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간 이후 5년 연속 베스트셀러 행진!
세계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쓴 범죄심리학의 걸작!!
존 스타인벡은 경고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정 부류의 경험 세계에는 접근하지 말라’고. 니체 역시 조언했다. ‘만일 충분히 오랫동안 악의 심연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언젠가 그 악이 너를 들여다보지 않을지 주의하라’고.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뮐러는 그들의 충고를 무시했다. 그리하여 그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위장과 거짓의 대가, 사기꾼과 연쇄살인범들의 발자국을 따라…….
숨막히는 범죄현장 속에서 탄생한 걸작
범죄심리학 분야의 탁월한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는 이 책 《인간이라는 야수》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프로파일러 토마스 뮐러가 자신의 체험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낸 논픽션 현장 보고서이다. “누군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더 결정적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모르는 악의 세계,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본성을 은폐하다가 어느 순간 가면을 벗고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야수들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는 추상적인 심리학 이론이나 자신의 연구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신, 마치 한 편의 뛰어난 심리소설처럼 인간 욕망과 범죄의 함수관계를 촘촘히 재구성해 보여준다. 희대의 살인마 루츠 라인슈트롬과의 만남이라는 액자 속에 자신이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끼워넣는 독특한 구조 속에는 소름끼치는 범죄현장부터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범죄심리학 이론의 핵심, 야수를 키워내는 현대사회에 대한 반성적 고찰 등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찻잔, 실존의 위기를 가져오다
2003년 10월 17일, 뮐러는 함부르크 풀스뷔텔 형무소에서 연쇄살인범 루츠 라인슈트롬과 만났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서 ‘나는 세 사람을 죽였다.’라는 카인의 징표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는 건 아니다. 루츠 라인슈트롬 역시 그랬다. 잘생긴 얼굴, 절제되고 위엄 있는 태도, 신중하면서 사려 깊은 단어 선택…….
라인슈트롬은 면담실로 올 때 찻잔, 차 숟가락, 설탕, 티백 몇 가지 그리고 뜨거운 물이 든 보온병을 자루에 담아왔다. 브레멘에서부터 타고온 차의 난방장치가 고장나 ‘한겨울 얼어붙은 전나무 솔방울’ 같은 신세였던 뮐러는 고마워하며 그가 권하는 차를 연거푸 마셨다. 그런데 석 잔째의 마지막 모금을 마시던 찰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과 함께 라인슈트롬의 찻잔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직도 가득 차 있었다. 라인슈트롬은 끊임없이 차를 저었지만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던 것이다. 속았다고 느낀 짧은 순간, 마치 숭숭 구멍난 호스처럼 그의 모든 땀구멍이 열리는 듯했다.
그리고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마치 백일몽처럼 무수한 이야기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프로파일러로서 걸어온 자신의 삶과 그간 만났던 범죄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범죄심리학자로서 맞닥뜨렸던 고뇌들…….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거짓과 위장술, 예지력의 대가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야크 운터베거라는 또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었다. 2개 대륙 3개국을 누비며 총 11명의 매춘 여성을 살해했던 그 남자는 교묘한 위장술과 더불어 상대를 압도하는 예지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뮐러는 풋내기 프로파일러 시절 철저하게 보안이 이루어진 형무소에서 야크 운터베거와 만났었다. 그때 수인囚人의 신세였던 운터베거는 얼마나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압도했던가. 그런가 하면, 무려 3년여에 걸쳐 오스트리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일명 ‘바이에른 해방군 사건’의 범인 프란츠 푹스도 있었다.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이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한 편지폭탄을 수백 개나 제조해내고, 독일어 문법 및 정서법상 전혀 오류가 없는 편지를 수십 통씩 홀로 써대던 그는 또 얼마나 지적이며 차분한 남자였던가. 베른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11세와 19세 소녀를 칼로 찔렀던 남자는 스위스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스포츠 스타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들은 거짓과 위장술 그리고 예지력의 대가들이었다. 그걸 진작에 알고 있었음에도 뮐러는 라인슈트롬이 건네준 박하차와 과일차를 아무 의심도 없이 스스로 마셨다. 그것도 연거푸 석 잔씩이나……. 뒤늦은 깨달음. 그러나 자책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야수를 알아볼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오류
지금껏 무수한 범죄현장을 뛰어다니며 뮐러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었다. 범죄자와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들의 태도였다. 범인이 체포되면 처음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반응하곤 했다. “그 친절한 사람이 그럴 리 없어. 얼마나 선하고 상냥했는데.”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람들의 말은 180도 달라졌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사람은 항상 뭔가 이상했거든.”
여기에 우리가 범하는 첫 번째 오류가 숨겨져 있다. 바로 야수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턱없는 믿음이다. 하지만 뮐러가 경고하듯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카인의 징표’를 새기고 다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첫 번째 오류는 악이 매우 멀리 존재한다고 믿는 두 번째 오류를 자연스럽게 동반한다. 하지만 구타당하고 사기당하고 강간당하고 기만당하고 살해당한 사람들은 (그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대부분 가해자 이름을 댈 수 있을 정도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수단의 속담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은 너의 집 그늘 아래 있다!”
순경에서 FBI를 거쳐 유럽 최초의 범죄심리학자가 되다
바로 이 같은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프로파일러가 된 토마스 뮐러였다. 1982년 자신의 오토바이 번호판을 압수하려던 경찰관과 흥미로운 사건을 겪은 이후, 뮐러의 관심은 온통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일에 쏠려 있었다. 경찰학교에 들어간 것도, 모두가 꺼리는 중앙역 부근을 순찰하며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매춘부 소소한 범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도, 이후 다시 심리학과에 입학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빈의 보안국 근무를 거쳐 미국 FBI 범죄심리학부에서 공부하던 시절, 뮐러는 마치 흡혈 진드기가 사슴 피를 빨듯 치열하게 범죄현장의 정보를 흡수했었다. 다른 사람의 서류를 빌려 그들이 퇴근한 후 사무실에 남아 읽었고, 끔찍하게 난자된 사체 사진들을 입수하기 위해 자신이 입고 있던 이탈리아산 명품 양복을 기꺼이 헌납할 정도였다.
범죄심리학 창안자이자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모델인 로버트 레슬러를 만난 것은 그의 열정에 감복한 신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둘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사건을 탐색하고, 희대의 연쇄살인범들과 지속적인 면담을 하며 이론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나아가 범죄 수사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과 전문가들과 공조를 이루어 프로파일링 기법을 더욱 단단하고 풍성하게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형이 확정된 범인을 앞에 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꼴이라니……. 두렵고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야수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어느새 세계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뮐러에게 기자들은 종종 물었다. ‘야수’들의 세계는 어떠한 곳이냐고. 그 많은 흉악범들을 직접 만나보았으므로 이제 뮐러 자신이 ‘야수’들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고 있을 것이라 단정하는 기자들에게 뮐러는 조용히 대답했다. 자신은 야수들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고. “대체 내가 어떻게 아홉 살 먹은 아이의 머리를 곤죽이 되도록 내리치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다만 자신은 한 사람의 행동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 유사한 범행을 이미 저질렀던 사람과 비교하고 그 속에서 범죄자의 욕망을 읽어내려 노력할 뿐이라고.
버려지는 사람들
프로파일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