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나체부터 글림체까지, 동시대의 시각문화 현상이 된 배달의민족 폰트 프로젝트 총망라 『밥 벌어주는 폰트』는 한나체(2012년)부터 글림체(2022년)에 이르기까지 폰트를 바탕으로 한 브랜딩과 마케팅으로의 확장 등 배달의민족 폰트 프로젝트에 대한 것을 총망라한다. 한 기업의 전용 폰트가 브랜딩·마케팅을 넘어 한국의 현대 시각 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기록이기도 하다. 단순한 전용 폰트를 넘어 브랜드 특유의 감수성을 만들어내고 이를 동시대인에게 주목받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배달의민족 폰트 개발 스토리’에서는 한나체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폰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제2장 ‘배달의민족 폰트 사용법(내부편, 외부편)’에서는 실제 배달의민족 폰트를 사용한 사례들을 통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고객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 방식을 소개한다. 제3장 ‘주요 인물 인터뷰’에서는 김봉진 창업자와 한명수 CCO, 석금호 산돌 의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 전용 폰트와 브랜딩의 상관관계, 폰트 디자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제4장 ‘앤솔로지’는 경제·사회·인문·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달의민족 폰트와 이와 관련한 현상을 자신의 연구 주제 삼아 다양한 관점으로 자유롭게 풀어냈다. 또한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 전달 및 해설을 위해 각주를 달아 읽는 재미를 더했다. 프롤로그: 폰트가 밥을 벌어주기까지 세상에 밥을 벌어주고, 돈을 벌어주는 폰트가 있다. 배달의민족 폰트 얘기다. 게다가 모든 폰트를 무료 배포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은 많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엄청난 브랜드 가치다. 강렬한 개성과 페르소나를 가진 한나체가 브랜딩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이제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물론 전용 폰트를 만든다고 저절로 브랜딩이 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전용 폰트 붐이 일어나 수많은 기업과 단체가 전용 폰트를 제작했지만 브랜딩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따질 만큼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배달의민족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13종의 폰트를 제작하고 무료 배포했다(다니엘체와 루카스체 제외). 폰트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모두 허용한다. 폰트 자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브랜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폰트가 하나도 아니고 13개씩이나 되고, 무료 배포해서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건 재앙이 아닌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모두 한 셈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결코 안티 브랜딩을 시도한 게 아니다. 퀴즈를 하나 내겠다. 배달의민족은 길거리 간판에서 모티프를 얻은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서체를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한다. 이것이 맞는 말일까? 정답은 X. 배달의민족은 폰트를 13종이나 만들었지만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전용 서체는 오직 한나체뿐이다. 두 번째로 만든 주아체부터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위한 용도로 배포했다. 한나체는 처음부터 인기를 끌면서 사랑받은 것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배달의민족 구성원들조차 너무 못생겼다며 한나체를 쓰기 싫어했다. 이에 김봉진 창업자는 실망할 만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꾸 보면 사랑스럽다’며 열심히 설득해서 쓰게 만들었다. 심지어 한나체 사용을 거부하는 제휴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오기를 넘어 집착이다. 그가 창업자가 아니었다면 10년 넘게 폰트 프로젝트를 지속한다는 게 가능했을까. 폰트 제작 이후 배달의민족이 보여준 행보는 오히려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정석에 가깝다. 전용 서체를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한나체를 사용한 포스터와 ‘쓸데없는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 페르소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이 잘난 엄친아 폰트가 아니라 어수룩한 게 마치 내 모습을 닮은 듯한 한나체는 대학생을 비롯해 조직의 막내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노출도가 높아지면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면 호감도가 높아져 결국 좋아하게 된다. 여러모로 흠잡을 데 많은 한나체의 인기 이유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의 대표작은 한나체와 주아체다. 배달의민족이 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토록 브랜딩에 집착한 이유는 그가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폰트 만드는 일을 경영자의 딴짓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한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겼기에 가능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무료로 쓸 수 있는 양질의 한글 폰트가 많지 않았던 점도 한몫했다. 창업자의 생각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는 디자인을 기업 경영의 수단이 아니라 핵심이자 본질 그 자체라고 여긴다. 김봉진 창업자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디자이너 중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로 디자인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그는 잘 키운 폰트 덕분에 우아한형제들 임직원,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장님들과 무료 배포 폰트를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밥까지 벌어주고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선언으로 남을 돕는 일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좋은 폰트, 좋은 디자인은 밥을 벌어줄 수 있다. 배달의민족 한나체가 그걸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