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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박지리 · 소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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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원작자이자 <합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등으로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 주인공 소년이 참사 1주기 추도식 다음 날, 학교를 벗어나 하루 동안 배회하는 이야기이다. 참사 이후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모든 것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 '나'는 삶 자체가 번외가 된 기분이다. 주인공이 무작정 길을 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낯선 이들이지만 이들은 내가 입은 교복을 알아보고 참사에 대해, 추도식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들이 보내는 관심이 버겁기도 하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K와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욕망이 교차하는 소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속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총기 난사 사건과 K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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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나’,
참사 1주기 다음 날, 그 하루 동안의 여정
10월 초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원작자이자 『합체』『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등으로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 『번외』가 나왔다.
이 작품은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 주인공 소년이 참사 1주기 추도식 다음 날, 학교를 벗어나 하루 동안 배회하는 이야기이다. 참사 이후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모든 것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 ‘나’는 삶 자체가 번외가 된 기분이다. 주인공이 무작정 길을 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낯선 이들이지만 이들은 내가 입은 교복을 알아보고 참사에 대해, 추도식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들이 보내는 관심이 버겁기도 하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K와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욕망이 교차하는 소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속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총기 난사 사건과 K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소년의 독백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모순을 발견한다. 동시에 불가해한 인간 존재에 대한 탁월한 서사를 끌어낸 박지리 작가의 천재성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번외가 된 소년의 일상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열여덟 명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나’는 그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고, K는 그 사고의 가해자이자 범죄자이다. 그 일 이후로 소년은 모든 것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다. 가령 수학 숙제를 안 해 와도 다른 친구들처럼 애쓸 필요가 없게 된다.
괜찮잖아, 넌. 숙제 같은 거 안 해도.
그래, 설마 수학이 널 때리기야 하겠냐. 어차피 쉬는 시간도 거의 끝났는데 그냥 있어.
그냥 있어, 그냥. 넌 그래도 돼. (9쪽)
소년은 아이들의 말처럼 숙제를 하지 않아도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 현실이 될 것 같아 조퇴증을 끊고 학교를 벗어난다. 참사 1주기 추도식을 지낸 후라 모든 것이 더 쉽다. “그날 이후로 뭐든 이렇게 쉬워졌다”는 독백처럼 소년의 일상은 참사 이후 번외(番外)가 되어 버렸다.
소년은 1주기 추도식에서 죽음을 노련하게 다루는 어른들의 모습을 공포 영화처럼 경험한다. 참사가 있고 딱 일 년이 지난 날, 무거운 사이렌 소리에 맞춰 다 같이 묵념을 하고, 운동장은 거대한 묘지로 바뀌고 사람들은 검은 비석처럼 서 있다. 교장과 시장, 경찰서장, 늙은 시인 등은 열여덟 명 희생자를 고결한 죽음이라 부르지만, 소년이 보기엔 목적도 없고 자발성도 없는 죽음에 불과하다.
소년은 심리 상담을 할 때는 줄어드는 체중을 감추기 위해 주머니에 쇠구슬을 넣고, K와 죽은 아이들이 본 영화에 대해 묻는 경찰의 말에는 끝까지 대답을 안 한다. 소년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가해자 K에게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하며 마음속 혼란을 겪는다.
설사 아주 작은 파편일지라도, 그렇게 K의 마음에서 떨어진 한 조각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면 귓속이 먹먹해지면서 온몸이 떨려 왔다. 마치 그날 내가 K와 함께 방아쇠를 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78쪽)
길에서 마주치는 삶이라는 커다란 질문
학교 앞 공사장에서 만난 공사장 인부는 소년에게 안전모를 건네고, 영화관 직원은 소년에게 껌을 선물하고, 동물원에서 만난 노인은 마스크를 건넨다. 이들은 모두 소년의 교복을 알아보고 추도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사장에서의 3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관에서 3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생명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이들의 추모는 어떤 악의도 없고 진실하다. 또한 이들이 소년에게 건넨 선물들은 사소하지만 모두가 소년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한 거다. 그럼에도 이들의 마음은 소년이 겪은 사건의 진실과는 무관하다. 소년은 이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혼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라는 꼬리표에 이미 충분히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인간은 놀림을 당하듯 저 혼자만으로는 유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일 년 전 그날 이후로 나는 언제나 동명고 총기 난사에서 혼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점심 급식을 먹으려고 식당에 줄을 서 있을 때도, 교정을 지나다 꽃나무 아래에서 재채기를 할 때도,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나는 늘 총기 난사에서 혼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K는 왜 빼놓는 거야. (106쪽)
꽃가루 알레르기로 쓰러진 적 있는 동물원에서 소년은 또 다시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깨어난 소년은 도망치다 결국 경찰서에 끌려간다. 소년의 교복을 알아본 담당자들은 소년에게 선처를 해 준다. “학생 인생은 학생 혼자 게 아니야. 죽은 친구들이랑 함께 사는 거야.”(112쪽)라는 말과 함께.
