 과정.” □□ 고독의 절차, 일상의 윤리학 □□ 저자는 주체는 실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주체는 과정이고, 그것은 다름 아닌 고독의 절차다. 사건(균열, 불안)의 고독을 견뎌내는 자, 타자의 어떠한 지식에도 의존하지 않는, 그 자신에 대한 확신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이것이 타자의 목소리, 그것의 지배력에 저항하는 유일한 절차이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로 이끄는 것이 바로 유령이다. 유령은 상식이 지배하는 질서의 세계에서 낮이 아닌 밤의 영역을 떠도는 혼돈의 정령들이다. 평온했던 일상을 일순간 불안의 영토로 만들고, 견고한 현실의 질서를 흔들어, 마침내 일상의 명료했던 질서조차 의심의 눈길로 거리를 두게 만드는. 유령은 고독에 도달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전령이며, 그곳에서 모든 것을 매번 다시 시작하도록 명령하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이다. 저자는 유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금만 더 욕망할 것을 촉구한다. 나의 자아를, 세계의 테두리이기도 한 타자의 세계를 초과하려는 욕망. 일상의 소소함이 얼마나 커다란 비극인지를 간파하도록 우리를 몰아붙이는 바로 그 욕망. “고독해져야 한다.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 세계와 단절하지 않고서는 세계의 지배로부터, 고정관념의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다.” □□ 내용 소개 □□ 1장 ‘절망한 자들의 세계관’에서는 정신분석 임상이라는 영토에서 출현하는 유령이 소개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세계를 한 편의 추리소설로 은유한다. 왜냐하면, 정신분석 임상이 전개되는 과정은 환자와 분석가의 짝이 그들의 무의식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비밀을 탐사하는 탐정소설의 여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은유를 위해서 저자는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 그리고 『롤리타』로 잘 알려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세바스천 나잇의 진짜 인생』이라는 텍스트를 소개한다. 우리의 인생-소설을 지배하는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히려는 이러한 시도는 이어지는 세 번째 이야기, 거식증의 여인을 치료하는 정신분석가의 사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사용된다. 2장 ‘고독의 절차’에서는 알랭 바디우의 사건의 존재론을 다루면서 라깡에서 바디우로 이어지는 주체 이론의 친밀성을 강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