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쇠퇴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다!”
지도에서 사라졌거나 숨겨진 경이롭고 매혹적인 장소들
전세계 폐허 중에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인 장소 60곳을 소개하는 책.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세상을 바꾼 위대한 탐험 50》에 이은 예문아카이브의 교양 기획 프로젝트 ‘위대한’ 시리즈 마지막 책으로,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폐허’라는 독특한 키워드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명의 큰 흐름을 설명한다.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는 유적과 지역 문화를 연구하다가 버려져 있는 장소가 지닌 묘하고 안타까운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수년간 여행하고 취재하면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경이롭고 신비한 폐허들과 그 속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 이 책에 담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촬영지로 알려진 요르단의 ‘페트라’부터 세상에서 가장 큰 유령 도시인 중국의 ‘캉바시’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건설했지만 무참히 버려져 폐허가 된 장소들이 자아내는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때론 슬프고 무섭기까지 한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위험해서 갈 수 없는 범죄 도시인 멕시코의 ‘탐피코’부터 지뢰가 깔려 있는 휴양지인 키프로스의 ‘바로샤’까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폐허를 함께 여행해보자. 역사, 지리, 문화, 과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탐험의 여정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의 이면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시원시원하게 배치해 생동감 넘치는 현장감을 구현한 190여 컷의 진귀한 사진들은 이 책의 백미다.
“폐허는 번성과 쇠락이 축소된 제국이다!”
시작은 필연적으로 끝을 초래한다. 성장하는 모든 생명이 노화라는 절대적 현상을 적용받듯이 모든 장소 역시 힘찬 출발과 동시에 역설적인 결과들을 맞이하게 된다. 수천 년간 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착해서 문명을 만들고 번성하다가 돌연 그곳을 버리고 떠났다. 버려진 장소에는 인류가 이룩한 문물이 있고 심지어 미처 가져가지 못한 생활용품과 가족사진까지 남아 있어 놀라움을 선사한다. 폐허는 그 자체로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에 대한 증거이자 한때 삶으로 충만했던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보여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폐허에 묻혀 있던 역사 이야기
“폐허는 오래 존속하지 못한다. 그것이 버려지는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폐허는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임에도 대부분 훼손되고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700년 역사를 가진 중국의 부유한 상업도시 시쳉은 53년간 호수 아래에 잠들어 있다. 풍부한 광물자원으로 번창하던 미국의 광산 마을 위트눔은 지도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카리브해의 대표 휴양지이자 록 스타들의 은신처였던 플리머스는 20년 동안 잿더미에 묻혀 있다. 가장 진보된 요새로 만들어진 암스테르담 방어선은 단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의 신도시 프리퍄티에서는 한 사건으로 약 5만 명의 모든 주민이 이주했다.
이곳들은 어떻게 탄생됐으며 왜 다른 장소들과 달리 버려지는 운명으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폐허의 환경적·경제적·정치적 요인들을 밝힘으로써, 역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환영받지 못한 폐허의 수수께끼를 벗겨낸다. 또한 철저한 고증과 풍부한 도판으로 세계 각지의 미스터리한 폐허에 관한 역사와 현장을 완벽하게 복원하며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게 이끌어나간다.
―쓸모를 다하고 시간 속에 스러져가는 것들
16세기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페루의 마추픽추는 모든 잃어버린 문명이 남긴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곳으로 손꼽힌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지만, 사실 스페인의 침략으로 400년 동안 잃어버린 장소가 되었으며 단 100년 만에 잉카의 역사가 끝났다. 1974년에 폐허가 된 ‘군함도(하시마)’는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한편 수천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강제 징용돼 노역과 잔혹한 환경으로 지옥보다 못한 삶을 살아갔던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폐허들은 대부분 녹슬고 허물어져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거나 타임캡슐처럼 시간 속에 그대로 박제되어 있다. 유일한 쓸모는 폐허의 기이한 분위기에 이끌린 사람들의 공포 체험이나 영화의 소재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도 찾지 않고 특별한 손길도 닿지 않은 채 버려져 있는 이곳에서 찬란하게 또는 비참하게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폐허는 역사적 퇴물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폐허라는 여과를 통해 수천 년에 걸친 세계의 역사를 살핀다. 도시, 사원, 군사 기지, 섬, 산업단지, 병원, 기차역, 휴양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요 무대였던 파란만장한 폐허의 연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어떤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된다. 또한 이토록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장소와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미지의 여행지라는 기회를 열어두며 폐허의 세계로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