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삼국지’의 진수를 읽는다! 역사소설 본연의 재미와 흥미, 월탄 박종화 삼국지 창작보다 배 이상의 정력과 집필 기간, 역사소설 본연의 기법과 웅숭깊은 맛! '굼실굼실 흘러서 동으로 가는 긴 강물 / 낭화浪花 물거품이 영웅들의 시비성패 다 씻어가 버렸네 / 머리를 들어 돌이켜 보니 어허 모두 다 공空이로다'로 시작되는 서사序詞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든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전10권)가 고인故人의 기일(1월 31일)에 때맞추어 새롭게 선보였다. 국내에 삼국지 판본은 많으나 학계를 비롯하여 네티즌을 필두로 독자들이 먼저 그 정통성을 인정하니 그 의미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원·박종화·김동리·황순원·김구용·이문열·황석영 등 우리 문단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지은 삼국지 중 최고의 작품은 어느 것일까 하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삼국지>야말로 동북아 최대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삼국지' 번역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모종강 본과 요시카와 에이지 본이 그것인데, 모종강 본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청나라 초의 모종강이 각색한 것이고 요시카와 에이지 본은 일본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가 1939년부터 일본의 신문과 한국의 경성일보에 동시 연재하며 각색한 것이다. ‘삼국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하대 한국학연구소는 이들 작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박태원·박종화·김구용·황석영의 삼국지를 꼽은 바 있다. 해박한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민중적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박태원 삼국지’에 비한다면 ‘박종화 삼국지’는 역사소설 본연의 기법과 웅숭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소설다운 소설이요, <삼국지> 본래가 소설인 점을 감안한다면 ‘소설로서는 최고의 삼국지’인 셈이다. 누적 판매부수 1,700만부의 ‘이문열 삼국지’나 출고부수 300만부의 ‘황석영 삼국지’가 번역논쟁에 심심찮게 휘말린 데 비한다면 ‘박종화 삼국지’야말로 알아주는 독자들의 애장 도서목록 제1호라 칭할 만하며, 새로이 선보이는 2009년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다. 독서가 역사가 될 수 있는 그리 흔치 않은 기회를 이제 국내 독자들이 맘껏 누려볼 차례다. 과연 세상에서 그 짝을 구할 수 없는 대작,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고전의 가치! 현대인들이 구태여 고전古典을 찾아 읽는 이유는, 고전은 시대의 사상과 담론을 내포하고 있음은 물론 문학·사회사적 가치가 남다른 까닭이다.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인간의 삶이 유기적인 관계를 갖기에 고전을 어느 시대나 적용할 수 있는 것도 한 이유다. “21세기 들어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민중적 열망이 거센 점 등으로 미뤄 진정한 파트너십을 가진 유비가 새로운 리더형으로 부각될 것”(삼국지연구소 윤진현 연구원)이라는 추론마저 가능한 까닭 또한 거기에 있다. 그야말로 인류의 지식과 위대한 정신의 보고寶庫라 아니할 수 없다. 독자들이 아시는 바대로, 삼국지는 온갖 지혜와 사색이 펼쳐지는 ‘지략의 보고’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조조와 의로운 수단을 중시하는 진궁, 어느 쪽이 과연 바람직한 인간형일까. 실리보다 의리를 중시한 유비는 과연 실리에는 문외한이었을까. 법가적 패도정치형의 ‘무서운’ 인간이었던 제갈공명이 어떻게 ‘덕과 포용력’의 유비와 어울리는 짝을 이루었을까. 갖가지 분석에 자잘한 역사 추적까지 곁들여진 독서야말로 참다운 독서요, 책 읽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유비는 화베이華北 지방 출신, 공명은 산둥山東 지역 출신.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대화가 가능했을까. 역사적 상식까지 갖춘 독자라면 자못 궁금해할 대목이다. 현대에 이르러 그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키워드가 바로 ‘리더십’이다. 익히 <삼국지>에서 우리가 주목해온 부분 또한 그렇다. 항간에 유비의 재평가에 나선 그룹들은 조조의 ‘리더십’에 맞서 유비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바 있다. 즉, 리더십이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배경으로 하는 ‘일방성’에 기초한 데 비해 파트너십은 함께 가는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조조의 인물 등용 관점이 ‘이해’에 기초한다면 유비는 ‘인간’이며, 조조의 조직이 수직적이라면 유비의 조직은 수평적·양방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삼국지를 읽으면 경영이 보인다”는 카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경제상황은 그 나라를 막론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저마다 불경기 국면의 타개책을 모색하느라고 아우성이다. 모름지기 호연지기를 배운 자라면, 잠시 숨을 고르고 <삼국지>에서 그 해답을 구해봄이 현명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