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흐름출판 '작가의 숨' 시리즈의 시작! 숨이란 호흡이자 휴식, 우리가 살아가는 영혼과도 같은 것. 흐름출판 '작가의 숨' 시리즈에는 일상에 파묻혀 정작 소중한 것들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나를, 타인을, 이 세계를 더 깊이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당대 한국의 작가들이 펼쳐내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살아가며 내쉬는 수많은 숨 중 가슴 벅찬 한 숨의 순간을, 그리고 긴 여운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하기를 염원합니다. 윤고은 작가의 《빈틈의 온기》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립니다.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오늘의 당신에게 건네는, 유쾌하고 뭉클한 이야기들! 이 책 《빈틈의 온기》는 윤고은 작가가 소설가로 데뷔한 후 펴내는 첫 번째 산문집이다. 23살의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고, 4권의 소설집과 3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는 동안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작가는, 마흔 라인을 넘어섰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를 의미하는 불혹(不惑)의 초입에 선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산문집은, 윤고은 작가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독자에게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선물이다. 세상의 모든 만남이 그렇듯이 책과의 만남도 시기를 탄다. 그 책을 만날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인생의 어떤 계절을 통과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책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거나 도발하거나 위로했다는 말을 들으면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이 만났던 어느 시점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책은 우리 산책의 가로등 같은 것, 가로등이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지만, 있으면 덜 외롭겠지. - 작가의 말 중에서 데뷔 이후 재난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밤의 여행자들》), 달로 이주하려는 무중력자들(《무중력증후군》), 마당에 유해 폐기물이 묻힌 어느 가족(《해적판을 타고》) 등 놀라운 미증유의 세계를 선보여 온 윤고은 작가이지만, 이번 에세이집 《빈틈의 온기》에는 순도 100퍼센트, 작가의 진짜 일상의 모습을 담아냈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전거 바퀴에 껴 엉망이 된 스웨터를 가방에 구겨 넣은 채로 돌진하고, 자주 가는 카페에서 손소독제로 오인한 시럽으로 열심히 테이블을 닦기도 한다. 정리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 스스로를 평가하고, 요가복을 입는 것만으로 운동효과가 난다고 믿는다. 경찰차가 많이 모인 곳을 사건 현장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경찰서 주차장에 서서 말이다. 허당한 모습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은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스크 없이 어떤 곳에도 도달할 수 없는, 참으로 이상한 시절! 그럼에도 이 삶을, 타인들을, 이 세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작은 빈틈 속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같은 에세이! 코비드19로 인해 상상해본 적 없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고, 이국으로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인 시대. 그래서인지 윤고은 작가의 일상 이야기가 더 반갑다. 스스로를 수다쟁이 소설가, 아홉 개의 ‘나’를 가졌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윤고은 작가의 가볍지만 담백한 문장은 페이지를 쉽게 넘기게 하면서 동시에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 여행지에서 스쳐 간 사람들, 예전처럼은 만날 수 없지만 늘 보고 싶은 친구들. 그들과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작가의 숨결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말없이 귤 하나를 툭 건네 위로하는 옆자리의 할머니, 이국의 여행자를 위해 친숙한 고향의 노래를 틀어주는 툭툭 운전자,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운 이들을 위해 손톱 위에 반짝이는 눈 결정 장식을 올려주는 네일샵의 직원을, 윤고은은 가만히 응시한다. 그 시선에는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경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문장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위안과 위로를 느끼게 된다. 그 시절의 앨범을 꺼내보면, 옛 사진 속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다. 우연히 찍힌 다른 사람들도 있다. 내 것이 아닌 솜사탕이 보이고 내 것이 아닌 뒷모습과 내 것이 아닌 그림자가 보인다. 사십 년 묵은 사진 속에서 그들은 이제 단역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 시절 스쳤던 사람들은 기억할까, 삐삐신발을 신고 비둘기를 쫓던 아이를. 누군가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어 남산 일대에서 가장 키가 컸던 그 두 살 아이를. 혹시 나를 기억할 수 없어도 모두 안녕하시길. 우리가 언젠가 또 한번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면, 한 번 더 안녕하시길. - 작가의 말 중에서 한 사람의 생애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무수한 인연들(기억되거나 혹은 기억되지 못하더라도)로 만들어진다. 그 하나하나의 생이 모여 이 세계를 만들어왔고, 만들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윤고은 작가는 그 하나의 생을 특별하고 귀하게 받아들인다. 소소한 순간을, 누군가에게는 보잘 것 없을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을, 그래서 그녀는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작은 빈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작은 햇살도 마찬가지로 따뜻하다고. 행복이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라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나 있다고. 윤고은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