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주관, 상호주관, 객관』은 현대분석철학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도널드 데이빗슨의 철학적 저술을 담은 그의 세 번째 논문집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관한 지식과, 다른 사람의 마음의 내용에 관한 지식, 그리고 공유된 환경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데이빗슨은 이들 세 종류의 지식 각각의 본성과 지위, 그리고 세 지식 사이의 연결과 차이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진리, 인간의 합리성, 그리고 언어, 사고, 세계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다. 자기 지식은 철학에서 양날의 검이었다. 그것은 다른 종류의 지식에 비해 상대적 확실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다른 지식을 위한 토대가 될 후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자기 지식에 기초한 철학은 외부 세계에 대한 총체적 착오의 가능성이라는 회의주의로 우리를 이끄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데이빗슨은 이 책에서 자기 지식의 객관성을 보장함으로써 회의주의를 물리칠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와 결속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통찰 즉 믿음과 사고의 귀속은 의사소통에 기초한다는 논제가 제시된다. 나아가 데이빗슨은 외부 세계에 관한 지식이 지니는 객관성 역시 ‘마음 앞에 놓인 대상’과 같은 오도된 개념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도 보장될 수 있음을 서술한다. 그 객관성은 우리 자신의 믿음 그리고 우리가 해석하는 타인이 지닌 믿음, 그 둘이 세계 안의 한 지점을 공히 지향한다는 경험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결국 세 종류의 지식은 전통적으로 생각되어 온 것과는 달리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환원 불가능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데이빗슨의 철학을 논의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삼각 측량의 유비, 무게와 피부 그을림의 유비, 그리고 스왐프맨 사고실험 등이 담겨 있으며, 퍼트남의 쌍둥이 지구 사고실험, 버지의 관절염의 예, 크립키가 재서술한 비트겐슈타인의 사적 언어 문제 등 분석철학의 중요한 주제들이 데이빗슨의 철학 안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만약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내가 알지 못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사고를 가늠할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고를 가늠하는 것은, 내가 그들과 같은 세계에서 살며 그것의 대다수의 특징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많은 반응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의 접촉을 상실할 것이라는 어떠한 위험도 없다. 세 종류의 지식은 삼각대의 형태를 지닌다. 만약 어느 한 다리라도 상실된다면, 어떤 부품도 서 있지 못할 것이다.” (4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