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모형

신원경 · 시
2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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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생성되기 작은 불길 | 바늘 꿰기 | 후숙 | 아침 ( ) | 청혼 | 포포 만들기 | 재앙과 복됨 | 포포 기르기 | 넘어간 공 | 가풍 | 전도와 대류 | 밝은 곳에서 만나 | 탐조 | 성묘 | 코끼리의 코 | 결정체 | 발파 해체 | 실비와 제롬 | 배영과 잠영 | 가드닝 | 투명한 돌 | 명환과 나 | 소등 | 추분 2부 축소모형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3부 동족포식 정육각체의 눈 | 동족포식 | 포옹 해체 4부 재생지 예정 밖 외출 | 공터의 탄생 | 축 | 사워 캔디 | 해변 피아노 | 유실물들 | 아마추어의 선율에 의함 | 하농이거나 체르니 | 신비의 문 | 천장 생각 | 정면 반사 | 휴일 | 소묘하는 마음 5부 진동을 느끼는 사람 육교 | 조각하는 손 | 봄 | 정전 | 날개 아래 어두운 면 | 사샤 | 실종된 숲 | 약속 시간 | 진공 | 쇠오리인 오리 | 기도 배우기 | 굴절률 해설 2-인용 자화상의 삼중 구조(The Triadic Structure of the Doubly Quoted Self Portrait) · 전승민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마음은 입체라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어” 자그마한 세계를 품은 입체구조 안에서 부드럽게 돌올하는 우연한 포용의 순간 다각 다면의 심장을 고요히 소묘하는 시인 신원경의 첫번째 시집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원경의 첫 시집 『축소모형』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28번으로 출간되었다. “생활에 기반한 모티프를 확장하고 변주하며 세계의 겹을 더해가는”(시인 신해욱) 특유의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시 59편을 총 5부로 나눠 묶었다. 이곳에서만은 캄캄한 어둠이라고 설정하면 해가 뜨지 않고, 눈이 쌓이고 있다고 적으면 그치지 않는 눈이 내린다는 게 여전히 즐겁다. 그러나 분명 지켜보고 있는데도 쏜살같이 불길 속으로 흘러갈 때가 있어서 언제나 그것이 가장 어렵다. 내가 만든 세계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것.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어떤 시인의 작품과 지향을 논할 때 ‘시 세계’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데서 알 수 있듯, 한 권의 시집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신원경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미처 인지할 수 없는 기척과 기미 들을 잘 포착해내어 그것들만의 이름과 자리를 마련해주는 섬세한 감정과 감각”(시인 이제니)으로 자신이 꾸려온 세계에 ‘축소모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글자로 빚은 해와 구름이 오르내리는 이 작고 담백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수많은 생물을 구현해”(「동족포식」)가며 “무엇에라도 이름 붙일 수 있는 능력으로 생존”(「전도와 대류」)한다. ‘모형’이라는 단어가 건축물의 콘크리트 벽이나 미니어처의 스티로폼 골조를 연상시킴에도 『축소모형』의 빛깔이 마냥 창백하지만은 않은 것은 시인의 축소모형이 햇볕과 빗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 손으로 지어 올린 세계의 자생력과 독립성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 이리저리 일어나”(「사샤―해인과 사샤에게」)도록 둔 채, “소묘하는 마음”(「소묘하는 마음」)으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행과 운행을 스케치할 뿐이다. 신원경의 시가 간직한 미덕은 자신의 내면을 응축하여 조성했음에도 “언제쯤 완공되는지 알 수 없는”(「포포 만들기」) 축소모형의 세계를 가만히 지켜보는 시선, 그곳에 외인의 개입을 선선히 허용하는 도량이다. 이것이 “하트 모양 영토에” 세워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신비의 문」)는 마음의 기하를 이해하는 시인만의 방식이다. 