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것은 내가 사랑한, 친애하는 적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후 허지웅 신작 에세이 그는 이 책에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내밀한 가족사부터 청소와 스타워즈, 영화, 선인장, 친구 등 그의 일상과 기억을 이루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부분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리고 천장이 눈앞에 허물어져내리는 듯했던 독한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랑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후회하는 것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 들어차 있다. 세상은 다양한 잣대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기억한다. 누구는 그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며 누군가는 TV에 비친 모습만을 눈에 담아둔다. 그러나 그는 계속 살아가고 쓰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경외하는 모든 것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탐구하며 스스로를 완성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그저 건달에 불과할 뿐이라 말하는 남자, 허지웅이 매일 쓰고 때로 신문과 잡지에 연재해온 글들에 새 글을 더하여 이 책을 엮는다. 이 책은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지금 허지웅의 가장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단 하나의 확고하고도 변치 않는 수사를 가진 사람, 또 그것을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허지웅, 그에겐 있다. 그는 언제나 ‘글쓰는 허지웅입니다’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영화기자 시절에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종횡무진 글을 써내려가던 악동 블로거 시절에도, 방송일을 겸하며 밤이면 돌아와 연재글을 쓰는 지금도 그의 자기소개 첫마디는 언제나 같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2년 전『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이 엄혹한 시대를, 각자의 묵직한 인생을 버텨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글쓰는 허지웅’이 신작에세이를 들고 돌아왔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나의 친애하는 적’. 이는 그가 사랑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자 그가 이 세계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함축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내밀한 가족사부터 청소와 스타워즈, 영화, 선인장, 친구 등 그의 일상과 기억을 이루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부분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리고 천장이 눈앞에 허물어져내리는 듯했던 독한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랑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후회하는 것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 들어차 있다. 세상은 다양한 잣대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기억한다. 누구는 그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며 누군가는 TV에 비친 모습만을 담아둔다. 그러나 그는 계속 살아가고 쓰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경외하는 모든 것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탐구하며 스스로를 완성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그저 건달에 불과할 뿐이라 말하는 남자, 허지웅이 매일 쓰고 때로 신문과 잡지에 연재해온 글에 새 글들을 더하여 이 책을 엮는다. 이 책은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그 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너무 다가가면 아픈 일이 생겼고 너무 떨어지면 외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장 적절한 거리를 찾기 위해 겨우 떠올린 건 상대를 존경할 만한 적장처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워지면 속을 모조리 내보여버리는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친애하는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사랑한, 친애하는 적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한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번 책에서 들고 나온 화두는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거리다. 나와 나 자신, 나와 당신, 그리고 나와 공동체, 대한민국이라는 이 애증 어린 나라 사이의 최적의 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 그는 생을 살아오며 이 거리두기에 자주 실패했다는 사실을 토로하며 1부에서는 그의 일상에서 벌어진 실패의 연대기를 털어놓는다. 인간관계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또 연애관계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 피 흘리고, 그래서 다시 멀찍이 떨어졌더니 외로웠던 날들. 좋은 빛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 내게 특별히 좋은 빛이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다를 거 없는 볕이다. 그런데 내게만 특별할 것만 같은 빛이다. (…) 그런데 별일 없이 그저 그런 어느 날 알게 된다. 느닷없이 알게 된다. 그 빛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그 빛을 그저 나를 밝히기 위해 이용했다는 걸 말이다. 그러고 나면 그 빛이 슬퍼 보인다. 슬프게, 보인다. 나와 상관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빛났을 그런 볕 아래 있는 나마저 슬프게 느껴진다. 천장이 슬프다. _「천장이 슬프다」, 15~16쪽 그렇게 눈앞에서 천장이 허물어져내리는 것을 맨몸으로 받다가 일어나면, 청소를 한다. 타조털 먼지떨이와 그만의 ‘걸레점’에 대해 짐짓 눙치며 길게 늘어놓지만, 그가 청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컴퓨터 백업파일과 청소뿐이었다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관계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인생 속에서 그는 자신이 손댄 만큼, 움직인 만큼 정확하고 정직하게 깨끗해지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청소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삶에는 자주 어찌해볼 수 없는 ‘별일’들이 일어난다. 한 남자가 수백 건에 이르는 악성 루머글을 온라인에 유포한 일도 있었다. 허지웅이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수준의 강력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남자는 끝없이 글을 올리고 소문은 번져나간다. 그는 결국 송사를 치른다. 변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허지웅은 그 남자를 직접 대질하기로 한다. 남자는 왜 그랬을까? 남자의 사과를 받고 싶다, 되돌리고 싶다. 사과만 받으면 소송을 취하하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수년 동안 온라인상에 자신에 대한 지독한 글을 집요하게 퍼뜨린 남자를 직접 만난다. 당연하게도, 아름다운 화해와 이해의 순간은 펼쳐지지 않는다. 악몽 같고 공포만화 같은 대질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그 자리를 간신히 빠져나온다. 이렇듯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일들이 수시로 우리의 옆구리를 푹 찌르고 들어온다. 우리는 그토록 어이없는 별일들 속을 막막하게 헤맨다.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까지는 그것 참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듯하지만, 이내 ‘다 있어요’라며 어찌됐든 앞의 말을 껴안아 어루만지며 화해하려 애쓰는 것 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곧 비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_「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다」 , 27~28쪽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