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내부의 적

츠베탕 토도로프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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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민주주의 내부의 위기 7 자유의 역설 /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 / 삐걱대는 민주주의의 위험 2. 과거의 논쟁 19 등장인물 / 인간의 의지와 완벽함을 주장한 펠라기우스 / 무의식과 원죄를 강조한 아우구스티누스 / 논쟁의 결말 3. 정치적 메시아주의 39 혁명기 / 첫 번째 흐름-혁명 전쟁과 식민 전쟁 / 두 번째 흐름-공산주의 기획 / 세 번째 흐름-폭탄으로 강요된 민주주의 / 이라크전쟁 / 고문의 악영향 / 아프가니스탄전쟁 / 리비아전쟁-결정 / 리비아전쟁-수행 /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 도덕과 정의 앞에 선 정치 4. 개인들의 전제정치 91 개인을 보호하기 / 인간 행동을 설명하기 / 공산주의와 신자유주의 / 체제 유지 / 신자유주의의 맹점 / 자유와 애착 5. 신자유주의의 결과 119 과학의 잘못 / 법의 후퇴 / 의미 상실 매니지먼트 / 미디어권력 / 공적 발언의 자유 / 자유의 한계 6.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 155 포퓰리즘의 부상 / 포퓰리즘 담론 / 국가 정체성 다문화주의를 배격하다-독일의 사례 / 다문화주의를 배격하다-영국과 프랑스의 사례 히잡을 둘러싼 논쟁 / 권위의 변질이 야기한 집단적 불안 외국인과의 교류 / 더불어 살아가기 7. 민주주의의 미래 191 꿈과 현실 / 우리 안의 적 / 부흥을 향하여? 주 209 찾아보기 215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민주주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츠베탕 토도로프는 문학을 공부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이름이다. 20대 중반까지 불가리아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로 건너와 러시아 형식주의를 서구에 소개하며 구조주의 서사론의 막을 열었고, ‘환상문학 서설’이라는 저작을 통해 장르 문학 비평의 토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후 토도로프는 플랑드르 파 회화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분석한 ‘일상 예찬’과 같은 본격적인 미술 비평 작업을 병행하고, 루소와 계몽주의 시대의 유산을 찬찬히 곱씹어보는 사상사적 저작들도 꾸준히 펴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인 언급을 직접적으로 쏟아낸 것은 최근의 일이며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하나의 독특한 정치사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번 책이다. 불가리아 출신의 토도로프는 전체주의 체제, 특히 현실 사회주의 체제의 허상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구의 민주주의 체제는 여러 허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늘 ‘더 나은’ 체제로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의 종언 이후,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목도하며 그는 민주주의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심대한 위기에 처했음을 지적한다. 유럽 국가들은 주저 없이 고문을 승인하고, 미국에서는 기업이 선거 후보자들을 후원하는 것이 합법화한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서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흔한 수사에 대해, 그는 이것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핑계에 불과하며 서구 민주주의의 위기는 내부에 잠재되었던 위험 요소들이 부각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한 단계라고 단언한다. 민주주의의 3요소를 진보, 자유, 인민(민중, 대중)으로 정리하는 이 책에서, 토도로프는 이 세 요소가 절대화하게 될 때 각각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고대와 중세 역사, 현실 정치를 오가며 명료하게 정리해낸다. 20세기 역사의 3단계, 즉 전체주의(불가리아 공산주의), 파시즘을 극복한 자유주의, 신자유주의를 겪은 노장 학자 토도로프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그리스에서 ‘휴브리스’라고 불렀던 인간적 오만함의 귀환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생태주의를 비롯한 겸손하면서도 낙관적인 장기적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또 (도덕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주의와 대립하지 않는, 즉 그런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현실주의를 추구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개인적 삶과 공동체적 삶의 특징에 관한 인문.사회과학적 연구를 참조해서 얻어질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한마디로 ‘민주주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인 셈이다.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은 그들이 가한 타격보다는, 그로 인한 대응을 통해서 민주주의 사회에 생생한 흔적을 남겼다. 이 능숙한 도발에 미국은 눈앞의 붉은 천을 향해 황소가 혀를 내두르며 돌진하듯 대응했다. 그렇다면 뉴욕을 공격한 일회적인 테러와, 수년간 수백만의 희생자를 내고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소비했으나 그간 미국의 명성(돌려 말하면 안전)에 먹칠을 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더군다나 미국의 대외 전쟁은 스로를 상처 입혔고, 유럽 동맹국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고문을 허용하고 소수자를 차별하며 이들의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다.