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본드의 단편들이 플레밍이 그의 작가 생활에서 어떤 이정표에 이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퀸》 ▶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 2008년 6대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카밀 역을 맡은 올가 쿠릴렌코와 함께 ‘퀀텀’이라는 정체불명의 거대 조직을 물리치는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 최고의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북미 개봉 주말 3일 동안 3451개 극장으로부터 6753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007 시리즈 영화 제22편인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가 넘는 경이적인 흥행 성공을 기록한 「카지노 로얄」의 마지막으로부터 한 시간 후를 시작으로 하는 직접적인 속편이다. 전편에서 사랑하는 연인 베스퍼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을 밝히며 개인적인 복수심과 임무 사이에서 충돌하는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영화에서 ‘퀀텀’은 사악한 거대 비밀 조직의 이름이다. 이것이 단순한 외형적 설정이라면 그 이면은 조금 더 복잡하고 감성적이다. 원래 퀀텀(quantum)은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말하고 솔러스(solace)는 (마음의) 위안을 의미한다. 직역하자면 ‘최소한의 위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연인을 잃은 제임스 본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복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이 영화의 내용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목으로 ‘퀀텀 오브 솔러스’를 선택한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플레밍의 단편 「퀀텀 오브 솔러스」의 주제와 제임스 본드의 처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 이언 플레밍의 단편 「퀀텀 오브 솔러스」는 1959년 잡지 《현대 여성(Modern Woman)》에 처음 실렸다가, 1960년에 단편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 다른 네 편의 작품과 함께 수록되어 출간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언 플레밍이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무언가 완전히 다른 것을 시도한 것으로, 국제적 범죄 조직과 싸우는 제임스 본드, 금발의 멋진 아가씨, 위험천만한 모험 대신, 카리브 해 지역 외국인 사회라는 폐쇄적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 감정의 잔인함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한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제임스 본드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아닌 청자의 입장에 있다. 제임스 본드가 식민지 관저에서 듣게 된, 한 고위 공무원과 그를 배신한 한 여인의 이야기. 승무원이었던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했으나, 사랑이 아닌 자신이 가진 지위와 돈을 보고 결혼했던 그 여인이 결국 남자의 모든 충심을 무시하자, 그 여자를 무일푼으로 만들어 철저하게 버린 한 남자.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인간애가 하나도 남지 않으면 그 관계가 끝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이며, ‘퀀텀 오브 솔러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바로 그 끈, 최소한의 인간애를 말한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제임스 본드의 마음에 상처로 남은 사랑과 복수의 이름으로 ‘퀀텀 오브 솔러스’를 차용한 것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1960)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뷰 투 어 킬」, 「유어 아이스 온리」, 「퀀텀 오브 솔러스」, 「위험한 거래」, 「힐데브란트 희귀어」와 이언 플레밍 사후에 출간된 『옥토퍼시 그리고 리빙 데이라이트(Octopussy & The Living Daylights)』(1966)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 「옥토퍼시」, 「한 여인의 자산」, 「리빙 데이라이트」, 「뉴욕의 007」을 모아 총 아홉 편의 단편으로 구성한 제임스 본드 단편 전집이다. 두 권의 제임스 본드 단편집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에는, 가장 유쾌한 축제의 현장에 치명적인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007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프랑스에서는 유럽의 비밀을 캐내는 소련의 지하 은신처를 발견하고(「뷰 투 어 킬」), 평화로운 자메이카에서는 살인을 일삼는 갱단의 소굴에 잠입하며(「유어 아이스 온리」), 로마에서는 국제 마약 조직을 소탕하고(「위험한 거래」), 베를린에서는 살인 청부업자의 단서를 파악한다(「리빙 데이라이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 속에서 매 임무를 프로답게 완수하는 제임스 본드의 지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 선이 무엇인가? 정의가 무엇인가? 단편 「퀀텀 오브 솔러스」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을 포함한 제임스 본드 단편 전집에는 살인면허 더블오(00) 넘버를 부여받은 제임스 본드의 화려한 활약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지 않는 단편들이 있다. 이 단편들에는 지금까지 제임스 본드 장편들을 쓰면서 고민했지만 작품 속에 담아내지 못했던 이언 플레밍의 숨겨진 고민거리, 새로운 문학적 시도에 대한 갈망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 제임스 본드는 물론 제임스 본드에게 지령을 내리는 M에게서도 나타난다. 제임스 본드의 상사 M은 냉철한 첩보부 수장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아우라는 제임스 본드를 움직이게 하는 절대선의 영역이다.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M이 제임스 본드에게 내린 임무는 사실 사적인 것이다. “누군가는 강인해야지. 누군가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지. (……) 어떤 사람은 종교적이야. 그래서 결정을 신에게 돌리지. (……) 하지만 신은 항상 그 결정의 책임을 결국 내게 돌려보내더군. 헤쳐 나가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어려운 일이야. (……) 마흔이 지난 사람들은 인생의 쓴맛을 봤거든. 고생도 했고 비극을 겪고, 질병도 앓아봤지. 그런 일들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 M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정의인가, 아니면 복수인가?’ M이 제임스 본드에게 내리는 지령은 항상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범죄 조직을 처단하라는 대의적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M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어떤 사람의 살해 사건을 두고 설령 그 범인이 사악한 사람이기는 하나 그것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인지 복수인지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과 결정을 부하인 본드와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은 선과 악이라는 매우 명백하고 단순한 구조가 사건 전개의 바탕을 이루는 장편소설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다른 제임스 본드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선과 악, 정의와 복수 사이의 심적인 갈등은 단편에서 조금 더 진지하게 다루어진다. ▶▶ 스파이 소설을 뛰어넘는 소설 또한 여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매개로 범죄 조직과 그것을 처단하는 평화 조직이라는 조직적이고 명백한 대결 구도와 범죄 조직의 처단이라는 단순한 결말은, 단편에서는 잔인하고 인간성 없는 한 악한의 등장과 그에 대한 응징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로 대체되어 이언 플레밍 작품이 스파이 소설의 영역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믿으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미국인 크레스트는 「힐데브란트 물고기」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해당한다. 그는 죽어 있었다. 끔찍하게 죽어 있었다.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가시들이 입안에 박혀 있었다. 피부를 뚫고 나온 가시들도 있어 뾰족한 가시 끝이 피로 얼룩진 불결한 입 주위로 튀어나와 있었다. (……) 누가 한 짓일까? 어렵게 구한 포획물을 무기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잔인한 악의의 냄새가 났다. 그렇다면 그녀일 것이다. 하지만 피델 바비, ‘내가 그 인간 입에 그 귀하신 물고기를 처넣어 주었지.’ 피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리는 듯했다. 플레밍은 누가 범인인지 밝히지 않고 작품을 끝낸다. 크레스트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채벌을 당하는 크레스트 부인일 수도, 그에게 한껏 모욕을 당하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