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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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완성한 이문열 필생의 역작 4.19의 불길이 점화되기 시작한 50년대 후반부터 유신의 서막이 오르고 있던 70년대 초반까지, 격동의 60년대가 만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풍경 위에 한국 현대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거대한 벽화 ■ 60년대에도 ‘이야기’가 있다 이문열 대하소설 『변경』 개정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86년에 집필을 시작해 1998년 초판을 발표한 이후 절판, 실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꼭 28년 만의 완성이다. 60년대 이야기인『변경』은 40~50년대를 배경으로 월북한 남한 지식인 ‘이동영’을 다룬 『영웅시대』의 속편으로, 남한에 남겨진 그의 자식들 삼남매의 격렬하고 비극적인 삶을 보여 준다. 『변경』이 『영웅시대』의 속편이자 그 후에 쓸 것으로 계획했던 80년대 이후 배경의 또 다른 소설의 전편이었던 만큼, 작품 곳곳에는 미결로 남겨 둠으로써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변경』은 『변경』으로 완결하고 80년대 이야기는 『변경』과 독립적인 형태로 쓰겠다는 작가의 결정에 따라 기존의 『변경』을 대폭 수정, 재출간했다. 결말 부분 700~800매를 포함해 1,000매 정도를 새로 써 전반적인 논리구조가 확실해지고 결말의 완성도도 높였다. 특히 월북한 아버지를 둔 삼 남매가 각자 자기 자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바탕이 되는 계급론에 대한 설명을 강화됐다. 『변경』은 5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까지를 다룬 60년대 이야기다. 현대사를 다루는 대하소설 대부분이 80년대 중심이거나 60~80년대를 한꺼번에 다루는 반면 『변경』은 60년대에만 집중한다. 2000년대 이후의 한국사회는 80년대가 만들었고 80년대를 여는 열쇠는 60년대에 있다. 그러므로 60년대는 오늘날을 만든 거대한 에너지가 웅크리고 있던, 한국 현대사의 빅뱅이다. 그런 데 반해 역사적 소재로서의 60년은 여러 방식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문학적 소재로서의 60년은 미지나 다름없는 것 또한 사실. 그 어둡고 깊은 시대를 살아간 세 명의 인물 명훈, 영희, 인철은 월북한 아버지라는 공통의 죄의식을 공유한 채 서로 다른 세계에서 60년대를 만들어 나간다. 『변경』은 또한 공간적 개념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작가 스스로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지정학적 장(場) 이론에 거칠지만 통시적인 제국주의론을 얼버무린 나 나름의 시대 인식 틀”이라 정리하는 ‘변경론’은 작중 인물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쟁하는 세계관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한 두 제국의 변경에 위치한 한국의 지정학적 비극과 그것이 만들어 낸 현대 한국인의 삶을 그리는 이야기는 세계의 힘을 분배하는 이념논리와 그것이 개인의 하루하루에 미치는 영향의 실체를 또렷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열두 권이 무색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흡인력 있는 서사와 60년대 한국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 말과 행동은 ‘작가 이문열’의 진가를 보여 주는 동시에 그가 왜 “한국인의 삶을 뿌리, 줄기, 이파리까지 그려낸, 가장 질적인 의미의 국민작가”(이인화)라는 평가를 받아 왔는지 확인시켜 줄 것이다. ■ 작품 해설에서 『변경』을 문제작이게 한 보다 중요한 요인은 같은 시대의 것이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겉모습과 속모습이 서로 상이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한 교활한 한국근현대사의 흐름과 그것이 만들어 낸 복합적인 한국인들의 삶들과 사건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경』은 한국사회의 이율배반성에 주목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이율배반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통일적인 원리로 묶어 세워 결국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구축했다. 하여,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변경』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현재의 한국사회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 이곳에 이르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러므로 현재 우리의 세계 내적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류보선 (문학평론가·군산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