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과 이승의 경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호러소설의 명수 고이케 마리코
서늘하지만 따스하고 무섭지만 어딘가 그리운 느낌을 주는 명품 괴담집
남편의 외도로 깊은 상처를 입고 지방에 홀로 내려온 가스미는 이빨에 씌운 크라운이 떨어져 낭패를 겪는다.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해 강가를 거닐다가 발견한 것은 어린 시절 다녔을 법한 낡은 치과 의원이었다. ‘히카게 치과 의원’의 진료실 안쪽에서는 치아를 연마하는 그리운 소리가 들리고, 손님도 적어서 인형을 안은 어린 소녀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가스미는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지역 토박이인 사촌 가쓰히코에게 좋은 치과를 발견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형 병원이 아니어서인지 처음 들어 본다는 사촌에게 치과를 적극 추천하면서도, 기묘한 전통 인형을 안고 있던 여자아이에 대해서만큼은 어쩐지 말하지 못했다. 겨울이 지나고 무사히 요양을 마친 가스미는 원래 살던 도쿄로 돌아간다.
어느 날 가스미는 출장으로 도쿄를 방문한 가쓰히코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가쓰히코가 다니던 건설 회사에서 목조 주택을 해체하던 중 수상한 방이 나와서 파헤쳐 보니 ‘히카게 치과 의원’의 이름이 적힌 현판과 쥐에 얼굴을 파먹힌 전통 인형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이미 오래전 사라진 치과 의원에 얽힌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는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에 대해 쓸 때는
고이케 마리코를 당할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_이케가미 후유키(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