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에스프레소 커피 뒤에 숨겨진 커피의 정치경제사를 읽을 수 있는 탁월한 책이다
-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매혹적인 물질인 커피에 관한 최종판이 될 책
- 박찬일(음식칼럼니스트)
위험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팜므파탈 커피의 모든 것
커피에 얽힌 정치, 경제, 문화, 전쟁 등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커피사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기존에 커피의 역사에 대해 다뤘던 책들은 1930년대에 출간된 것으로, 최근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았지만 이 책의 원서는 2010년 10월에 출간돼 최근의 흐름까지 담고 있다. 또한 저자가 3백 명을 인터뷰하는 등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객관적이고 꼼꼼하게 썼기에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튼실한 내용에 술술 읽히는 재미까지 더해져 있어, 이 책이 다룬 마력의 커피처럼 빠져들며 읽게 된다.
커피를 둘러싼 논란과 정략의 역사!
호기심에 발동을 걸어 주는 커피의 유례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어떻게 전 세계인들이 커피에 빠져들게 됐는지 전파 과정을 보여 주고 나서, 참혹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들 그리고 노예제가 없어지고 나서도 노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농민 노동자들의 모습과 커피가 농장주들의 배만 불리는 현실을 비추곤, 커피 마케팅 전쟁의 시작과 더불어 격동의 시대가 열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커피 보급에 큰 역할을 하는 제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커피를 생산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끔찍한 대학살이 벌어지는 내전 시기와 맞물려 한쪽에서는 라디오와 TV가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마케팅의 세계가 그려지며 그 당시의 유쾌한 문화와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 불황 속에서도 커피는 혼자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커피의 질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는 안타까운 시대를 맞이하고, 그 커피 암흑기는 스페셜티 커피를 갈망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지나간다. 그렇게 커피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그 스페셜티 커피 열풍은 지금도 이어지며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저렴한 커피 값을 위해 희생되어 온 농민 노동자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펼치는 공정무역 등 일련의 노력들이 소개되며 꽤 흐뭇하게 마무리 된다. 마지막에 완벽한 커피 추출을 위한 팁까지 제공하면서.
다섯 가지로 살펴본 커피의 일면
문화: “혁명의 본부” 커피하우스
커피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것도 격식을 차리는 하나의 문화이다. 10세기에 페르시아의 한 의사에 의해 지면에 처음 언급된 커피는 타 지역에서는 이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는 대신 커피하우스가 문화의 장이 된다. 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커피하우스는 커피가 15세기 말 이슬람권 전역에 소개되며 더 멀리 퍼진다. 프랑스 시민혁명과 미국의 독립 선언 등 수많은 혁명을 선도하며 “혁명의 본부”라고 불린 커피하우스는 런던에만 2천여 개가 들어서며 1페니만 내면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그곳에서 오가는 비범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고 하여 "페니 대학"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고주망태가 된 17세기 유럽의 남자들이 술을 깨기 위해 찾는 장소였다. 각 지역마다 그리고 각 커피하우스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모이는 이들의 부류도 달라 나름의 색깔들을 만들어 냈다. 이후 세계 곳곳에 자리하다 1960년대 미국 군 기지 외곽에 퍼진 GI(미군) 커피하우스가 반군사주의 군인들을 끌어들이면서 반전 커피하우스로 불리며, 저항의식을 싹틔우는 반항의 부화실로서의 커피하우스 역사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1890년대 중반~1900년대 초에 생겼다는 우리나라의 커피하우스는 현재 프랜차이즈와 개인이 직접 로스팅하는 소규모 커피하우스가 섞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스페셜티 커피를 좇는 사람들이 만든 제3의 물결을 넘어 농장주와 소비자의 거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4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전쟁: 조지 한 잔과 씁쓸한 가루
커피를 전 세계로 퍼뜨린 일등공신은 전쟁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커피에 위안받던 군인들을 평생 중독시켜 버린 인스턴트커피 “조지 한 잔”은 그 중에서도 특 일등공신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브라질의 가장 신뢰할 만한 고객으로 등극한 미국은 군인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고, 전쟁터에서의 커피를 잊지 못한 그들은 평생 커피 애호가가 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주도권을 갖게 된 미국은 커피의 주도권 또한 갖게 된다.
그렇다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내전에 깊숙이 얽혀 버린 커피는 어땠을까? 커피 가격의 하락과 농민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혁명을 부채질한 면도 있지만 독재자들의 자금줄이 바로 이 커피였기에 끔찍한 대학살에 희생당한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에게 커피는 눈물의 “씁쓸한 가루”였다. 커피를 마시며 그런 자금을 간접적으로 대 주던 커피 애호가들은 모르는 건지 모르고 싶었던 건지 그런 사실에 무관심했고, 농민 노동자들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 떨어야 했다. 그것도 우리에게 별로 멀게 느껴지지 않는 1980년대에도 그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던 그 시대는, 그렇게 세계적으로 독재가 폭력을 휘두르며 판을 치는 그런 시대로 기억되게 되었다.
무역.국제정치: 커피 값 ‘붙잡기’ 대 ‘올리기’
앞서 ‘전쟁’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커피의 주도권을 갖게 된 미국은 브라질 및 라틴아메리카(나중엔 아프리카도)와 커피 가격을 놓고 조율하며 미국인들이 유독 민감해 하는 커피 값을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올라도 커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농장주는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겨우 버티고 농민 노동자는 임금을 올려 받기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떠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러도. 지금도 미국에서는 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또 다른 음료인 콜라보다 훨씬 저렴한 값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커피 가격이 늘 싼 값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커피 생산 지역이 많지 않았던 시절의 커피는 농장주가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쏠쏠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다 커피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자 너도 나도 (베트남 같은 아시아까지) 커피나무를 심은 탓에 커피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훗날을 생각하지 않은 경작 방식에 땅은 황폐해졌다. 그러다 서리 같은 자연 재해 때문에 생산량이 떨어지면 가격이 올랐다. 이 오르는 가격을 보고 또 너도 나도 커피나무를 심어 풍작이 되면 커피 가격은 떨어졌는데, 이런 붐-버스트 현상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그래서 새로 커피나무 심는 것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커피는 또 다시 사방에서 쏟아졌다. 점점 떨어지는 커피 가격 때문에 생산국끼리 수출량을 제한하자는 정책도 펼치지만 그것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곤 했다. 그 와중에 허먼 질켄이라는 굵직한 커피업자가 커피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의 가격 안정책을 돕는다며 커피 원두를 사들여 처음엔 브라질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았지만, 훗날 그 원두를 되팔아 큰 이익을 보고 정작 브라질은 비싼 이자와 창고 보관료를 지불하며 손해만 봤다. 하지만 그러던 브라질도 점차 자신의 길을 찾아 갔다. 잘 익든 안 익든 한꺼번에 싹 쓸어 수확해 커피 질을 떨어뜨렸던 그들이 이제는 재배 기법이나 수확 방법을 개선해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값을 치르려 하고, 공정무역 등의 운동을 펼치며 커피 농장주나 농민 노동자들도 제값을 받고 커피를 팔 수 있는 경로가 생기면서 그런 농장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커피 (마케팅) 전쟁
커피의 역사는 광고와 마케팅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만큼 커피업계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크거나 사라졌다. 때로는 커피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