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포스트휴먼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현실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른바 포스트휴먼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을 다시 호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본격적인 포스트휴먼의 도래에 앞서 전환기적 국면에서 취해야 할 삶의 자세와 가치관을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을 통해 성찰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은 성과중심사회에서 우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삶의 궁극적 목표와 방향을 정립시켜 주고, 평범한 일상에서 모색하는 실천적 노력과 건강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도생이라는 극단적 개인주의가 압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고취시키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와 인간 가치의 균형감각은 기계와의 공존을 앞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기술의 시대, 품격 있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격변의 시대에 필요한 가치,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시선으로 트랜스휴머니즘과 프로페셔널리즘 담론을 집요하고 끈기 있게 분석한다. 일례로 트랜스휴머니즘의 과도한 욕망을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성의 윤리와 대면시키고, 프로페셔널리즘(전문직업주의)의 폐쇄성을 아리스토텔레스의 관계의 윤리를 통해 해체한다. 흔히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은 행위자 중심의 윤리, 탁월성(덕)의 윤리로 불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성(덕)을 통해 도덕적 행위주체로서 인간이 지니는 자존감을 환기시켰으며, 폴리스적 존재로서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공동체적 행복의 요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탁월성(덕)과 행복이야말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삶의 실천 가운데 성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시대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인간의 도덕성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조만간 기술적 능력과 도덕성 간의 간극은 우리들에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은 우리에게 첨단과학기술의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여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그런 기술이 궁극적으로 어떤 유형의 인간과 사회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런 유형의 인간과 사회가 과연 좋은 것인지 심사숙고하기를 요청한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와 허무주의 사이에서 ‘중용’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기술적 표류(technological drift)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견지해야 할 자세인 것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의 과도한 욕망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1부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을 다룬다.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exponential age)를 맞아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인간 정체성과 인간 종(種)의 범주)는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해 생물학적 한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필멸성과 유한성에 토대를 둔 휴머니즘과 명백하게 구분되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잠재적 시나리오는 인간 종의 범주를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테크니쿠스(homo technicus)로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트랜스휴머니즘을 주도하는 인간향상기술(human enhancement technology)의 방향을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깃들어 있는 과도한 욕망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또한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진보를 이끌어내려는 트랜스휴머니즘의 기획을 덕윤리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특히 트랜스휴머니즘의 도덕성 향상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기술적 수단을 통해 확보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례로 도덕성 향상은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도덕적 자세를 취하도록 반응하는 방식을 기계적으로 제어해나가는 것이다. 흔히 도덕적 성장은 도덕적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도덕적 정당화’(moral justification)와 행위를 인도하는 지침으로서의 ‘도덕적 동기화’(moral motivation)를 일상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때, 트랜스휴머니즘의 도덕성 향상 프로젝트는 매우 허약한 기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책의 2부는 프로페셔널리즘(전문직으로서의 직업적 정체성)과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을 다룬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위기가 심각하다. 그간 전문직종사자는 고난이도의 대체불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특권을 누려왔지만, 그 특권이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다. 전문직의 황혼기를 앞당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의 역할을 극소화하는 인공지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테일러리즘(Taylorism)이 노동자의 지식과 숙련기술을 분리, 제거하여 노동자의 행위양식을 통제하는 관리체계라 한다면, 인공지능시대의 테일러리즘은 전문직의 지식과 숙련기술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체하게 함으로써 극소수의 전문직만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일례로 IBM의 왓슨은 방대한 의료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진단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의사의 결정을 돕는 자문 프로그램으로 정립되었으나 앞으로 머지않아 최종 의사결정자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니엘 벨이 후기산업사회의 주역으로 꼽았던 전문직은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극소수의 전문지식 생산자와 대다수의 기계적 실행자로 양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전문직 종사자, 특히 학술 전문직(academic profession)인 교수들의 도덕적 퇴락(moral degeneration)은 프로페셔널리즘의 위기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짐작케 한다.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적응은 고사하고 통상적인 윤리, 상식적인 도덕에도 못 미치는 전문직의 행위를 목격하면서, 10여 년 전 황우석 사태가 가져온 연구윤리의 중요성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는 회의감이 우리 주변을 압도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교화된 전문직’(educated profession)으로서 덕윤리를 강조한다. 덕윤리는 수행자 중심의 실천윤리로서 전문직 종사자의 책임 있는 행동을 도모하기 위한 개인의 자각, 공동체적 협력, 제도적 개선을 통합적으로 모색하는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