소년은 경찰서에서 반성문을 쓰다 자신이 왜 여기까지 온 것인지 생각한다. 추모식 때 울린 사이렌 소리, 진실을 말해 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이 아이들이 다 죽었다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과거로 과거로 회귀하던 기억은 인간의 존재 이유에까지 가닿는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115쪽)라는 소년의 반성은 결국 ‘삶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우리 모두를 마주서게 한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
혼잣말 같기도 하고 잠꼬대 같기도 한 문장들 사이로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허무함,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그로 인한 부담감, 그리고 여전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사고 당시의 충격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따옴표 하나 없는 대화들은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소년의 심리와 궤를 같이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없이 무방비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현실과 비극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눈부셔.
억지로 태어나기 위해 옷이 다 벗겨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몸을 감싸 주었던 무기들이 하나둘 사라져 속수무책 강탈당하고 있다. 눈부신 공간에서 누군가 내 목숨을 멋대로 쥐고 흔들고 있다. 번식하는 꽃씨들 때문에 쓰러지도록 만들었다가,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래, 차라리 잘됐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이봐, 눈을 떠, 눈을 떠, 하면서 멋대로 숨을 집어넣는다. (89쪽)
심리 상담을 해준 닥터 장은 소년의 삶을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고 전화하게 하면 실컷 욕을 해 주겠다고 소년을 위로하지만 소년은 세상 전체가 그런 말을 한다고 느낀다.
떠돌이 개와 새, 고양이의 꿰뚫어 보는 눈빛에도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불러 주어야 했다. 죽은 애들은 더 이상 겪을 수 없는 5월, 6월, 7월로 넘어가는 달력에도 명함을 붙여야 했다.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투에도 명함이 어딨지? 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려야 했다. (…) 무엇보다도 매일 아침 일어나는 나 자신에게도 여기에다 전화를 해 보라고 해야 했다. (11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란
소년은 결국 의사에게도, 가족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자신의 고통을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눈앞에 보이는 교회에 전화를 걸어 털어놓는다. 아무래도 그날 자신이 죽지 않은 것에 모든 사람이 의심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난 여정은 병원과 경찰서를 거치며 탈주극으로 이어지고, ‘베드로의 집’이라는 노숙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시설에까지 가게 된다. 소년은 그곳에서 베드로 신부를 죽이려고 모의하는 부랑자



두유
3.5
냉소적이고 우울한 분위기, 산만한 이미지와 독백, 대상을 낯설게 느끼게 하는 묘사와 비유 삶을 향한 허기가 부끄러운 인간의 내면에 관한 명쾌한 해설
팜므파탈캣💜
3.0
