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기록

존 버거 · 시/소설
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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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보적인 지성, 현존하는 영국 출신 작가 중 가장 광범한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다양한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존 버거의 유일한 시집. 시 소묘 사진 1956-1996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시집은 산문과 소설 영역에서 주된 활동을 했던 그가 사십여 년 동안 은밀하게 해 온 시 작업을, 직접 그리고 찍은 소묘, 사진 작품과 함께 모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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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D. H. 로렌스 이래, 양심이 이르는 바에 따라 세속 세계를 이토록 주의 깊게 써낸 작가는 없었다" ―수전 손택 우리 시대의 진보적인 지성, 현존하는 영국 출신 작가 중 가장 깊고 넓은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광범한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여든을 넘긴 노구로 지금도 농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미술평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존 버거(John Berger, 1926- )의 유일한 시집 『아픔의 기록(Pages of the Wound)』이 출간되었다."시 소묘 사진 1956-1996"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시집은 산문과 소설 영역에서 주된 활동을 했던 그가 사십여 년 동안 은밀하게 해 온 시 작업을, 직접 그리고 찍은 소묘, 사진 작품과 함께 모아 엮은 아름다운 책이다. "열두 살 때부터 시를 썼다, 무엇이든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을 때면. 시는 무력감에서 탄생한다. 그러므로 시의 힘은 무력감에서 나온다."―존 버거, 「길 안내」 중에서 자신의 거의 모든 책에 자신의 시를 슬그머니 끼워 넣고는, 시인으로서의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존 버거. 그의 주된 집필 활동은 산문을 통해 이루어져 왔지만, 무력감이라는 또 다른 불가항력에 의해 씌어진 시들은 그 고유의 의미와 무게를 지닌다. 그의 시를 번역한 문학평론가 장경렬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자신의 산문 여기저기서 선보이고 있는 시들은 정녕코 산문에 덧붙인 장식품으로 여겨질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내가『아픔의 기록』번역 작업에 온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시인?'으로서의 버거에 대한 나의 이같은 믿음이 어느 때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른 즈음,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자연, 그 끝없는 순환의 원리를 노래한 「남은 것들」(1956)에서부터, 일흔이 되던 해 알프스 산록에 함께 살던 이웃의 죽음을 애도한 「로베르 조라」(1996)에 이르기까지, 이 시집에는 사십 년 동안 그가 체험하고 만난 어떤 장소, 시간,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지극히 내밀한 쉰여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인생의 셋째 해인 1918년 / 11월 11일 오전 열한시에 / 나는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이 되었다. / 세상에 눈길을 줄 수도 있기 전에 /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기 전에 / 굶주림을 느낄 수도 있기 전에 // 나는 영웅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세상이었다. ―「자화상 1914-1918」 중에서 1918년 일차대전이 끝나고 팔 년 뒤 태어난 존 버거는, 「자화상 1914-1918」(1970)에서 전쟁 당시 유럽 서부 전선에 삼 년 간 보병 장교로 참전했던 아버지의 시간에 자신의 자화상을 투영한다. 또한 한 여인이 어느 남성에게 전하는 사랑의 노래인 「르모리앙에서」 시편들에서는, 니스(Nice)의 북쪽 산간 마을인 르모리앙(Remaurian)을 물리적 공간으로서 표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그는 그곳에 실제가 아닌 오직 시적 상상 속에서만 살았다. 이처럼 존 버거는 직접 겪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혈육이나 친구를 통해, 때로는 상상의 힘을 빌려 자기의 체험으로 생생하게 끌어낸다. 이러한 기법은 그의 산문에서도 역시 발견되나, 보다 더 완전한 자유로움이 허락되는 시에서 그 가로지름의 크기는 어리둥절하리만큼 과감하다. 연이어 펼쳐진 사절판 크기의 하늘, / 소금기 배인 하늘, / 별들로 구멍이 뚫린 / 다른 하늘에서 인쇄하듯 옮겨 온 / 잔잔한 눈물로 덮인 하늘. / 말리기 위해 펼쳐 놓은 페이지들. ―「시」 중에서 한편, 프랑스 남부 바닷가 염전의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 보이는 「시」(1972)나, 시골 마을의 정겨운 목로 주점에서 있을 법한 따뜻한 정경을 담고 있는 「먼 마을」(1986) 등에서처럼, 존 버거는 자연의 섭리, 그리고 그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언어로 포착한다. 이러한 시편들에는 중년 이후 프랑스로 이주해 알프스 산록에서 농사꾼으로 살고 있는 존 버거의 삶의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 없는 것조차 함께 나누는 우리가, / 바로 이 없는 것조차 둘로 나누어 / 하나뿐인 병을 돌려 가며 / 소리내어 함께 마시는 우리가, / 뻐꾸기에게서 / 셈하는 법을 배운 우리가, / 우리의 노래를 / 그들이 어떤 화폐로 바꾸었던가요? / 그런 우리, 좁은 침대에 홀로 누워 있는 우리가 / 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별」 중에서 그는 또한 도시화로 인해 뿌리뽑힌 이민자들의 보잘것없고 고단한 삶의 기록(「이별」 1985, 「이민의 시, 여덟 편」 1984), 피폐한 도시 풍경에 대한 비판적 시선(「트로이에서 온 엽서」 1990) 등, 산문을 통해 일관되게 대변했던 억압받는 자들의 이야기를, 사랑과 연민으로 가슴깊이 내면화한 시어로 표현한다. 하지만 존 버거는 이같은 현실의 온갖 모순 앞에서 시는 힘이 없다고 고백한다. "시는 사실(事實) 앞에서 무력하다. 무력하지만 인내력을 잃은 채 무력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시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시는 결과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결정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않는다." 그가 만났거나 상상하는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기록한 이 모든 시편들은, 그 아픔의 주인들에게 바치는 존 버거의 내밀한 연가(戀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우리는,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정서와 시적 상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지평을 넘어 그들의 상처를 끌어안고 끝내 삶을 긍정하는 황홀한 전이(轉移)를 '지금 이곳'에서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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