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서술로 우크라이나 민족을 만들어 내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의 <(삽화로 보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한국어로 옮긴 것으로, 한국에서 출판되는 최초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사 개설서이다.
흐루셰브스키는 1866년, 당시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던 홀름(현재는 폴란드 영토인 헤움)에서 태어났다. 1886년 키예프 대학에 진학하여, 우크라이나 근대역사학의 창시자인 안토노비치의 지도로 역사학 방법론을 익혔고, 석사 학위를 받은 후 1894년 르비브 대학 교수로 부임하여 우크라이나 역사를 강의하였다. 그 후 셰브첸코 학회 회장을 겸하면서 우크라이나 역사와 언어 연구에 정열을 쏟았고, 우크라이나 역사에 관한 수많은 저서를 집필하였다.
우크라이나 역사 연구와 관련된 흐루셰브스키의 부단한 노력은 열 권으로 된 라는 방대한 저작으로 집대성되었다. 이 저작은 동슬라브인들의 초기 역사부터 흐멜니츠키 사망 직후인 1658년까지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를 일관된 연속성이라는 시각 아래서 서술한 것이다. <(삽화로 보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일반인들을 위한 개설서로서 1911년 우크라이나어로 첫 출간되고, 1913년 러시아어로 출판되었으며, 그 후 여러 차례 수정 증보되었다. 이 책은 에서 다루지 못한 17세기 후반 이후 20세기 초에 이르는 역사까지 살피고 있다. 흐루셰브스키는 러시아 역사학의 전통적 해석과는 달리, 키예프 루스 공의 가계와 모스크바국의 정치제도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모스크바-러시아가 키예프 국가의 계승자라는 견해를 거부했다.
흐루셰브스키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땅에서 살고 있으며, 오늘날의 우크라이나인들의 선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삶과 활동, 문화를 그들을 지배한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피고 있다. 강력한 목적론적 사관으로 우크라이나 역사를 개관하고 있는 이 역사가는 ‘우크라이나적 요소’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면서 이 말을 자주 쓴다. 그 요소는 대체로 보아 키예프 루스, 정교, 코자크 집단, 우크라이나어 등이다. 그의 견해를 따르자면, 키예프 루스 땅에서 정교를 믿었던 사람들의 후예가 우크라이나인을 형성했고 코자크들이 이들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 국가의 초보적 형태를 제공하였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고 발전시켰으며, 우크라이나 문인들은 이 언어를 근대적인 문학어로 발전시켰다. 우크라이나어를 독자적 언어로 수호하려는 사투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족의식이 강화되었으며, 우크라이나어로 된 문헌과 문학작품들은 우크라이나 민족의식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흐루셰브스키는 그의 역사 서술 속에서 역사적 우크라이나 땅과 역사적 우크라이나인의 테두리를 만들었으며, 그가 만든 테두리가 곧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가와 우크라이나 인민을 형성해 낸 역사가이다! 그는 역사가일 뿐 아니라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수립된 우크라이나 중앙라다의 의장으로서 우크라이나의 독자적 국가 수립을 주도했던 정치인이기도 하였다. 그가 ‘우크라이나 역사의 독자성’을 주장한 것은 그 자체로서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운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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