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번에 제대로 발가벗기다!”
why, 다들 왜 그렇게 결혼에 관심이 많을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 한다’는 의미가 퇴색한 요즘 TV에서는 수도 없이 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아내가 결혼했다>는 책에 이어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큰 인기와 함께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도 방송이 되고 있다. 이들 매체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나 결혼 문화 그리고 결혼생활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결혼의 다양한 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가만 보면 대중매체를 통해 들여다본 결혼은 아름답기만 하다거나 행복하기만 한 결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결혼은 이상하기까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 결혼에 왜 열광하는 것일까. 왜 다른 사람들의 결혼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일까.
12년차 유사품 주부 신은자 저자와 10년차 무자격 주부 신진아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이 결혼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남들이 하니까 했다. 둘째, 늦으면 힘들다니까 했다. 셋째 혼자 있는 것보다 좋을 것 같아서 했고, 넷째 막연한 불안감이 없어질 것 같아서 했다. 다섯 째 나이가 차서 했고, 또 부모님 때문에 효도결혼을 했다고 답했다.
결혼은 누구를 위해서 해주는 자원봉사활동이 아니다. 대부분이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을 시작하는 단계를 결혼의 전부라 생각하는데 <좋은결혼, 나쁜결혼, 이상한결혼>은 이 생각을 180도 뒤집는다. 결혼은 ‘리얼’이다. 연애가 5박 6일 제주도 코스라면 결혼은 100박 101일 아프리카 횡단여행이다. 결혼은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 보다 현실적인 결혼생활에서 삶의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을 선택하고 준비하고 그리고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부딪히는 수많은 일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저자는 자매간이다. 그들이 인터뷰한 이들의 결혼이야기와 자매의 ‘생생한’ 결혼이야기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고, 웃음 없인 볼 수 없을 만큼 저자들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즐거움을 준다. 거짓이 아닌 ‘날것’의 진짜 이야기라서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더욱이 결혼이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서 좋다.
why, 왜 좋은결혼, 나쁜결혼, 이상한결혼일까
그 남자 머리 위에 후광이 보여서 따라갔다가 완전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 여자 K. 평강 공주, 피오나 공주, 그 공주들은 그녀에게 명함도 못 내민다. 때로 결혼은 애벌레를 나비로 만든다. 이때 껍질을 벗는 아픔은 옵션이 아니다. 한 마리 어린 양이었던 K는 결혼에서 무엇을 배웠나? 그녀의 생생한 인터뷰이다.
*여자: 24세. 명문여대 졸업. 사회적 위치, 경제적 능력 괜찮은 부모님의 고명딸. 예쁜 얼굴. 일탈을 꿈꾼 적도 없을 것 같은 이미지. 고로 다양한 신랑감 섭외가 쇄도하고 있음.
*남자: 30세. 서울대 졸업. 대기업 과장. 홀어머니 삼형제 중 맏이. 개천에서 홀로 난 용. 바늘 하나 꽂을 땅도 집도 없는 집안. 그녀와 교제기간 중 홀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짐.
1992년 7월, 한 마리 ‘어린 양’ K는 강력한 결혼 반대에 직면했다.
[인터뷰 1]
Q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중매로 만나 데이트 중인데, 이런 중대 사태가 발발했음에도 꼭 결혼까지 해야 하나?
A 나는 이 남자한테 반했다. 그의 얼굴에는 다른 남자에게 없는 깊이가 있다. 그 남자를 따라가면 인생이 뭔지 알게 될 것 같다. 또 갑자기 닥친 그의 불행에 도망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다. 나와 헤어진 후에 일어난 일도 아니고.
Q 제 손으로 밥 한 번 해본 적 없는데 반신불수 환자 1명, 시동생 2명, 신랑 한 명 도합 성인 4명의 시중을 어떻게 감당하나? 게다가 태어날 아이는?
A 남편은 가장 노릇한다고 돈을 벌어오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남편에게 미안하고 자존심 상할 것 같다. 내가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야 남편에게 쉽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또, 어차피 장남에게 시집가면 살다가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꼼짝없이 맡아야 할 일이다. 먼저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에 ‘착한 며느리’라는 프리미엄 미리 얻고 들어가는 거 아닌가.
Q 가난은? 돈 버는 사람은 남편 하난데, 의료비에 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나? 물려받을 재산 하나 없고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가?
A 남편은 똑똑한 사람이다. 그 사람 자체가 미래이다. 평생 이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20년 후에도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 그 희망에 나를 거는 거다.
Q 시어머니가 오래오래 살아서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면? 그래도 두렵지 않나?
A 20년쯤 더 사실 거라는 각오까지 했다. 그러면 내가 마흔네 살이다. 그래도 너무 늦은 나이는 아니다. 어차피 다른 여자들도 그 나이까지 애 키우랴, 집안 살림하랴 밖에 못 나간다. 그 시간 동안 한꺼번에 다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Q 친정 부모님은 어떡하나? 충격으로 죽게 생겼다.
A 죄송하고 미안하다. 하지만 잘 살아내겠다. 하는 수 없다. 절대 잘못되지 않겠다.
그녀는 8월 늦여름 삼복더위에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결혼했다. 그녀의 결혼은 그해, 그 동네에서 가장 쇼킹한 사건으로 기억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녀는 전설의 고향을 찍었다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가혹했다. 11평짜리 임대아파트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시중드는 그녀에게 “잘난 내 아들과 결혼할 수준이 못되는 바보 같은 며느리”라고 했다. 시동생은 둘 다 일자리를 불규칙적으로 얻었다가 말았다가 했다. 남편과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 남편은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10시가 넘어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집에 오면 남편은 시어머니 방에 들어가 그녀에 대해 불평하는 엄마를 안마해주고 다독여주었다.
신혼의 달콤함은 없었다. 그녀에게 기억되는 유일한 사랑의 시간은, 어느 날 밤 남편이 클래식기타로‘월광곡’을 쳐준 일이었다. 남편은 로맨틱할 수 있는 재주가 여럿 있었으나 그녀에게 발휘할 기회는 없었다. 그녀의 시댁 가족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그녀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과묵했고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수고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에다 아내에게 자존심이 상해서일 것이다). 그녀는 가난과 과로뿐만 아니라 외로움에도 시달려야 했다.
때로 결혼은 사람을 철학자로 만든다
20년이 지나서, 스물네 살이던 그녀가 마흔네 살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결혼한 지 10년 후 돌아가셨다. 그녀의 각오보다 10년이 빨랐다. 남편은 친정의 도움으로 사업을 일으켜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현재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로 진입했다. 아이 셋은 미국, 영국에서 유학 중이다. 그녀는 서른일곱 살에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했다. 그 비결은 10년간의 시집살이에서 터득한 사람마음 읽어주기였다.
[인터뷰 2]
Q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는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A 먼저 ‘이혼은 하지 않는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그건 부모님에게뿐만 아니라 나와의 약속이었다. 그 목표가 먼저 정해지니 그다음은 내가 해야 할 행동의 목록이 나왔다. 그냥 그걸 하면서 산 것이다. 남들도 다 그러지 않나?
Q 고난을 겪으면서 사랑이 더 돈독해졌나?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A 사랑이 돈독해졌다기보다 좀 더 다른 것이다.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던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