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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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캐릭터, 뜨거운 긴장감, 사실적 스토리의 통타! 리얼리티 야구와 미스터리의 유쾌한 접목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 『사우스포 킬러』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2005년)한 정통적 풍미의 하드보일드 야구 미스터리로, ‘사우스포’는 투구 시 왼손이 남쪽으로 향하는 좌완 투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소설은 인기 프로야구 구단의 2년차 좌투수가 어느 날 집 앞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습격당하고, 이어 구단과 매스컴에 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고발문서가 날아들면서 시작된다. 당황한 구단은 곧바로 투수에게 자택근신과 2군 강등 처분을 내리고,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지 못하면 영원히 야구계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내몰린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심한 투수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구단과 매스컴, 대중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 한 걸음씩 진실 앞으로 다가선다. 고독한 히어로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씁쓸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초반부터 거침없이 전개되는 투수의 승부조작 스캔들은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구장 한가운데로 데리고 간다. 저자의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는 스토리 전체에 사실감과 생동감을 부여하고, 특히 시합 장면의 섬세한 묘사가 흥미진진하다. 투수의 투구 조합, 경기 중 선수의 의식, 배터리의 팀워크, 타자 투수의 신경전, 불펜의 상황, 감독과 심판과 관중…… 이 요소요소가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극히 사실적인 야구계의 사건을 만나 스릴 넘치는 한 편의 웰 메이드 서스펜스로 완성되어간다. 고독을 받아들이는 쿨한 자세 지적이고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좌투수의 반격 스물일곱 살의 사와무라 와타루는 대학에 들어와 잠시 야구를 포기했다가 3학년 때 다시 글러브를 잡은 뒤 미국 유학을 거쳐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 오리올스에 입단한 행운의 좌투수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만 뛰어온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공 배합이나 투수 기용, 컨디션 조절 및 트레이닝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집단주의와 정신주의를 혐오해 오리올스의 인습적 코칭이나 권위적 태도에도 반발한다. 당연히 코치들이나 선수들은 그에게 반감을 품고, 그는 팀에 융화하지 못하고 겉도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시즌 방어율 2.85로 그는 현재 팀에서 3순위의 투수이고, 에이스를 위협하는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꾸준히 전력을 올려가는 주인공과 반대로 팀의 성적은 수년째 내리막이다. 슬슬 감독 교체설이 흘러나온다. 왕년의 명선수 출신으로 현재도 국민적 야구 영웅으로 사랑받는 오리올스의 감독은 로테이션이라는 개념을 무시한 투수 기용으로 원성을 사기 시작하고, 좌투수가 부족한 상황인데도 구단에서는 최근 몇 년 유독 좌투수만 트레이드하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 불운한 사고로 야구를 포기한 선수까지 나왔다. 구태에 젖은 코칭스텝, “야성의 감” 운운하며 선수를 혹사시키는 감독, 에이스들의 부진, 계속되는 타선 침체…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팀의 좌투수들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속된 오리올스는 일본 내 최고의 인기 구단이다. 전 시합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시합이 벌어지면 어느 구장이든 만원이다. 이를테면 오늘처럼 상대 팀 홈구장이라 해도 관중의 대부분은 오리올스를 응원한다. 이런 구단은 오리올스가 유일무이하다. 9쪽 일본 야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소설에 등장하는 팀과 감독이 곧바로 현존하는 팀과 인물에 오버랩 됨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현실의 프로야구계를 대담하다 싶을 정도로 끌고 들어와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주인공 사와무라만큼은 현실 야구계에서 초연한 풍모를 풍긴다. 스테레오 타입의 모범적 캐릭터. 재능을 지니고 태어났으나 묵묵히 자기 앞길만 보고 걸어가는 진지하고 냉정한 캐릭터. 독자는 이 전형적인 영웅 스타일의 주인공이 누명을 벗기 위해 직접 수수께끼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화려한 프로 세계의 장막에 가려진 선수들의 갈등과 고민, 시기와 질투, 집념과 꿈을 만나는 경험을 한다. 작가는 초반에 강속구 같은 사건을 세상으로 던진 뒤, 후반에 다시 한 번 직구 강속구 같은 클라이맥스를 송구한다. 선수 생명을 건 사와무라의 마지막 등판. 그는 자신을 함정으로 몰아넣은 남자에게 망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 수면제까지 억지로 삼킨 상태로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마운드에 선다……. 명품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 묵직한 공끝 같은 야구소설의 탄생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주인공의 조사를 거드는 베테랑 스포츠기자 시모하라 미치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한으로 신출귀몰하게 등장하는 다카기 구니히코, 주인공과 러브 라인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 미레이, 레드 삭스의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처럼 좋은 동료이자 티격태격하면서도 후배 사와무라를 품어주는 에이스 포수 다지마, 노련한 구단주와 그의 바보 아들 부사장 등 이 소설은 뛰어난 캐릭터 조형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는 마치 탐정소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의 다카기 구니히코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주위를 맴돌면서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처럼 날 서고 감각적인 대사를 뱉으면서 탄탄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귀중한 존재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 소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이 작품에는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대단한 트릭도, 사체도, 다중인격자나 살인마도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를 통해 웃고 울고 승부하고 포기하고 다시 꿈꾸는 야구인들의 선 굵은 이야기 하나로 우직하게 완투한다.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는 토미 라소다의 말을 매해 되풀이하는 야구팬이라면, 복잡한 수수께끼를 푸는 투수보다 마운드에서 강력한 피칭으로 통쾌한 아웃을 잡아내는 진짜 야구를 더 바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