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 제39회 맨부커 상 수상작 맨부커 상은 영국과 영연방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그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공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출판과 독서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Book Trust)의 후원을 받아 부커 plc(Booker plc)사의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02년부터 금융기업인 맨그룹(Man Group)이 상금을 후원하면서 명칭이 부커 상에서 맨부커 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아룬다티 로이, 얀 마텔, 이언 매큐언, 마이클 온다치, 존 반빌, 살만 루시디 등의 기라성 같은 작가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것들의 신>, <파이 이야기>, <암스테르담>, <잉글리쉬 페이션트>,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한밤중의 아이들> 등 수상작들은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중에 2008년 부커 상 제정 40주년을 기념해 역대 수상작 중 ‘최고의 부커 상’으로 살만 루시디의 <한밤중의 아이들>이 뽑히기도 했다. 2007년 10월 16일, 앤 엔라이트는 아일랜드 대표 작가에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최종 후보로 올랐던 이언 매큐언(On Cheil Beach), 니콜라 바커(Darkmans), 모신 하미드(The Reluctant Fundamentalist), 로이드 존스(Mister Pip), 인드라 신하(Animal’s People)를 제치고 5만 파운드의 상금과 함께 제39회 맨부커 상을 거머쥐었다. 또 <개더링The Gathering>은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심사위원단은 “가족관계와 개인의 붕괴에 관한 매우 완성도 높고 드라마틱한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상쾌하게 황량한 가족 서사시 사랑과 실망, 좌절된 욕정, 무한한 욕망…… 헤가티 가족의 살아남은 아홉 자녀가 방종한 삶을 살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형제 리엄의 장례식을 위해 더블린에 모인다. 리엄의 여동생 베로니카가 오빠 리엄이 왜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방황하다가 결국은 바다로 걸어 들어가 자살해야만 했는지 회상한다. 리엄을 죽인 건 술이 아니라 어린 소년이었던 1968년 겨울에 할머니 집에서 당한 일 때문이었다. 그의 여동생 베로니카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억이 희미해진 어머니와 아홉 명의 자녀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리엄과 가까웠던 베로니카만이 홀로 리엄의 죽음을 슬퍼하고, 어린 시절의 고통과 두려움을 반추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베로니카는 사랑과 죽음의 의미, 성장의 고통, 그리고 아일랜드 가정의 비극적 붕괴를 심오한 성찰과 놀라운 관찰력, 그리고 우수에 가득 찬 수려한 문체로 써내려간다. <개더링>은 거침없는 상상력과 형식의 파괴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이 돋보이는 대단히 독창적이고 강렬한 작품이다. 엔라이트는 기억이 어떻게 감추어지고, 비밀이 어떻게 상처가 되어 곪는지를 보여준다. 파편이 되어 뒤틀린 세계를 놀랍도록 지적이게 표현하는데, 그것이 우리들에게 새롭고 잊혀지지 않는 빛의 여운으로 다가온다. 제임스 조이스의 전통을 잇는 아일랜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앤 엔라이트 단절된 가족관계, 황폐해진 정신, 사랑과 죽음, 의미 없는 섹스…… <개더링>은 슬픈 역사를 겪으며 생겨난 강한 민족주의, 그리고 정치와 종교 이데올로기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과 가정의 붕괴라는 아일랜드의 전통적 문제들을 잘 알고 읽으면 이 소설은 복합적이고도 새로운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 작가는 한 가정의 붕괴와 한 가족의 단절에 대한 역사적 시각과 세밀한 관찰, 그리고 정치한 묘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 맺힌 아일랜드의 역사와 현실을 드러내 예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전통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블린 사람들>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조이스는 숙명처럼 숨통을 조여 오는 조국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과(<더블린 사람들>), 기어이 더 큰 대륙으로 날아가는 데 성공한 소년 예술가의 모습을(<젊은 예술가의 초상>)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개더링>에도 가톨릭 신부였다가 성직을 그만둔 어니스트와 떠날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베로니카가 등장해 그런 주제를 부각시킨다. 또한 독재적이면서도 무책임한 아일랜드의 아버지 이미지는(아일랜드의 전통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조이스의 소설과 엔라이트의 소설 둘 다에서 발견된다. <개더링>을 읽으며 아일랜드와 한국의 정서와 풍습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발견하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자 놀라움이다. 예컨대 엄하면서도 페이소스가 깃든 아버지의 이미지, 식탁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는 아버지, 조용하지만 강인한 어머니, 술 마시기와 노래하기, 식민지 의식과 제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 각별한 가정관과 가족관, 그리고 민족의 한(恨)이 담긴 슬픈 역사 등은 두 나라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또 우리나라처럼 아일랜드에서도 장례식 때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같이 철야(wake)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독자라면 누구나 엔라이트의 소설을 읽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한국인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러나 급속도로 붕괴되어 가고 단절되어 가고 있는 현대의 가정과 가족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가정은 결국 우리 사회의 소우주이자, 한 나라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의 오랜 악몽에서부터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개더링>은 바로 그러한 과거사 문제, 그리고 우리 삶의 근원인 가정과 가족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통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예시해주는 드물게 보는 감동적인 소설이다. _ 해설 중에서, 김성곤(서울대 영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개더링>, 한 편의 초현실풍 추상화 같은 소설 속으로 <The Gathering>은 리엄 헤가티라는 한 남자의 자살로 시작된다. 그래서 상을 당한 가족이 등장하게 되며 그 가족의 중심에 리엄과 가장 가까웠던 여동생 베로니카가 있다. 아버지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고 자식을 열둘이나 낳은 어머니는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희미한 그림자나 유령에 가까운 배경인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베로니카는 갈보리로 가는 예수의 얼굴을 닦아준 성녀 베로니카에서 이름을 따왔고, 행복한 남자보단 불행한 남자를 사랑하는 인물이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리엄의 고통을 뒤늦게나마 어루만져 줄 적임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엄의 죽음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악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베로니카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목격한 그 끔찍한 사건을 의식에서 지우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살아가지만 그 사건의 희생자인 리엄은 뼛속 깊이 새겨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슬프고 고독한 삶을 살다가 끝내 죽음을 택하고 만 것이다. 리엄의 자살로 그 먼 과거 속의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하고 묻어둘 수 없게 된 베로니카. 하지만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고인이 되었고, 남아 있는 것이라곤 이미 의식의 영역에서 잠재의식 혹은 무의식으로 밀려나 명멸하는 불빛처럼 불안정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장면뿐이다. 머릿속의 끔찍하게 뒤엉킨 정글을 헤치고 들어가야 도달할 수 있는 까마득한 기억 속의 한 장면. 마치 우리 몸의 유전자 암호처럼 그 장면은 분명한 의미와 결과를 담고 있지만 그것의 원인과 발현 과정은 오롯이 베로니카의 상상력의 몫이다. 그리하여 한때 잡문을 써서 생계를 유지했던 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