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에 벌어진
희대의 연쇄 살인 사건을 재구성한 걸작 범죄 스릴러
CWA 존 크리시 대거 상 수상작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악명을 떨쳤던 연쇄 살인범 ‘도끼 살인마(Axeman)’를 소재로 한 『액스맨의 재즈』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여섯 명이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후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있던 뉴올리언스는 공포에 사로잡혔고, 더욱이 범인으로 자칭하는 인물이 지역 신문사에 살인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면서 혼란은 절정에 치달았다. 현재까지도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도끼 살인마 사건은 세계적인 미제 살인 사건 중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여러 소설과 논픽션의 소재로 차용되었다. 탄탄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서사를 갖춘 『액스맨의 재즈』는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한 재즈의 대가들을 등장시키며 20세기 초 뉴올리언스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재현하여 《북셀러》, 《가디언》 등 유수의 잡지에서 주목할 작품으로 소개되었고,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가 수여하는 존 크리시 대거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맥베스」, 「킹스 스피치」 등의 영화를 만들었던 시소필름에서 TV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제 지상의 시간으로 다음 주 화요일 밤, 정확히 12시 15분에 뉴올리언스를 지나갈 거야. 내 무한한 자비를 베풀어 너희에게 자그마한 제안을 하지. 잘 봐. 나는 재즈 음악을 아주 좋아해. 지옥의 모든 악마를 들어 맹세컨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 밴드가 한창 연주 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거야. 만약 모두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면, 음…… 그렇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화요일 밤에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들은 도끼 세례를 받을 거야.―‘도끼 살인마의 편지’ 중에서
도시를 뒤덮은 농염한 재즈 선율 속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도끼 살인마를 향한 숨 막히는 추적극!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의 젊은 시절을 만나다!
『액스맨의 재즈』는 저마다 도끼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 사연이 있는 개성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전개한다. 부패한 선배 형사를 밀고한 이후 동료들의 냉대 속에서 지내야 했던 마이클 탤벗 경위는 도끼 살인마 사건 수사의 지휘를 맡는다. 마이클의 고발로 수감되었다가 가석방된 루카 단드레아는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과거 신세를 졌던 마피아 보스 카를로의 부탁을 수락하여 살인마를 잡으러 나선다. 한편 핑커턴 탐정 사무소 뉴올리언스 지국의 사무원이자 셜록 홈즈의 열광적인 팬이기도 한 혼혈 여성 아이다 데이비스는 현장에서 활약하는 탐정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연쇄 살인 사건의 단서를 모은다.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세 갈래의 이야기가 후반부에서 절묘하게 연결되며 연쇄 살인 사건에 숨겨진 진상이 드러난다. 세 주인공 못지않게 흥미로운 인물은 아이다의 소꿉친구이자 조력자로서 큰 활약을 펼치는 재즈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작중 루이스)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거쳐 소년원에서 처음 음악을 배우게 된 그의 유년시절이나 선배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작품 곳곳에 흥미롭게 녹아 있어 한층 재미를 더한다.
뉴올리언스의 명암을 선명하게 그려낸 역사소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 주에 속한 뉴올리언스는 크리올(혼혈 인종)과 흑인의 비율이 많아 부두교의 문화가 녹아 있고, 미국에서 이탈리아 갱단들이 초기에 악명을 떨치던 지역의 한 곳이었다. 『액스맨의 재즈』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금주법 시행을 앞둔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뉴올리언스 특유의 지역적 특성을 생생하게 그려 내며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도끼 살인마는 의심으로 가득한 도시에 불신을 더해 갔다. 뉴올리언스 지역 사회마다 이웃 지역에 담장을 쳤다. 북으로는 크리올 흑인이, 남으로는 아일랜드인, 서쪽에는 아프리카 흑인이 살았고 중앙에 위치한 리틀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인이 살았다. 다른 소수 민족들도 있었는데 중국인, 그리스인, 독일인, 유대인들이 체스판의 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도심 정중앙의 상업 지구인 스토리빌 프렌치쿼터에서만 한데 섞였다. 분리가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의심은 분리를 더 부추겼다. 이젠 도끼 살인마가 이 모든 상황에 불을 붙인 격이 됐고 이렇게 갇힌 모든 사람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부딪쳤다.―본문 중에서
뉴올리언스로 돌아가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이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폭력적이고 용서가 없고 서로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의심을 놓지 않는 범죄자와 이민 사회가 넘쳐나는 곳. 하지만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눈부시게 빛나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곳이기도 해서 차별과 악의, 지저분한 거리와 빛바랜 영광에도 불구하고 뉴올리언스라는 도시에 홀리기 쉬웠다.―본문 중에서
뉴올리언스에서는 모든 게 다릅니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미국 도시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공작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고, 프랑스 왕의 이름을 딴 주에 위치해 있죠. 우리는 커피도 다르게 마시고, 조리법도 다르며, 음악도 다르게 연주합니다. 뉴올리언스의 광장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이름에서, 거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온 이름을 따서 지었죠. 우리는 시신을 지상에 묻지만 도시는 해수면 아래에 건설합니다. 우리는 회개의 화요일도 개신교의 절기가 아니라 프랑스의 절기로 지키죠. 행정구역도 미국식으로 ‘카운티(county)’를 쓰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유래한 ‘패리시(parish)’를 씁니다. 우리는 섹스나 마약 관련 범죄도 금하지 않고 합법화하죠. 수많은 프랑스 무역업자들이 인디언 안내인들의 현명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곳 습지에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