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이 열렸다고요? 그래도 난 탁구 시합에 가야 해요!”
세상은 그렇게 느닷없이 바뀌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지성과 감동, 가슴 뛰는 별별 이야기의 세계
돌베개 그래픽노블 & 논픽션 시리즈 ‘만화경’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넘어
새로운 평화를 기다리는 지금 우리에게 날아온
유쾌 상쾌 강력한 서브!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담소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종전을 약속했다. ‘평화냉면’이 된 평양냉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짤방’으로 친숙한 북쪽 정상의 한마디가 유행어로 등극했다. 이어 전 세계에 잠들 수 없는 밤을 선사한 북미회담 취소와 재개 선언,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대통령의 명언을 남긴 2차 남북 정상 회담까지. 시쳇말로 ‘이거 실화냐?’ 싶은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발 앞서 비슷한 혼돈을 겪은 동독 출신 만화가가 유쾌한 강서브를 보내왔다.
『어쨌거나 핑퐁』은 베를린 장벽이 느닷없이 열린 그해, 탁구에 푹 빠져 있던 동독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역사의 과도기에 인생의 과도기를 맞이한 소년들의 우정과 열정, 용기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만화다. 작가는 무너져 가는 동독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경험과 혼란한 사춘기의 감정들을 자신과 똑 닮은 주인공에 투영해 섬세하고 진솔하게 그려 냈다. 정치 이념적인 이야기는 저 뒤로 물린 명랑 만화인 듯해도 세밀하게 묘사한 장면들 안에 시대 상황에 대한 은유와 풍자를 절묘하게 녹여 놓았다. 왕성한 사춘기의 감정들이 음울한 동독 사회의 잿빛 분위기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인다.
1989년 동베를린, 사춘기 문 앞에 선 소심한 모범생 미르코 바츠케는 질 나쁜 고학년들에게 고자질쟁이로 찍혀 등굣길이 괴롭기만 하다. 예기치 못한 위기마다 미르코 앞에는 ‘서독 아빠’를 둔 삐딱한 전학생 토르스텐이 나타난다. 운동에는 젬병이지만 탁구만큼은 좋아하는 미르코와 매사 퉁명스럽지만 사실은 친구가 필요한 토르스텐은 핑퐁핑퐁 공을 주고받으며 더욱 친밀해진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고학년들과의 탁구 해프닝이 어쩌다 보니 교내 탁구 대회를 개최하는 문제로 커지고, 두 사람은 툭탁거리면서도 함께 시합을 준비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탁구 대회를 열기로 한 바로 그날, 세상이 발칵 뒤집혀 버린다.
같은 반 친구도, 절친의 아빠도 서쪽으로 사라져 버렸고, 우리 부모님도 ‘도망치려’ 한다. 아이들은 어느 날 아침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발기한 아랫도리처럼 낯설고 당황스러운 변화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면서도 내심 흥미로운 신세계에 압도된다. 그 모순적이고 혼란한 감정을 애써 담담한 척, 무심한 척, 이른바 ‘쿨한 척’으로 넘기면서, 지금 가장 확실하고 소중한 친구(우정)와 탁구(열정)를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맹세로써 붙들어 보려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이렇게 미르코와 토르스텐이 툭탁툭탁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동독 사회가 모순과 혼돈을 딛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 마빌은 이 두 가지 성장담을 미묘하고 야단스럽지 않게, 동시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엮어 냈다. 그렇게 해서 『어쨌거나 핑퐁』은 개인의 성장에 방점을 찍든 사회 구조에 방점을 찍든 어떻게 읽더라도, 종잡을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감정, 어쩌면 성장통에 대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된다. 그 보편성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쾌한 웃음과 더불어 무릎을 칠 만한 시사점을 던져 주는 것이다.
표정이나 시선 하나에서도 각 인물의 특성이 오롯이 느껴지는 섬세하고 역동적인 그림, 마구 풀어헤친 것 같지만 기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빠지며 세밀하고 탄탄하게 엮인 이야기는 굳이 시사적인 의미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만화로서 좋은 모범이 될 만하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해 출간되었고, 2014년 에를랑겐 국제 만화 살롱에서 “진실성의 기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막스와 모리츠 상 ‘최고의 독일 만화’ 상을 받았다.
현지 독자 서평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
“감동과 유머가 함께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많은 애정과 섬세함, 멋진 그림이 담긴 책.”
“경계를 허무는 그래픽 노블. 완벽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