그의 축소모형이 “체념과 슬픔의 정서보다는 어쩐지 다정한 온기를 더 많이”(문학평론가 조연정) 안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잠결의 네가 쳐다보는 얼굴의 구성은 침묵과 응시로 범벅된 첫 만남의 모형” 과거를 전시하고 미래를 부감하는 박물관에서 영영 초면으로 남는 익숙한 얼굴들 스위치를 눌러 당신이 살던 지형에 불을 붙인다 모형은 마을의 연대기를 끌어안고 있다 첫번째 버튼을 누르면 기원전의 세계가 켜진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면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한 얼굴들이 잠든 땅이 밝아지고 [……] 버튼을 눌러 확인해봐 네가 살았던 마을의 지형도를 나의 마을은 어느 날에는 식민지였으며 어느 날에는 잘 다듬어진 공원이 된다 당신은 박물관에서 모형과 연결된 스위치 여러 개를 한꺼번에 누른다 [……] 빛이 들어오지 않는 모형 중앙에는 비석 하나가 놓여 있다 해가 뜨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과 개들의 이름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다 내핵 속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얼굴 하나 둘 셋…… 홀로그램 모형 안 떠도는 영혼 하나 ―「축소모형」(p. 100) 부분 신원경의 축소모형은 오래된 건조물의 형태를 본떠 축조된 입체 모델의 성격과 훗날 지어질 설계물을 검토하고 조망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오라마의 성격을 모두 띠고 있다. 과거와 미래 양쪽에 충실하게 걸쳐 있는 이 모형은 시점에 공간감을 부여하여 그 내력을 켜켜이 재구성한, 가장 무궁에 가까운 구조물인 셈이다. 박물관이란 시간의 흐름과 유리됨으로써 영겁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고 표현한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イサム・ノグチ)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축소모형은 전시실 한가운데 놓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영원 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진공」)끼도록 하는 중층의 조형물이다. “역사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은 커서 재미없는 어른이 된다”(「축소모형」, p. 81)는 마음으로 “마을의 연대기를 끌어안고”(「축소모형」, p. 100) 사람들을 기다리는 축소모형은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얼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유실물들」), 또 그 잔여가 다시금 미래와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땅은 언제나 땅이고 이곳에 심어지고 생존하는 생물만 달라질 뿐”(「축소모형」, p. 85)이며 시공간의 모습이 변화할지언정 그 위에서 “너와 보냈던 시간과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축소모형」, p. 100)니다. “집이었던 것과 영혼이었던 것”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발파 해체」)도록 틈을 열어놓는 축소모형은 과거로 하여금 “심겨진 자리에서” 미래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자라나”[「아침 ( )」]도록 하고, 이 구조물의 스위치를 눌러 작게 불을 당기는 “우리는 서로에게 머무”(「약속 시간」)르며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얼굴을 처음 발견”(「정면 반사」)하는 “첫번째 발견자”(「재앙과 복됨」)가 된다. 어제와 내일을 교차시키며 오늘의 영원을 만들어내는 축소모형이 세워진 땅, “죽은 것으로 가득한 이 들판”(「성묘」)은 이제 “일어나지 않은 일로 가득 찬 들판”(「청혼」)이다. “정말 좋은 그림자들이었어 잘 모르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너를 이해하기 위해 빛의 방향마저 꺾어내는 나 불투명한 온기로 도모하는 우리의 조우 잠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필요 없는 말을 몸에서 덜어낸 채로 되고 싶은 것을 발음해본다 세 번 되뇌면 내 몸은 유리가 된다 유리가 되는 것은 참 쉽구나 세 번만 되뇌면 될 수 있다니 정수리 위로 빛이 들면 다른 곳으로 빛을 옮길 수 있는 그런 유리가 그러나 정말 옮길 수 있나? 원하는 곳으로? [……] 지나가던 새가 남긴 새똥 자국 내 몸에 닿고 점차 불투명해지는 과정이 따뜻하다 따뜻하다 따뜻하다 ―「굴절률」 부분 『축소모형』의 세계에서 어둠은 파괴적인 장악력을 행사하는 빛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생성과 창조의 자리로,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전승민은 시 속 화자들이 “빛을 아예 옮겨버리거나 빛이 없는 ‘어둠’을 창안하기를 거듭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나’와 ‘너’는 서로 “다른 상태의 물질적 존재이므로 빛이라는 층위에서 서로 만날 수 없”기에 빛살이 들지 않는 그림자 안에서 비로소 “서로를 만질 수 있”다. 시인의 눈이 “빛이 드는 방향을 유독 잘 발견하”(「넘어간 공」)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빛의 행로와 궤도를 옮겨내고자 하기 때문이고, 그의 화자들이 “빛을/옮길 수 있는/그런 유리가”(「굴절률」) 되고자 하는 것은 “붙잡는 손길을 통해서만 알아볼 수 있”(「축소모형」, p. 91)는 ‘너’에게 닿아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나아가”(「축소모형」, p. 97)기 위함이다. “캄캄하고 아늑한”(「동족포식」) 그림자의 자리를 마련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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