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MB 정권 출범 수개월 전(2007년 10월 30일)부터 출범 후 1년여의 시기(2009년 2월 25일)까지 민주주의를 ‘완벽히’ 역주행한 MB 정권 실정 만화 보고서다. MB 정권의 후안무치하리만큼 소통과 담쌓은 덕에 정치와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이 ‘삶’ 자체를 걱정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14년간 쌓아온 ‘민주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정치사회 문제를 지난 십수 년간 예리한 감각으로 촌철살인을 날렸던 박순찬 화백이 결국 MB 정권 1년 만에 눈물과 분노를 머금은 국민들의 절규를 더 이상 바라만 볼 수 없어 그들의 만행을 정리하고 되새겨보기 위해 네컷 만화 해설과 구상 과정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스스로 “둔감함과 게으름으로 인해 그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대변하지 못한 것에 죄스러운 마음”이 있다는 작가의 겸손함이 이제 이 책 한 권으로 여느 작가보다도 부지런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재벌공화국’(1장) ‘경쟁공화국’(2장) ‘삽질공화국’(3장) ‘리만공화국’(4장) ‘리턴공화국’(5장)으로 대변되는 MB 정권의 실정을 조롱하며 그들의 폐부가 쪼그라지도록 마음껏 ‘장도리’를 날려보자.
2008 ‘올해의 시사만화상’ 수상 박순찬, ‘네컷으로 MB 세상 두들기다’
장도리, 이상한 시대를 이상하다 이야기하기
결국 미디어법 날치기로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그랬다. 미국 소 수입 파동 때만 해도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지만 이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허구한 날 시국선언을 발표해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어느 개가 짖나 하는 얼굴이다. 돌아가는 꼴이 앞으론 저항할 낌새가 보이면 바로 처넣을 기세다. 2009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컨테이너 박스로 상징되는 거대한 철벽에 막혀 홀로 울어대는 메아리만 듣고 있을 뿐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마음이 먹먹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노가 분노를 일으켜 물살이 되고 거대한 파도가 되어, 아니 쓰나미가 되어 한번에 쓸어버릴 테니까.
이제 그에 앞서 몸 푸는 차원에서라도, 답답한 마음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여기 《삽질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를 펼쳐 들어보자.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누구라도 무언가 막 쳐대고 싶어진다. ‘장도리’라면 아주 좋다. 그 대상이 삽질공화국이라니 이처럼 절묘할 수 있을까. 제목을 생각하고 노트에 끄적여봤다. 장도리가 손아귀에 쥐어진 느낌이다. 희한하게도 손을 들어 허공에 던졌다.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고, 저 밑에 따스한 기운이 오른다. 더불어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내가 누굴 향해 던졌는지 다들 아시겠지.
10년여 이룩해온 민주주의가 무너진 건 틀림없는 사실 같다. 여기서 MB 실정을 나열하고 싶지만 적을 게 너무 많아 손이 아플 지경이다. 책은 그동안 어떻게 만행을 저질렀는지 은근한 유머와 반전으로 속 시원히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제목처럼 장도리를 들고 내던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순전히 책을 만든 사람들 책임이다. 그만큼 분노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부탁 하나 하자. 정 날리고 싶다면 진짜 ‘장도리’를 절대 내던지지 말고 대신 이 책을 여기저기 내던져주기 바란다. 분노의 파도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박순찬 화백은 2008년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받았다. 동료 시사만화가가 주었는데, 첫 수상자였다. 그만큼 예리한 안목으로 그려온 오늘의 시대상이 독자들로 하여금, 동료들로 하여금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만화평론가 김낙호 씨는 “단순히 현재의 사건에 대한 즉각적 분노나 실망이 아니라 큰 시야를 가지게 해주면서도, 억지로 두 사건을 서로 직접 비교하여 편들기나 물타기로 쉽게 빠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08년 12월 1일자의 역대 대통령 생선 비유에서 한국에서 대통령직을 하는 이들이 매번 쉽게 빠지고야 만 치부의 유구한 쳇바퀴를 떠올릴 때 얻는 카타르시스는 왜 <장도리>가 현재 연재 중인 시사만화로서 가장 주목할 작품 가운데 하나인지 뚜렷한 방증이 되어준다”며 극찬했다.
같은 신문사 동료 김종목 기자는 ‘장도리로 본 MB 정권’에서 MB 세상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민주주의는 간데없고 파시즘 깃발만 나부껴.” MB 실정 최절정 요약판 보는 재미가 아주 좋다. “MB가 무얼 잘못했나요?”라고 물을 때 이 부분을 보여주면 완벽한 대답이 될 듯싶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와 나눈 대담 말미 박순찬 화백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 매일 만화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여러 가지 사안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는 사회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을 다룰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의식을 가지고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것은 결국 투표 아니겠습니까? 선거를 통해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지도자를 뽑아 안정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해야 할지는 순전히 독자 여러분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