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스캔들

주디스 브라운 · 역사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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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 기록을 통해 재구성한 17세기 이탈리아의 종교.권력.성관념. 이 책은 종교적 환영을 체험했던 한 수녀가 겪은 삶의 부침에 관한 일화이며, 동시에 근대 초 유럽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동성애와 관련된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과 수녀들의 삶,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과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베네데타 까를리니는 당시 사회에서는 예외적으로 자력으로 수녀원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런 지위가, 종교적 환영을 체험한다는 그녀의 신비주의적 주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과 소통하며 나아가 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는다는 베네데타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그녀는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은 베네데타 까를리니라는 한 여성에 주목해 당시의 사회 그리고 그 세계에 내화된 권력관계를 조명한 전형적인 미시사적 저술이다. 역사학자인 저자 주디 브라운은 당시의 종교 심문 기록과 여타의 자료들을 분석하고, 실제 관련 기록의 발췌 원문을 덧붙이면서 베네데타의 삶을 마치 소설을 써내려 가듯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17세기 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그곳에 위치한 소규모의 수녀원 그리고 그 속에 은둔해 살아가던 어느 수녀의 삶이 어떻게 더 넓은 사회적 공간과 연결되고 더 보편적인 세계의 질서와 조응하는지를 보면서, 세계의 만화경인 한 개인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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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옮긴이의 글 | 감사의 글 | 서론 | I. 가족 | II. 수녀원 | III. 수녀 | IV. 1차 조사 | V. 2차 조사 | 에필로그 | 부록: 주해 목록과 증언들 | 주석 |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느 성녀의 두 얼굴 ―미처 말하지 못한, 아직 말하지 않은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 1623년 이탈리아 페샤의 한 수녀회. 수녀원장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교황 대사는 어린 수녀의 증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자리했던 필경사는 글로 옮길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는 여러 차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다음과 같은 증언 기록을 남겼다. “거듭되는 두 해 동안 적어도 한 주에 세 차례 저녁이면 이 수녀 베네데타는 옷을 벗고 침대로 가서 룸메이트가 옷을 벗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거짓으로 그녀를 필요한 체하며, 그녀를 부르곤 했다. 바르톨로메아가 오면 베네데타는 팔로 그녀를 잡고 강제로 침대에 넘어뜨렸다. 그녀를 안으면서 베네데타는 자신 아래에 그녀를 눕혔다. 그리고 마치 스스로가 남자인 것처럼 그녀에게 키스하며 사랑의 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 위에서 많은 자극을 주어 둘은 타락에 빠졌다. 따라서 베네데타는 때로는 한 시간, 때로는 두 시간, 또 때로는 세 시간 동안 강제로 그녀를 소유했다. …… ”_203쪽 이 증언 속 주인공은 “신비주의자로 가장했지만 결국은 부정한 여인으로 판명된 페샤의 테아티노회 수녀원장, 벨라노 출신의 베네데타 까를리니에 대한 재판과 관련된 문서”에 봉인된다. 그로부터 몇 세기 후. 20세기의 한 역사학자가 이 봉인된 문서를 열어 17세기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추적한다. 오늘의 우리 앞에 그 부정한 여인을 다시 세운 이는 주디 브라운Judith C. Brown. 그녀는 피렌체 국립문서보관소의 자료를 살피던 중 저 한 줄의 문서 제목에 이끌려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한복판에 선다. 성모 수녀회 수녀원장 베네데타 까를리니가 경험한 환영과 신비한 주장에 대해 1619년에서 1623년 사이에 이루어진 심문에 관한 100쪽 가량의 기록은 그렇게 역사학자 주디 브라운의 손에서 ≪수녀원 스캔들(원제: Immodest Acts: The Life of a Lesbian Nun in Renaissance Italy)≫(푸른역사)로 재구성되었다. 이 책은 종교적 환영을 체험했던 한 수녀가 겪은 삶의 부침에 관한 일화이며, 동시에 근대 초 유럽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동성애와 관련된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 책은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과 수녀들의 삶,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과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심문 기록에는 다른 사실들과 함께 그녀와 다른 수녀 사이의 성적 관계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이 점에서 이 자료는 전근대 유럽 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기록이며, 또한 여성의 성적인 삶 그리고 여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르네상스 관념이라는 지금까지 검토되지 못한 영역을 분석하는 귀중한 자료다.”