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는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영화인이었다!”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은 1993년의 한 인터뷰에서 구로사와 아키라를 “지난 40년간 일본 영화계뿐 아니라 서구 영화계를 지배해온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또,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를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영화인”이라며 숭배해온 것은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이러한 찬사들이 과장이 아님을 말해주듯, 구로사와는 사후(1998년 사망) 1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전 세계 언론 매체에 자주 오르내리고, (각본, 제작, 연출 등 다방면에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영화들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리메이크되었거나 곧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이렇듯 구로사와는 이미 자국 일본을 넘어 세계의 공인이 된 영화계의 거장이다.
올해(2010)는 구로사와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영화계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리면서 상영관 전석이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히 뜨겁다. 이 책은 ‘영화 밖에서’ 구로사와 탄생을 기념하는 것으로, 1993년 초판이 나온 이래 세 번째 개정판이다. 구로사와의 열렬한 지지자인 세종대학교 이정국 교수(감독)가 16년 동안 가슴에 품어오면서 집필한, 구로사와의 영화세계를 집중 조명한 국내 유일의 책이다.
저자는 (일본 영화 수입을 예상하면서) 일본 영화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자 일본 영화의 정점이랄 수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분석해 초판을 냈고(1993), 이후 일본 영화가 수입되고 구로사와가 사망하고 난 1999년에 두 번째 수정판을, 구로사와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세 번째 개정판을 냈다. 본 개정판에서는 〈요짐보〉에 관해 새로 발굴한 정보와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된 리메이크 작품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비교 평가, 그리고 구로사와의 유작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비 그치다〉에 대한 촌평, 구로사와 영화의 마지막 결투 장면을 분석한 글 등이 추가되었다.
한 영화광의 ‘관람평’이자 영화학도의 ‘에세이’이며, 감독으로서의 ‘분석론’
“가장 일본적인 소재로 매우 보편적인 주제 의식”을 탐구하는 데 탁월한 구로사와 감독의 작품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미학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또한 구로사와 이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가장 셰익스피어답게 재해석한 감독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까다롭게 영화평을 하기로 유명한 우디 앨런조차 “셰익스피어를 찍을 수 있는 감독은 구로사와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상업 영화권이나 예술 영화권 양쪽을 다 포섭한다. 실제 구로사와 이후 일본 영화는 세계 반열에 올랐고, 칸과 베니스에서 주요 상을 휩쓸었다. 그것도 벌써 1950년대 이야기니, 한국 영화가 세계인에 주목받기 40~50년 전이다.
이 책은 구로사와에게 쏟아지는 이 같은 찬사와 열광의 실체를 찾아 나선 한 영화광의 ‘관람평’이자 영화학도의 ‘에세이’이며, 같은 영화감독으로서의 ‘분석론’이다. 세계가 구로사와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 구로사와 영화가 지닌 스토리의 보편성과 영화 언어의 특이성, 연출의 힘 등이 무엇인지가 이론가가 아닌 창작자의 시각에서 읽기 쉽게 기술되어 있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세계를 집약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
- 구로사와 아키라의 성장 배경과 영화계 입문 동기, 성공과 좌절의 기록 등의 일대기부터 감독론, 작품론, 영화 미학, 연출 분석까지 총 망라한 ‘인간 구로사와 아키라의 완결판’이다. 특히 작품론은 카메라 워크와 편집, 화면 구성, 사운드, 조명까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어, 구로사와 영화를 마치 사진처럼 한 컷 한 컷 들여다보면서 영화 수업을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이 점은 감독인 저자가 줄 수 있는 특유의 장점이다.
- 창작자의 시각에서 접근한 실용서로, 학문적인 시각이 아닌 창작자의 시각에서 쉽게 영화에 접근하고 영화를 풀어 썼다. 난해한 전문용어를 피하고, 관객의 눈높이에서 구로사와 영화의 특이점과 연출의 매력, 스토리의 희소성을 끄집어내 설명해주므로 관객이 좀 더 심화된 시각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한다.
- 구로사와가 좌익 감독이라는 기존 평단의 평가를 뒤집어, 구로사와야말로 “일본적이고 우익적인 감독”이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구로사와가 인류애, 휴머니즘을 다룬 작가라는 기존의 평가를 뛰어넘어, 구로사와야말로 가장 일본다운 감독이며 후반기 작품에서는 오히려 ‘극명하게 자국 일본의 이익에 치우친’ 영화를 만든 매우 우익 감독이었음을 그가 만든 작품을 통해 낱낱이 분석한다. 저자는 서구 평론가들이나 한국의 영화 식자들이 구로사와를 서구적인 감독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피상적인 관찰이며, 그러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책 전반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가 볼 때 구로사와의 영화 정신은 곧 일본 정신이다.
- 오로지 영화를 통해, 영화만으로 영화를 분석한다. 저자는 작가가 전달하는 텍스트인 영화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는 것으로 영화에 접근하고 영화를 이해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외국 평론가의 글을 편역하거나 짜깁기한 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생생한 육성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다른 평자의 관점은 논지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급될 뿐, 이 책엔 전적으로 저자 이정국의 목소리와 시각이 강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