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국 과학기술학계에서 최초로 수행된 ‘현장연구’의 실제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 과학의 현지로 대담하게 뛰어든 연구자들이 겸손한 목격자로 변모해 간 3년의 기록 『겸손한 목격자들: 철새·프리모관·자폐증·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는 우리 과학학계에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실험실 연구’가 소개된 후 처음으로 ‘참여관찰’이라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이뤄진 3년의 현장연구 성과를 대중교양서의 글쓰기로 풀어낸 책이다. 실험실 연구는 프랑스의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당시에는 철학 박사였다)의 미국 소크연구소 소속 생리학 실험실 연구가 가장 유명하고 고전적 논의로 손꼽힌다. 라투르는 대학 시절 친분을 맺은 로제 기유맹이 유명한 신경내분비학자가 되어 자신의 생리학 실험실에 대한 인식론적 연구를 제안하자, 1975년부터 약 2년간 인류학의 민족지 연구 방법으로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라투르의 실험실 현장연구는 그 자신에게는 과학기술학자라는 새로운 이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학 연구에 새로운 방법론과 사실관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그후 1980년대 서구의 과학기술학계에서는 과학의 실험과 실험실에서의 사실 구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 학계에 실험실 연구가 너무 늦게 소개되었거나 학자들의 관심 밖에 있지 않았음에도 라투르의 실험실 연구는 선구적 사례이자 이론의 전형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임소연의 성형외과 현장연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연루된 연구자들 연구자 경력을 시작하는 초심자가, 설령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했다고 해도 제도로 정해진 기간의 반 이상을 인류학자처럼 민족지를 작성하기 위해 현지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무난히 박사학위를 받고 조금은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경로도 있었을 터인데 선뜻 도전하지 않는 현장연구를 자원한 그들. 책의 <들어가며>를 쓴 임소연은 본인과 세 명의 공저자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이하 과사철)에서 학위 과정을 밟던 무렵 경험했던 과학기술학의 위치와 정체성 동요를 솔직하게 서술한다. 저자들이 원고 구성 단계부터 계획했던 ‘대담’(책에서는 <나가며>) 중 일부 대화에서도 실험실 연구는 라루트로 (학술적 연구나 논의가) 끝난 거 아니냐라는 반문도 있었다는 회고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과학자 부족 내부에서 그들처럼 살아가며 장기간 참여관찰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연루’라는 열쇳말 속에서 찾는다. 저자들은 모두 이공계 학부를 졸업했다. 장하원은 “실험의 쳇바퀴” 밖에서 과학을 보고 싶었고, 김연화는 망하기만 하던 실험실 생활로 인해 인생을 망치는 대신 전공을 바꾸었으며, 과학고를 졸업했는데도 일찌감치 수학자의 꿈을 접고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다른 길을 택했”던 임소연은 “자연과 환경에 관한 인문사회학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성한아는 학부 시절 곤충학 채집 여행을 통해 자연에 실험실을 설치하는 현장 생물학의 독특한 과학 실행을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과사철 과정에 들어간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이과 구분 아래에서 이과생으로 길러지며 과학을 배우고 익히는 동안 과학에 깊이 연루된 몸, 과학을 깊이 육화한 몸이 되었다. 스스로 알아낼 수 없었던 이유로 과학과 불화하는 시간을 겪었지만, 과학기술학을 만난 후 그들이 ‘대문자 과학’(라투르의 용어)의 세계에서 한때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