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제3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제3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가 출간되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데뷔하여 남다른 사유의 깊이와 언어적 발랄함으로 주목을 받아 온 황유원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집은 근래 가장 첫 시집다운 첫 시집이며 가장 의미심장한 시집이고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시집이 될 것이다. ■ 솟아오르는 감각 몸속에 팽이를 돌려 놓고 서서히 거기 빠져들어 본다 -「달팽이 집을 지읍시다」에서 황유원의 시편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해서 가장 큰 것으로 나아가며 몹시 거대한 것을 놓아두고 매우 미세한 것을 발설한다. 자칫 혼란한 요설로 비칠 수 있는 이러한 작업 태도를, 황유원은 단단한 사유를 바탕으로 하여 두려움 없이 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행하고 있다. 시인은 일상적 풍경을 서술하며 난데없이 돈키호테의 풍차가 되길 소원한다. 텅 빈 운동장에 비가 내리는 일에서 완전한 소멸을 발견한다. 심지어 빵 조각에 달라붙은 개미에게서 지옥의 풍광을 잡아채기도 한다. 무엇으로든, 무엇에서부터든 감각은 발생하며 그것은 상상의 영역 바깥에까지 솟아오른다. 팽이의 윗면에 그려진 문양이 팽이의 운동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되는 것처럼 스스로 팽이가 되어 버린 시인의 손끝에서 하나의 감각은 솟구쳐 올라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원래와는 다른 것, 원래보다 많은 것, ‘원래’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하염없이 나아가는 미지의 것으로. ■ 총칭되는 파노라마 마당은 공룡 인형들로 무너질 듯하다 한때 지구의 주인이었던 것들이 이제 작은 고무 인형이 된 채 마당을 걸어다니다 이렇게 문득 정지해 있는 것이다 누가 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듯 -「공룡 인형」에서 한번 솟아오른 감각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차원의 물질처럼 세계를 부유하며 온갖 이미지를 생성해 낸다. 이미지는 다층적 의미를 만들고, 넓게 펼쳐진 의미망은 해석의 욕구를 통제한다. 황유원의 시는 한 세대 앞선 선배인 2000년대 젊은 시인의 영향을 받았지만 시를 어려움 혹은 소통불가능성의 영역에 방치하지 않고, 되레 시의 앞섶을 잡아 멀리 끌고 간다. 해석의 가능성을 멀리 에두르지 않았으며, 풍부하게 길어지는 시에도 리듬의 긴장감을 바짝 쥐고 있다. 또한 250페이지가 넘는 시집의 물리적 볼륨감만큼 품고 있는 세계의 폭이 무한정하다. 황유원의 시는 공룡의 화석처럼 지구 곳곳에 시추되어 그 뜨겁고 시커멓고 필수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다가, 공룡의 멸망을 불렀던 외계의 운석처럼 기이하고 압도적인 충격을 던진다. 또한 공룡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끼류처럼 우리 세계의 곳곳에 내려앉아 끈질긴 시적 생명력을 뽐낸다. 그리고 현시대의 다족류마냥 믿을 수 없이 활달하게 거처를 옮겨 다닌다. 제34회 [김수영 문학상]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 시는 이토록 길고 깊으며 멀고 가까운 파노라마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그 세계가 바로 황유원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