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고 해외여행도 할 수 있다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내 힘으로 언어 연수를 하겠다며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청년들이 매년 4만6천여 명.
대한민국이 텅텅 비도록 해외로 청년들을 내보내야 한다지만, 그들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걸까?
우리 시대 분투하는 청년들에 대한 르포르타주
1. 2015년,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세 가지 뉴스
2015년, 우리는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세 개의 뉴스를 접했다. ① 4월 초에는 호주에서 실종된 워홀러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② 4월 말에는 대통령의 남미 순방 성과로 칠레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그보다 앞서 3월, 중동 순방 시,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청년들을 중동(해외)으로 보내자’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③ 그리고 5월 초, 호주의 공영방송인 ABC에서 공장과 농장 등지에서 워홀러들이 노예 노동과 성폭력, 임금 체불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자 호주 시드니 영사관과 한인 단체가 공동으로 “샘 해밍턴과 함께하는 안전한 호주 생활”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http://tvcast.naver.com/sam
2. 워킹홀리데이, 돈 없는 청년들의 언어 연수
워킹홀리데이란 뭘까. 청년들은 다 아는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라는 제도는, 18세에서 30세까지의 청년들에 한해, 현지에서 관광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임시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비자를 내주는 것이다. 한국은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홍콩, 타이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포르투갈,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발효 예정), 벨기에(발효 예정), 칠레(발효 예정) 등 20개 국가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영국과 청년교류제도를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는 돈 없는 청년들이 선택하는 언어 연수의 방법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 한 줄 넣고자 많은 청년들이 언어 연수, 교환 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떠난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젊은 친구들에게, 자기 힘으로 일해서 돈도 벌고 외국어도 배우고 해외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워킹홀리데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을수록, ‘스펙’이 부족할수록 ‘워홀’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4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워홀을 떠나고(2013년 현재 4만6천 명), 그중 70퍼센트인 3만 명 이상이 호주를 선택한다. 외교부는 대학을 돌며 워킹홀리데이 설명회를 하고 있고, 정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확대하고 있으며, 청년들에게 해외로 나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3. 스물다섯 살 ‘알바 소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다
“스물다섯 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휴학 기간 1년을 합쳐 5년 동안 대학을 다녔다. 생활비와 매년 훌쩍 오르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는 그날까지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언어 연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때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호주가 내게 다가왔다. 저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돈도 벌면서, 영어도 배우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니.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떠났다. 그리고 나처럼 매년 3만여 명이 호주로 떠난다.”
이 책은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통해 호주에 갔으며, 여행자와 이주 노동자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는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라는 새로운 신분을 가지고 살았던 20대 중반의 청년이 기록한 일종의 참여 관찰 보고서이자 르포르타주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 실업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려 할 때, 해외로 청년들을 내보내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겪고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글이다.
4. 워홀러, 여행자와 이주 노동자의 중간
이 책은 시드니 공항에 내려 방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도시와 농장에서 일하며 부딪힌 현실 속에서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들을 던져 준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면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호주를 가지만, 돈이 없고 영어를 잘 못하면 저임.단기.하층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 결국 한인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되지만, 호주의 교민이 10만여 명인 데 반해, 유학생과 워홀러들이 5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워홀러들은 교민들에게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저렴한 일자리를 무한 제공하는 존재들이며, 하숙 등의 수입원이기도 한 현실. 한인 사회에서 존재한다는 신분 피라미드에서 가장 하층이라는 워홀러. 그 위에는 이민을 준비 중인 직업학교 유학생, 그 위에는 일반 유학생, 그다음은 현지 교민, 그 위는 현지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계 호주인들이 있다
수습 기간이라며 최저임금의 1/4에 해당하는 임금만 지급하거나 보증금 명목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한인 업주들. 영어를 배우러 갔는데 일할 때 말하지 말라는 농장주의 호통. 같은 농장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돈 벌러 온 네팔 사람과 영어를 배우러 온 한국인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워홀들의 모습. 호주의 최저임금이나 노동조건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만, 워홀러들이 속한 2차 노동시장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
결국, 이 책은 워킹홀리데이에서 우리가 외면하거나 정면으로 대하지 않는 문제를 말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가 결국 노동문제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네팔 노동자들과 한국인 워홀들이 일하던 농장에서 한국인들이 현금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한국인들이 네팔인들을 도둑으로 지목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작 호주 경찰들이 한국인들을 네팔인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대하는 걸 보고 그들 눈에는 우리도 같은 이주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진짜 워킹 ‘홀리데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겪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5. 호주에서 얻은 것은 ‘일하는 사람의 시선’
호주에서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던 필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로운 ‘시선’이었다. 이전에 나는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대학생’의 시선으로 살았다. 세상을 책처럼, 그래서 모두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하는 대상으로 보았다.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파업 노동자들, 학교를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 시골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 모두가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주에 다녀온 후 나는 이제 ‘일하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건물을 가든 직원용 통로나 물건 수송용 엘리베이터를 유심히 본다. 직원용이 손님용에 비해 너무 열악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어디에서 배우거나 뉴스에 나왔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들과 공감하게 된다. …… 일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습관은 아직도 몸에 남아 있다. 식당에 가면 나도 모르게 주방을 먼저 본다. 조리대가 낮아서 허리가 아프지는 않은지, 환기는 잘되는지, 일하는 사람들이 쉴 의자는 있는지, 나는 밥을 먹고 있지만 그 순간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거나 배고픈 상황은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인터넷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성 글을 읽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마치 어느 날, 외국인은 나가라는 문구를 시드니에서 보았을 때의 그 기분이 되고 만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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