천사가 될 기회를 놓친 이에게 너무도 무용한 무수한 질문들 뜯겨나가지 못해 발버둥, 뜯기고 싶어 발버둥 250803 (3.1) - 1.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화자. 아무렴 상관없을 이름 같은 것에 집중하는 사회의 시선이 싫다. 어릴 때부터 동물이나 버드나무 등 다양한 것에 기침을 해 죽을 위기를 여러번 넘긴 “화분증” 환자로서 이 19살 고3 남학생은 그저 평범하고 무탈하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그의 극심한 발작 증상은 누군가에게는 껄끄러운 동정인데, 체육 선생님에게는 다그칠 먹잇감이 될 뿐이다. 모두가 반기는 그 “봄을 조심하렴” 2. 세상에는 모순이 넘치고 넘친다. 이 넘쳐흐르는 모순이 K도, 화자도 괴로워 견디기 어렵다. 3. 화자의 아버지 경제 공무원 “김 사무관”도 모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성실하고 든든한 가장이라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추켜세우지만, 집값을 잡아야 하는 그의 먹거리가 잡히지 않는 집값이라는 아이러니를 당당하게 말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은 화자의 근원적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한없이 나약하게 벌벌 떠는 그저그런 2101호의 소시민이기 때문 4. 학교 근처의 “아레나”도 상당히 모순적이다. 온동네를 시끄럽게 괴롭히는 공사장의 홍보물에는 동네 사람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잔뜩 나와있다. 현장에서 사망한 인부는 그 누구의 안중에도 없다. 누구를 위한 새로움인가 5. 화자가 입은 교복은 온 세상이 주목하는 동정의 상징이다. 소나무, 초록색 넥타이, “동명고”. K의 총기난사 사고로 사망한 18명에 대한 추모의 시선은 유일한 생존자인 화자에게로 쏟아진다. 화분증 때문에 빠져야했던 봄소풍, 선생님이 K를 찾아오라고 시켜서 빠져야했던 참사 현장. 평소 영화 감독을 꿈꾸던 K가 직접 만든 필름을 상영하고 그것을 보다 사라진 K는 자신의 사물함에 늘 넣어두었던 총을 꺼내와 담당 교사였던 국어 선생님 “한부내”와 소풍에 빠져 보충수업을 함께한 17인의 학생을 사살했다. 이런 사실을 알리없는 화자는 모처럼 텅빈 교정을 느긋하게 떠돌았고, 참사 현장의 충격으로 신고까지 늦어져 숨이 붙어있던 3명의 학생도 결국 사망했다. 사실 더 빨리 돌아왔으면 자신도 총에 맞아 죽었을 상황, 몰랐던 현장을 보고 신고한 것이 늦은 것도 잘못이 아님에도 화자는 생존자의 부끄러움에 1년 내내 갇혀있다. 6. “닥터 장”은 이 가득한 모순을 유일하게 메워주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를 돌팔이라 밀어낸다. 학교가 강제한 심리상담을 김 사무관은 껄끄러워했고, 그 수근거림을 들은 아들은 결코 당당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닥터 장은 화자에게 누구든 살아남은 너를 비난하면 자신이 막아주겠다고 한다. 자신과 대면하는 모두에게 그 명함을 줬어야 할거라는 화자의 마음은, 그만큼 깊이 닥터 장에게 의지하고 싶었다는 표현 같아 마음이 아렸다. 7. “K, 희운”. 미국에서 살다온 교포. 화자와 같은 영화 감상부로 오며가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었지만 친구라고 부를 만큼 가깝지는 않았다. 영화를 사랑한 그는 카우보이 영화 천 편을 보고 미국인이 되어볼까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며 실패한다. 한미 이중국적자이지만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불안한 정체성. 그는 많은 것을 경멸한다. 위선적인 부모, 예술인체 해놓고 돈 밖에 모르는 영화계, 추하게 살고자 하는 필멸의 존재들. 그가 총기난사로 18명을 살해하자 법학과 교수인 아빠 “류경일”은 아들을 변호하고 내분비외과 전문의인 엄마 “김영”은 아들을 심신미약으로 빼내려 한다. 그가 봄소풍날 시청각실에서 상영한 영화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콜라쥬되어있고 말미엔 제 부모의 TV 인터뷰들이 있다. 이 사회를 비추는 바른 전문가들의 모습을 한 부모의 모습은 그에게 어떤 장르였을까? 영화가 타이틀, 제작사, 감독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 상업적이고 추하다고 개탄했던 그의 영화엔 그 모든 것이 없다. 경찰은 부모의 울타리에 숨어 입을 닫은 범인 대신 생존자인 화자에게 사건의 트리거를 묻는다. 하지만 없는 것을 말할 순 없다. 이름도 크레딧도 없었던 K의 영화처럼, 하나로 명명해 전달하기 어려운, 트리거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8. 생존자는 죽은 이들의 삶을 짊어져야 한다. 혼자만의 삶이 아니다. 너무도 쉽게 짐을 지우는 세상앞에 화자는 자신의 생존이 부끄럽다. 화분증으로 “한번씩 응급실에서 살아나올때마다 더 시시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그에게 삶을 감사하라는 교장, 시장, 경찰, 교회는 우스운 사기꾼일 뿐이다. 특히나 시장은 합동 추모회에서 보인 퍼포먼스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이 가증스러운 추모의 물결이 화자의 눈엔 그저 “노련하게 죽음을 다루는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이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9. “’너희들 평등한거 좋아하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슬로건이 만들어지지. 