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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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을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래, 생계형 배낭여행! 정숙영은 여행 작가다. 여행 작가는 낯선 곳에 발을 디딜 때 살아 있다고 실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2009년 여름까지 그는 무려 일 년 반이나 집에만 머물렀다. 결정적인 이유는, 말하기 민망하게도 2차 술자리로 발랄하게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진 것이다. 몇 달의 공백. 경제적 압박이 찾아왔다. 그래서 부업 삼아 하던 번역에 '올인'했다. 그렇게 피폐해가던 중 자신의 새 여행서도 나오고 병원비 카드값도 해결되었다. 자, 이제 다시 배낭을 짊어질 때. 그런데 이번엔 어머니께서 이사를 앞두고 전세값 보태라며 성화다. 책상을 쳐다보면 신물이 날 지경에 이른 그에게 문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번역 일감을 들고 나가는 거다. 집 앞 커피숍이 아니라 해외로. 오, 유명 작가나 할 법한 집필 여행을 감히? 인터넷을 뒤지고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가능한 곳이 있다! 이른바 동남아시아. 다시 말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네 나라다. 서울에서의 생활비면 그곳에서 여유롭게 일하며 지낼 수 있다. 게다가 세상이 좋아져서 컴퓨터를 여는 곳이 내 방이다. 그리하여 콘크리트 사무실에 갇혀 사는 직장인들의 염장을 지를 만한 이 야심찬 계획이 시작되었다. 머릿속에는 벌써 이국의 해변 카페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에 원고를 쓰는 그림이 떠오른다. 하지만 … 전작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등에서 보여준 무대책, 무규칙 여행의 코믹 캐릭터 주인공께서는 여전히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고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몸소 만들어간다. 서른다섯, 이국땅에서 일과 행복을 묻다 서른다섯. 2009년 정숙영 씨가 이 여행을 했을 때의 나이다. 그는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래서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아 부러움을 사지만, 삼십 대에 접어든 뭇 미혼 여성들과 다름없이 먹고사니즘에 발목 잡힌 엄연한 생활인이다. 번역 일감을 갖고 떠난 여행이여서일까. 이 책에는 일에 대한 에피소드와 고민이 적지 않다. 배낭여행은 결국 이국의 해변에서도 돌아가야 하는 곳에서의 일을 한걸음 떨어져 생각하는 것이며 자신이 선 자리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과 삶의 방식에 후회는 없다. 만일 나보다 열 살은 아래인 듯한 옆자리 청년이 혹시 프리랜서 지망이라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다음 말은 나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것이었다. '번역을 할 정도로 어학실력이 되는데 왜 대기업 안 가셨어요? 롯데 같은 데는 일본어 잘하는 거 우대하는데. 스펙도 되시는데 대기업 가시지 그랬어요.'"(64쪽) "C양은 증권회사에 다녔다고 한다. 회사생활과 인간관계에 지쳐 회사를 그만뒀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동남아 배낭여행을 한 달 정도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 들어가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비단 C양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나이의 한국 사람들이 장기 배낭여행이라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직업과 단절해야 한다는 것."(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