_20쪽 심문 기록을 통해 재구성한 17세기 이탈리아의 종교·권력·성관념 이 이야기의 주인공 베네데타 까를리니는 당시 사회에서는 예외적으로 자력으로 수녀원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런 지위가, 종교적 환영을 체험한다는 그녀의 신비주의적 주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벨라노 출신의 산골 소녀가 그러한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트렌토 공의회는 가능한 마흔 살이 넘어야 수녀원장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베네데타가 서른 나이에 수녀원장이 된 것은 더욱 예외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수녀원의 존립 여부의 열쇠가 된 복잡한 관료제적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수녀원을 이끌어 가면서,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이다.”_82쪽 수녀회에 들어와 이제 스물세 살이 된 베네데타는 자신의 환영을 수녀원장과 고해 신부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을 들은 신부는 ‘악마의 술수일 수도 있으니 순명을 권고하며 참회하라’고 한다. 당시의 종교적 관념상 여성은 의지와 상관없이 악마의 도구가 되기 쉽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베네데타는 2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베네데타의 무아경은 성흔과 그리스도와의 심장 교환, 심지어는 신과의 결혼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그녀를 특권 여성의 반열에 오르게 했으며, 수녀원장으로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성인으로 추앙받던 당대의 여러 신비주의자들에게 그랬듯이 사람들은 그녀의 주장을 믿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베풀었다. 즉, 그녀는 전형적인 성인 열전의 주인공과도 같은 인물이 된 것이다. “(신비한 결혼식) 공개에 대한 바람은 진정한 신비주의자에게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시대의 사회적 · 공적 담론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는 점을 동시대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환영을 경험한 많은 여성들은 실제로 사회의 주목을 받고 권력을 획득하려던 여성들이었다. …… 성흔과 환영을 경험할 수 있었던 능력 덕택에 1580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되었고, 그녀의 행위가 사기로 판명되기 전까지 통치자들과 교회 고위 관료들은 그녀에게 조언을 구했다. 베네데타가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_134쪽 이탈리아 교회 당국자들은 베네데타의 환영에 의심을 품고 한 차례 조사단을 파견하지만, 뚜렷이 보이는 성흔과 수녀들의 증언으로 그녀의 무아경을 사실로 인정한다. 약 2년간 수녀원장으로서 베네데타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평탄했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죽은 그녀가 다시 부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게 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교황청은 그녀를 전면 재조사한다. 그녀 이전에도 신비주의적 체험을 사칭하는 협잡꾼들이 적지 않았으며, 16세기 이래 교회는 비판적 프로테스탄트들의 조롱에 민감한 상황이었다. “황홀경에 빠진 상태에서 천사로 변한 베네데타가 제기했던 주장에 대해 한 수녀가 의구심을 표출했다. 이전에 베네데타는 테아티노회의 수녀들이 어떻게 진정한 종교적 열정으로 채찍 고행을 할 수 있는지를 자신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베네데타의 곁에 있던 그 수녀는 베네데타가 심지어 단 한 차례도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았고,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손에 난 상처의 피로 채찍을 물들였다는 점에 주목했다.”_193쪽 신과 소통하며 나아가 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는다는 베네데타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그녀는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책의 저자 주디 브라운은 심문 기록에 언급된 조사 자료와 수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이해할 수 있지만 판단할 수는 없는 죄 그렇다면 종교적 환영을 경험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단순히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고안된 의도적인 사기극이었을까? 흥미롭게도 저자는 비록 베네데타의 주장이 거짓일지라도 그녀 역시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희생자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베네데타의 시대는 오늘날의 우리와는 다른 관념을 지니고 있던 종교적 세계였다. 이를 고려한다면 그녀의 체험과 주장을 허무맹랑한 허구의 소산으로 해석해버리거나 희대의 협잡꾼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쩌면 낯선 세계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낳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가 오늘날과 달랐던 그 시대에서는 베네데타의 신비한 경험 그 자체가 삶의 진실이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교회 당국은 그녀의 신비한 체험 자체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물론 성인을 사칭하는 행위는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당시의 세계에서 결코 무시 못할 범죄였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이성적 힘이 약하고 그로 인해 욕정에 쉽게 굴복한다는 여성에 대한 당시의 일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베네데타는 기민하게 책략을 구사한 악의 화신이라기보다 악마의 계략에 넘어간 가엾은 희생자로도 평가될 수 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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