펜과 종이는 악, 땅과 육체는 선. 위대한 독재자는 바라고 있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모조리 다른 인간들이 밟고다니는 땅이 되어버리기를”. 평편하게 부서진 피라미드, 원시시대가 되어야 비로소 평등한 걸까? 사람 자체가 가진 무력이 또 다른 비대칭을 이루게 할텐데 10. “자살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획일화된 사회에서 일제히 한방향의 정신상태만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또 하나의 억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자살하면 안됩니까?” 11. “양윤영”. 영화관 직원. K를 떠올리는 마지막 장면으로 조퇴한 화자는 영화를 보러간다. 망작을 보고 항의하는 진상 단골에게도 친절한 그녀는 이름이 많이 불리워야 좋은 기운이 모이니 이름은 좋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첫장면도 마지막장면도 이름으로 시작되는 갑질의 피해 뿐이다. 황급히 상사에 불려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며 화자는 붙잡아볼까 하던 희망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12. “그림이 좋아”. K에게 죽음도 미학적인 도구일 뿐이다. ”죽는 것만 진짜같“다는 K의 말에 화자도 동의했을지 모른다.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역했던 화자는 조퇴하고 자신을 죽여줄 공사장, 동물원을 떠돌지만 죽지 못한다. 공사장의 인부 아저씨는 그에게 다정히 안전모를 씌워주었고, 꽃가루 알레르기로 동물원에서 기절하자 병원과 경찰이 그를 살려낸다. “하여튼, 되게 살고싶어한다니까” 하고 쿨하게 말해보지만 그에게는 외박을 하고 뛰어내릴 용기조차 만들어지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게될 뿐이다. 13. 화자에게 기독교도 상당히 모순적이다. “죽은 아이들은 다 천사가 되었나요?”라는 물음에 교회 사람은 그렇다고 하지만 죽은 아이 중 “라파엘”이 학폭하던 애라는 말에 화를 낸다. 죽었다고 다 천사가 되는게 아니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조건을 갖춰야지만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녀는 고시원 총무이다. 괴로운 자신의 곁을 비출 빛이 고작 종교 뿐이었던 걸까. 그런 우스운 모습은 화자가 어릴 때 “믿음이 부족하다” 다그치던 교회 목사를 떠올리게 한다. 14. 종교에 실망하고 이른 아침을 맞은 화자는 몰래 집을 빠져나와 부랑자를 쫓는다. 그가 향한 “베드로의 집” 무료 급식소 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가진 삶과의 격차를 느꼈을까? 한국에 26년 째 머무르며 봉사하는 외국인 신부 “베드로”는 자신을 죽이겠다 모의하는 부랑자들도 웃음으로 품는다. 그의 여유에 화자는 기독교에서 실망한 믿음을 다시 그려보았을지도 모른다. 15. 누구보다 진하게 1주기를 견뎌내고, 화자는 살아서 다시 학교로 온다. 그리고 평소 자신을 압박하던 체육 선생에게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게된다. 체육 시험을 위한 연습을 하다 공이 학교 밖으로 굴러가고, 트럭이 그를 친다. 죽고자 애쓰던 날엔 세상이 그를 살리더니, 삶으로 돌아오자 바로 죽여버린다. 어쩌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이 번외편을 완성해줄 완벽한 그림이다. 메워지지 못한 공백들을 무수한 이야기로 채우며 세상은 또 한 번 가증스러운 도파민을 누리겠지
jh
4.0
왜(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KIM
3.5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고 있으면 더 우울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재능은 여전했기에 더 안타까운...
촠코
5.0
탁월하다. 삶의 번외로 밀려난 한 고3 소년이 죽기 전 삶과, 죽음 앞의 삶, 죽고 나서의 (여전히 이어지는 인간들의) 삶에 대해 번뇌하는 이야기가 심도있고 진정성 있다. . 박지리 작가의 책들은 언제나 곁에 두고 싶다.
이챌
3.5
살아 있음이 죽음보다 나은 게 없었다
응송
4.0
직설적인 날것의 감정이 좋으면서도 이걸 정말 내가 봐도 되는 걸까 싶었던 책이었다
봄밤
4.0
신선한 시각, 지루할 틈 없는 플롯 정제되지 않은 머릿속을 훔쳐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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