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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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는 『감각의 논리』에서 형상, 윤곽, 아플라라는 세 요소를 베이컨 회화의 구성 요소로 정의하면서, 그 표면의 감각-형상들은 배후의 리듬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밝힌다. 이 리듬이 표면의 세 요소에 미치는 힘을 읽어 내는 것은 작품 감상법이기도 하다. 리듬을 통해 표면의 요소들과 배후 리듬이 한 덩어리로 운동하는 것이 바로 디아그람이다. 그 디아그람은 곧 들뢰즈 존재론의 핵심인 ‘잠재적인 것’이다. 들뢰즈는 디아그람의 미시 전략인 색채 디아그람으로 베이컨을 재해석하면서 『감각의 논리』를 끝맺는다. 베이컨의 디아그람은 조각적 회화를 통해 캔버스의 표면과 깊이 전체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베르그손이 ‘지속’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들뢰즈가 왜 베이컨의 평면적 회화를 베르그손의 역원뿔임을 증명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들뢰즈의 감각은 고정된 것으로 파악하는 순간 논리를 잃어버린다. 무언가를 고정시켜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허무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예술 작품을 어떤 범주 속에 던져 넣으려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 자체의 독창적인 떨림에 접속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이런 떨림을 캔버스 속 개체들로부터 시작해 캔버스에 그려지지 않은 세계들로 확장한다. 물론 그 보이지 않는 우주적 떨림이 디아그람이다. 떨고 있는 작품을 만나 다른 방식으로 떨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각의 논리’다. 그래서 세계는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