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현대인의 죄악과 부패, 그 위에 드리워진 환상과 쾌락의 그림자 테네시 윌리엄스는 아더 밀러와 더불어 미국 현대극에 새로운 극예술의 지평을 열어준 극작가다. 그는 희곡뿐만 아니라 시, 논문, 소설, 시나리오, 회상록 등 많은 작품을 썼는데 희곡만 하더라도 무려 70여 편을 발표했다. 그는 희곡 작품에서 자기가 살아온 미국의 남부지방을 무대로 하여 현대사회의 모순과 그 속에서 신음하는 인간의 실존의식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의 주제의식은 현대생활의 특정한 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테면 이러한 주제를 심리학적 공간 속에 투영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분석학적 문제로 압축시키는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문제제기에서부터 현대사회 전역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 세계는 심리적 리얼리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리얼리즘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맑다. 그 속에는 항상 꿈과 추억과 환상으로 내적인 생명이 눈을 뜨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는 작가의 근본적 세계를 가장 명료하게 나타낸 대표작이라 하겠다.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이어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누렸을 뿐 아니라 뉴욕 극평가상, 도널드슨 상을 수상함으로써 불멸의 작가로 남게 되었다. 윌리엄스에게 화려한 극작가 시대를 열어준 <유리 동물원> 집필로부터 꼭 10년 만에 발표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작가가 가장 의욕적인 시기에 쓴 것으로 알코올 중독, 성도착주의, 황금만능주의 등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온갖 죄악과 부패상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즉 인간의 아름다움 보다는 추악상을, 양지보다는 음지에 움츠러든 인간상을 그리면서도 그 악의 꽃들이 이루어 놓은 도취감과 히스테릭한 불안과 초조, 그리고 도착된 섹스에서 오는 환상적인 쾌락의 그림자를 투영시킴으로써 현대인의 황량하고 살벌한 불모지대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환상적인 시의 세계를 꾸려 나가면서 현실을 준열하게 관조하려는 윌리엄스의 희곡세계에 거듭 탄복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