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뉴라이트 비판』
2008년 출몰하여 창궐하다 2016년 촛불 항쟁 이후 사그라든 줄 알았던 뉴라이트가 2024년, 다시 정치와 사회의 한복판에 출몰했다. 여전히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그래서 『뉴라이트 비판』 역시 돌아왔다. 그들과는 달리 새로운 표지와 2024년 판 새 서문과 함께. 출간 당시 “해박한 지식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둔 설득력”(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을 지닌 “좋은 안내서이자 실마리를 풀어주는 책”(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으로 상찬받은 ‘최초’이자 ‘최고’의 뉴라이트 비판서 개정판 출간은 뉴라이트 막장극의 조기 종영을 바라는 이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뉴라이트는 도대체 왜 저럴까?’라는 화두로 18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인간관, 국가관, 이념, 문명관, 민족관, 대미관, 자본관, 대북관 등 다룰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아우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뉴라이트의 실체와 세계관 그리고 위험성(최근 현실이 ‘교과서’처럼 알려 준다)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다. 16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 현실에도 척척 들어맞는다. 그만큼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더 퇴행적으로 악성화된 듯하다.
잿밥에 눈이 먼 사이비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대통령
‘뉴라이트’는 ‘뉴 라이트’가 아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성립된 적이 없어 보이는 ‘진정한 합리적 보수주의를 위한 새로운 노력’(저자가 가장 노력하는 방향성과도 잇닿아 있다)과 어쩌면 가장 거리가 먼 존재가 바로 ‘뉴라이트’다.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공감을 늘리기보다 편 가르기로 대립을 격화하는 데서 정략적 이득을 찾는 자들”, 인간과 사회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아니라 오로지 “이득”을 위해 “창궐”하고 “성공이 아닌 승리”만을 바라는 자들이 지금의 ‘뉴라이트’다. 그래서 저자는 잿밥에 눈이 먼 이들의 다른 이름으로 “사이비”를 호명한다. 이들은 지금 “국가제도를 마모시켜 붕괴를 촉진”하고 “역사를 증발”시키며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솔직히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는 ‘사이비 대통령’이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권력만 생각하지,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 행태, “노력에 의한 성공이 아니라 화끈한 요행에 의한 승리”만 바라보는 관점은 ‘반-언론’, ‘반-역사’적 인물들의 등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국가세력’이라는 극단의 언어까지 호출되는 속에서 갈등은 심화를 거듭한다. 분란의 결과는 결국 파국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한국의 ‘보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친일 친미, 반공 독재가 그렇게 좋은가?
뉴라이트의 세계관은 일관되게 빈약하다. 인간을 오로지 ‘이기적 형태’로만 규정한 후 ‘경직된 형태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자유(방임)주의’ 이외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며, ‘재물’에 모든 것을 종속시킨다. 친일 친미, 반공 독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칭송하게 되는 이유다. 일제강점기는 근대화를 위한 축복의 시간이 되고, 미국의 패권주의는 세계적 축복이 되며, 이승만과 박정희는 독재자가 아닌 최고의 지도자로 칭송받는다. 북한은 영원한 주적으로 전쟁과 흡수통일의 대상이다. (최근 이들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한미‘일’ 동맹 추진에 아주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뉴라이트 세계관의 필연적 결과다.) 그들에게 자주독립, 반전평화, 역사정의, 민주주의, 다극체제, 차별금지 같은 진보적 가치는 적대의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역사와 인간, 여러 가치의 배합과 균형, 변화와 발전 등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진 채 앙상한 자신들만의 가치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춰 해석하려고 든다. 그러한 세계관은 결국 그저 강한 자의 자유와 행복이 절대 선이 된다는 점에서 인간적으로 사악하고, 그들이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일제강점기, 신자유주의, 미국 패권주의도 무너져 없어졌거나 거대한 변형의 시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우둔하다. 결코 인간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담보할 수가 없다.
상식, 보편,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역사와 정치를 통찰하다
이 책은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서고금의 역사적·시사적 정보를 곳곳에서 엮어 넣고 있다. 거대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는 저자의 통찰을 통해 독자에게 풍부한 교양과 글맛을 제공한다. 또한 저자는 민족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아닌(저자는 민족의 일정한 가치를 인정하지만, ‘하이퍼내셔널리즘’에 대해서는 아주 큰 경계심을 지니고 있다) 냉철한 시각을 제시하며, 어느 정치적 성향에 있든지 합리적인 논리와 상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포괄적인 비평을 시도한다. 식민지, 친일파, 수탈, 근대화에 대한 냉철한 평가 작업은 이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상식 수준에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역사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당연한 전제를 바탕으로, 정치적 불만을 더욱 잘 체계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들에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준거들에 대한 관찰력과 이를 통해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전망을 향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