(11) 민주주의 역시 다른 정치체제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활동에 대한 어떤 개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체제는 신정정치나 전체주의 체제와 달리 국민들에게 구원을 약속하지도, 거기에 이르는 길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지상낙원을 창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사회 질서의 결함은 어쩔 수 없는 조건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전통이 부과한 규칙에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하지 않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체제와 민주주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체념으로 점철된 운명론적 태도를 거부한다. 1. 자유는 어떻게 극우 파시스트들의 개념이 되었나 “나는 전에는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 중 하나라고 믿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외부 적의 출현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징후일까, 아니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이데올로기와 운동 내부의 위기일까?”(10) “미국 대통령처럼 수천 년의 인류사를 무시하고 ‘자유의 가치는 모든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당하고 옳다.’라고 부르짖어도 될까? 우리는 정말로 ‘여우가 닭장 속에서나 마음껏 누리는 자유’를 비롯해 무조건적으로 모두의 자유에 찬성하는가? 여러 보편적 가치들 중에서 느닷없이 ‘자유로운 공격’을 내세우면서, 경제 부문을 국유화한 모든 나라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가?”(63) 진정한 자유를 찾아 고향 불가리아를 떠난 토도로프에게 최근 ‘자유’라는 말이 유럽의 극우 인종 혐오 정당의 슬로건이 되거나 열강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구실이 되는 현상은 특히 불길한 징후로 보였다.(물론 이는 아주 새로운 현상만은 아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자 드뤼몽은 자신의 매체를 <자유발언>이라 이름붙였다. 이때 자유란 유대인을 비방할 자유를 뜻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토도로프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경제적 차원이 사회적 차원에서 분리되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경제적 개인의 독재가 시작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계몽주의와 같은 출발점을 갖는 자유주의는 세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며 마지막 단계인 극단적 자유주의(혹은 신자유주의)의 상태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경제적 자유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익으로 바뀐다는 신자유주의적 관념의 오류는 너무나 명백하다. 이렇게 ‘자유’를 지나치게 절대화할 때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다. 토도로프가 보기에 급진주의와 그에 따른 이분법적인 논리는 신자유주의와 전체주의 담론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경제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가 있으며, 개인주의적 삶만큼이나 공동체적 삶을 원하는데, 이 둘 중 하나를 다른 하나에 종속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와 속류화된 공산주의의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고전적인 자유방임과도 다른 것으로 이들은 경쟁을 방해하는 모든 구속을 체계적으로 없애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장려한다. 가령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이론가인 하이에크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태도는,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식물의 구조와 기능을 잘 알아야 하는 정원사와 같다.” 자연과 역사 법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주어진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이 바로 공산주의자와 신자유주의자에게 공통된 과학주의의 특징이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고,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속류 과학주의야말로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치인인 대처, 레이건, 피노체트의 개혁을 관통하는 정신이며, 이를 뒤따르는 것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에 적용된 충격 요법(일련의 갑작스런 민영화), 그리고 금융 위기 때 IMF가 강요한 일련의 구조조정들, 서구 국가들이 개입해 추진한 민간 은행 구제 등이다. 이제 이윤은 개인에게 돌아가지만 위험은 사회가 떠안는다. 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채택한 미국과 영국은 2001년 9.11 공격 이후 개인 경제 주체들에게는 자유를 허용하면서 시민의 자유는 점점 더 통제했다. 신자유주의에서 이런 아이러니는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다. 어떤 선택보다 정치적 선택을 중시한 공산주의 권력은 경제 활동의 자율성을 문제 삼는다. (그 결과 지속적인 경제난을 겪는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적 자율성이 여러 영역의 압박 속에서 위협받는다. 오늘날 새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화는 경제 주체가 국내 정부의 통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만든다. 다국적기업은 정부의 개입에 맞서서 더 환경이 좋은 곳으로 공장을 옮긴다. 오늘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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